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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포토스토리] 추억의 2002 히딩크 편, '4강 신화, 꿈은 이루어졌다!'

허상욱 기자

기사입력 2014-06-11 06:39


2002년 월드컵, 우리나라는 월드컵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 당시 뛰었던 선수들은 훗날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선수들로 기억에 남게 되었지만 그를 만든 것은 히딩크였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2002 월드컵과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같하다. 그는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강력한 팀으로 가는 길에 적게나마 기여하기를 원했다. 2002 월드컵의 10주년으로 열린 2002년 월드컵 올스타와 K리그 올스타의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골을 넣고 포르투갈 전에서의 세레머니 장면을 재현하며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전, 박지성의 골에 특유의 세리머니로 환호하는 히딩크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까지의 한국축구는 4회 연속으로 월드컵에 진출했지만 본선에서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하고 4무 10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게다가 월드컵을 2년 앞둔 2000년까지도 시드니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탈락, 아시안컵 3위의 좋지 않은 성적을 냈다. 반면 공동 개최국인 일본은 시드니 올림픽 축구 8강과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축구 팬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었다.


핌 베어벡 수석코치(왼쪽부터), 정해성 코치, 히딩크 감독, 박항서 코치와 얀 룰푸스 테크니컬 코치가 취재진에 포즈를 취한 모습.
2001년 1월 히딩크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정식 행보를 시작했다. 2001년 1월 울산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출범한 히딩크호, 하지만 대구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한국은 프랑스에 5-0으로 대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히딩크는 이것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강팀과의 경기를 함으로써 객관적인 실력 차이를 확인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8월 체코 원정 평가전에서 또 5-0으로 대패하면서 히딩크 경질론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은 크로아티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점점 가능성을 보여줬다.


히딩크 감독이 2001년 1월 울산에서 펼쳐진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에게 훈련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설명을 듣는 이영표의 앳된 모습이 눈길을 끈다.
한국은 폴란드, 포르투갈, 미국과 D조에 편성되었다. 2002년 월드컵이 개막한 이후, 히딩크호는 6월 4일 폴란드전에서 황선홍과 유상철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하여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승을 이루었다. 6월 10일 미국전에서는 안정환의 극적인 헤딩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뒀고 6월 14일 포르투갈전에서는 박지성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2승 1무로 D조 1위를 기록해 한국 축구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히딩크 감독이 체력 훈련을 지도하며 홍명보와 맞붙은 이민성을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 .

히딩크 감독과 차두리, 이천수, 코칭스텝과 함께 슛팅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며 분석을 하는 모습.

히딩크 감독이 무릎상태를 살피던 강훈 마사지사의 목을 잡으며 장난을 치고 있다 .
선수들의 히딩크에 대한 인상은 호랑이처럼 엄하지만 할아버지처럼 푸근했다고 한다. 히딩크는 훈련할 땐 무서운 호랑이처럼 훈련을 시켰으며 평소 때는 아버지처럼 자상하고 친근하게 선수들을 대했다. 경쟁을 통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긴장시키고 스타플레이어라도 계속적인 자기 발전이 없는 사람은 탈락시켰다. 젊고 의욕 있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여 정신, 체력, 기술의 세 가지에 모두 우수한 현대 선진 축구에 맞는 선수들을 찾는데 주력을 했다.


포르투갈 전, 선제골을 터뜨린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는 모습.
2002 월드컵 10주년 기념 올스타전 경기에서도 박지성이 골을 넣고 이 세레머니 장면을 재현해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자 국민들의 열광은 대단했다. 이탈리아와의 16강 경기를 준비하던 히딩크 감독은 "I' m Still Hungry", 나는 아직 승리에 배고프다는 말로 승리를 축하하며 냄비처럼 끓어오르려는 한국 언론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대표팀은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설기현의 동점골과 연장 후반 12분 터진 안정환의 역전 골든골로 이 대회에서 아시아 팀으로는 2번째로 8강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와의 16강 전, 멋진 헤딩으로 골든골을 터뜨리는 안정환.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자 히딩크 감독과 핌 베어벡 코치가 운동장 한가운데까지 나와 포효하고 있다.
히딩크호는 8강전에서도 연장전에 이은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승리하며 월드컵 사상 최초로 아시아팀이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기록한다. 비록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터키와의 3-4위전에서도 전반에 대량 실점을 기록하며 2-3으로 패배하여 4위에 머무르게 되지만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16강 진출조차 어려워 보였던 팀을 4위에 올린 것은 히딩크 자신도 놀란 대단한 성과였다.


포르투갈 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팬들을 향해 인사하는 히딩크 감독.

히딩크는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에 진출시키며 대한민국 최초의 명예 국민이 되었고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의 인기는 국민적이었다. 한국 축구의 수준을 몇 단계 높인 히딩크를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나왔고 심지어 그를 한국으로 귀화시켜 '희동구'라는 한국 이름을 주고 상암 희 씨의 시조로 삼자는 애정 어린 농담까지 돌아다녔을 정도였다.


코엑스 앞에서 카퍼레이드를 펼치며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히딩크 감독.

16강 진출이 어려워 보였던 팀을 4강까지 올려놓았던 힘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자신감이었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라는 말은 '우리 선수들은 8강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고 결국 꿈은 이루어졌다.


2002년 4월 월드컵 트로피 출정식에서 홍명보와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영원히 잊힐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여전히 한국과 끈끈하게 인연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이 자신에게 보여준 애정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2002년 월드컵 4강전 때의 카드 섹션 문구는 축구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꿈이 반드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상징이 됐다. 4강 신화의 행복했던 기억, 12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 6월 브라질에서도 승리의 함성이 다시 한번 울려 퍼질 그 순간을 기대해본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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