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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형적인 양반상 배우 박정민(37)이 칼을 갈고 돌아왔다.
특히 '전,란'을 통해 첫 정통 사극에 도전한 박정민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함께 연습하며 무예를 가르쳐준 몸종 천영(강동원)과 우정을 쌓던 중 천영이 자신의 일가족을 모두 살해했다는 오해를 하고 배신감에 휩싸여 복수를 다짐하는 종려로 싱크로율 높은 열연을 펼쳤다. '전,란'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보인 캐릭터를 맡은 박정민은 영화 초반 선한 얼굴부터 후반으로 갈수록 치닫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얼룩진 다양한 감정의 파동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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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종려는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촬영했던 것 같다. 순식간에 다 잃어버린 사람이다. 남은 것이라곤 이상한 왕 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러한 상실감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쌓고 싶었다"며 "실제로도 촬영장에 가면 강동원 선배 쪽은 배우들도 많고 시끌벅적한데 나는 외로웠다. 정 붙일 곳이 없는 인물이었고 그렇다면 이 외로움을 이용하자는 생각도 했다. 종려가 변했을 때를 보여 주는 편집된 신이 있는데 겐신(정성일)과 천영을 잡으러 갈 때 절에 가서 동자승을 협박하는 장면이 있다. 그 때를 기점으로 종려의 전과 후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크게 계산하고 들어가지 않았는데 종려의 모습이 괜찮았다. 버석버석하고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인물을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종려와 천영의 관계성에 대해 "시나리오에서는 종려와 천영은 우정이 짙은 친구인 것 같았다. 오히려 촬영하면서 두 사람의 우정이 더 같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한 우정의 감정으로 여겼다가 천영이 다시 노비로 잡혀와 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강동원 선배의 볼을 잡는 장면이었는데 '약간 이상한데' 싶긴 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과해석(브로맨스)을 할 수 있는 장면이 될 수도 있겠더라"며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23, 김성식 감독)에서 잠깐 보긴 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강동원 선배가 정말 멋있다는 것을 느꼈다. 남자답기도 하고 생갭다 섬세하기도 하다. 먹을 것도 늘 나까지 사다 주며 챙겨준다. 흠모하는 감정이 생겼다"고 애정을 전했다.
이어 "'전,란' 현장은 밤 촬영도 많고 액션도, 분장도 많아서 힘든 작업이다. 현장이 안 좋으면 버틸 수 없는 현장이었다. 그런데 다들 신나게 하니까 나도 신나게 촬영을 했다. 서로 실수해도 웃으면서 넘겼고 강동원 선배는 그 어떤 힘든 순간에도 짜증 한 번을 안 내더라. 그래서 나 혼자 몰래 짜증을 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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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은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그리고 차승원이 출연했고 '심야의 FM'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