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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실망스러웠나보다. 표정이 어두웠다. 굳게 마음 먹은 듯 했다.
먼저 그토록 경계했던 선제 실점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오만전에 이어 3경기 연속 선제 실점을 했다. 개선하려 했지만 팀의 흐름이 생긴것 같다. 선수들도 선제 실점을 하는 것에 불안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차전 선제 실점은 전반전 여러차례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완벽하게만 플레이 하려고 하는 데서 카운트 어택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훈련할 시간이 부족해서 고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홍 감독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 그런점이 어려움 중에 하나이지만 중요한것 선수들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 정신력이 미흡한 선수가 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예선에서는 더 강한 팀이 나온다. 지금의 멤버로 최종예선에 나간다고 하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차라리 대학선수를 뽑아 합숙훈련을 하고 조직력을 키우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2009년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그 해 이집트청소년월드컵에서 8강신화를 일궈내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구자철 김영권 홍정호 김보경 김민우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워냈다. 이들과 함께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섰고 이란과의 3~4위전에서 4대3 역전승의 갱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세번째 무대인 올림픽을 향해 정진하고 있었다.
한계가 왔다. 더 이상 함께 하기 힘든 멤버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부진과 부상의 늪에 빠진 선수라도 내 자식처럼 챙겼던 홍 감독이지만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홍 감독은 "최종 예선을 앞두고 K-리그와 대학 선수들을 두루 살펴보겠다. 지동원이 최종예선에서 빠지는 만큼 공격 대체 자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선결조건을 달았다. 그는 "어떤 포맷으로 팀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 설정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대적 수술을 감행하겠다는 건 위험하다. 이조차도 홍 감독은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암만(요르단)=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