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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돌고 돌아 결국 만났네요. 많이 돌아왔지만, 결국 이렇게 만나게 돼서 좋아요. 아무튼 좋다는 겁니다. 계속 놀아봅시다."
지드래곤이 홀로 콘서트를 여는 것은 2017년 10월 마무리된 두 번째 월드투어 '액트3:모태(M.O.T.T.E)' 이후 약 8년 만이다. 개최 소식만으로 큰 화제를 모은 이번 공연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6만 좌석이 눈 깜짝할 새에 매진됐다. 말 그대로, 지드래곤 이름만으로도 티켓 전쟁은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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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오프닝으로 문을 연 지드래곤은 "오랜만이다. 잘 지내셨느냐. 지드래곤이 돌아왔다. 88개월 만에 컴백도 했는데, 8년 만의 공연이다"라고 인사하며 "지용이와 함께 오늘 노실 준비 되셨느냐. 부끄러움이 많은데 환호를 많이 안 해주시면 삐져서 들어갈 것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공연이 지연된 것에는 고개를 숙였다. "날씨가 추운데 공연을 늦게 시작해서 죄송스럽다"는 지드래곤은 공연 말미에도 재차 "늦어서 죄송하고, 추워서 죄송하다"라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야 너"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관객들에 미안한 마음이 큰 만큼, 명불허전 무대 매너로 관객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고자 했다. "웬 아이 세이 스웨그, 유 세이 체크"라며 "스웨그, 체크" 함성을 유도한 지드래곤은 이내 "웬 아이 세이 겟 유어, 유 세이 크레용"이라며 "겟 유어, 크레용"을 함께 외치며 히트곡 '크레용'을 들려줬다.
또 '삐딱하게'와 '1년 정거장'은 아예 관객석에 내려가 무대를 이어갔고, '투 배드'는 중간 브레이크 댄스로 함성을 더 키웠다. '개소리'는 켄드릭 라마의 화제의 슈퍼볼 무대를 오마주, 관객들도 '낫 라이크 어스'에 맞춰 함께 워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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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슈퍼스타', '보나마나', '그 XX', '버터플라이', '니가 뭔데', '테이크 미', '디스 러브' 등 지드래곤의 히트곡 퍼레이드가 펼쳐지면서, 고양종합운동장이 '떼창 노래방'으로 변신했다.
지드래곤도 감격하며 "이번 컴백과 무대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지금까지는 쉬는 시간 없이 활동했었다. 매년 컴백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야 처음으로 '컴백'이라는 걸 느낀 것 같다. 컴백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처음 느껴봤다. 진짜로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어서 고민하고 그리워했다"며 8년 만의 공연 재개에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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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은 "'위버맨쉬' 앨범에 니체가 나오고, 사상에 철학에 사실 어려워 보인다. 저도 있어 보이려 한 것이다"라고 웃으며 "앨범 커버를 형성화한 인물이 대칭해서 서 있다. 하나는 '하트브레이커' 제 모습이고, 하나는 이번 '위버맨쉬' 제 모습이다. 제 시작과 현재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둘 다 나같지만, 보면 약간씩 다르다"라며 이번 공연의 의미를 짚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소년이여'를 무반주로 불렀을 때, '디에이징 기법(AI와 데이터 추출 기술을 접목해 어렸을 때 모습을 재현해 주는 기술)'으로 탄생한 꼬마 지드래곤이 '소년이여' 퍼포먼스하는 영상이 나와 놀라움을 샀다. 기술과 예술이 만나, 특별한 감동을 자아낸 순간이었다.
지드래곤도 일련의 사태들을 거치며 공백기를 가졌다가 콘서트를 연 것에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안타까운 일도 있고, 이래저래 시끄러운 상황이기도 했다.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가수로 이 자리에 서고,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 감사드리고 영광이었다"며 "여기 와주신 분들이 행운이라기엔, 제가 행운이다. 감격스럽게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공연 내내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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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다음 콘서트를 기약하기도 했다. "많은 분이 오시고 싶어했다. 올해 안에 한 번 더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위버맨쉬' 투어를 드디어 한 걸음 뗀 날인데, 얼른 한 바퀴 돌고 빨리 오겠다"라며 앙코르 콘서트를 넌지시 예고했다.
빅뱅 공연도 귀띔했다. 내년 빅뱅이 데뷔 20주년을 맞는 것을 언급하며 "제 형제들이 있지 않느냐. 우리가 20살이 된다. 스무살이 되면, 성인식을 해야 한다. 각자는 반 백살 될 거 같지만, 셋이서 내년에 스무살이 되니까, 아주 섹시하게 (컴백)하겠다. 섹시한 성인식은 징그럽지만 구상 중이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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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공연 지연에 더해, 지드래곤의 라이브 실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드래곤의 음악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 시대를 상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월 말, 꽃샘추위가 몰아치던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울려 퍼진 지드래곤의 노래는 길게는 20년, 짧게는 8년 전 그 시절을 꿰뚫는 음악이었다. 그것은 단지 노래가 아니라, 시간을 담은 기록이자 청춘을 반추하게 하는 목소리였다. 그렇게 지드래곤은, 8년의 공백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파워'를 증명해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