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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수사, 줄 소환 후폭풍 불까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6-02 14:35 | 최종수정 2011-06-02 14:45


김정겸. 스포츠조선 DB

창원지검의 프로축구 승부조작 수사가 새 국면을 맞았다.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검찰은 4월 6일 열린 2011년 러시앤캐시컵 2라운드 두 경기(대전-포항전, 부산-광주전)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났을 것으로 판단, 수사에 나섰다. 1일 "다른 경기로도 수사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오후 실체가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포항의 김모 선수와 전북의 김모 선수가 올라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또 검찰은 고액(10억원)이 한꺼번에 몰려 발매가 중단되거나 고정 배당율이 낮아진 프로축구 경기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파만파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해당 구단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검찰의 소환 통보는 없었지만 포항은 자체 조사에 나섰고 수비수 김정겸(35)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 2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김정겸은 검찰이 수사 중인 경기에 제3자를 통해 본인의 돈으로 베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 2일 구단 자체 조사 결과를 벌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선수와 일대일 면담을 했다. 김형범이 의심받고 있는데 '서울에서 재활을 하던 때에 정종관이 집근처에서 공익근무를 해 함께 살았던 적이 있다. 정종관에게 매달 40만원씩 생활비를 보태줬다'고 얘기하더라. 또 다른 선수 이광현은 정종관과 동갑내기고 특히 친하다. 친분 때문에 의심받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전과 광주에 국한됐던 검찰의 수사가 제3, 4구단에게까지 칼을 겨눴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대전 미드필더 박상욱(25)을 체포하고 난 뒤 5일 만에 대전 수사 결과물을 내놨다. 8명을 줄 소환했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 한 명의 선수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 줄줄이 사탕처럼 또 다른 선수들의 혐의가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 해당 선수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창원지검 곽규홍 차장 검사는 "언론이나 구단의 조사 결과도 검찰 수사에 참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 불법베팅을 했다는 혐의가 포착됐다면 소환하게 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 선상에 오른 선수를 추가 소환해 조사한다면 다른 선수들의 줄 소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승부조작의 모든 연결고리가 인맥으로 얽혀있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김정겸이 불법베팅을 할 수 있도록 승부조작 소식을 알린 건 이미 구속된 고등학교 후배 김바우(27)였다. 김형범(27)과 이광현(30) 역시 '승부조작을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정종관(30)과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로 친분이 두텁다. 고등학교 동창, 선후배를 비롯해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까지 인맥의 형태도 다양하다. 선수들은 합숙생활을 하며 의리를 다졌다. 친구가, 선후배가 한 번만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어쩔 수 없이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경우도 생긴다. 소환된 선수의 학연을 따져보면 누가 소환될 지 예상이 가능하다는 조롱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포항과 전북은 2일 강도높은 조사를 했고 "더 이상 연루된 선수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K-리그 구단들도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뒤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1일 김정겸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 포항은 이 사실 조차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전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 등 1100명이 참가한 1박2일간 워크숍에서 선수들은 승부조작 근절을 위한 각서까지 썼다. 각서를 쓴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다.

K-리그를 비롯한 U리그(대학리그)에서도 승부조작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내셔널리그와 챌린저스리그(K3)는 자유로울까. 축구계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대지진은 쓰나미 예고편에 불과해 보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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