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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제주 감독은 K-리그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해 소속팀 선수들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잠자코 있자니 문제를 방치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선수단을 조사할 경우 코칭 스태프-선수간 불신 풍조가 퍼질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K-리그 전 구단 감독들이 느끼는 고충일 것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고해성사'를 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많다고 했다. 연맹이 플레바게닝하겠다고는 하지만 선수들이 느끼기에는 사실상 선수로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신고 선수는 혐의에 따라 사법 조치가 취해질 경우 형을 살 수도 있다. 그 뒤 K-리그에 복귀한다고해도 따가운 시선을 받고 뛰어야 한다. 또 경우에 따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면 축구 선후배 동료 등 가담자를 실토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선수들이 자진신고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당 선수의 신변보호를 위해 다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연맹 관계자는 "연맹이 사법권을 갖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진신고자의 법적 책임까지 수위 조절해줄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연맹에서는 최소한 선수 생활 만큼은 이어갈 수 있게끔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