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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열혈 형사 서도철이 1편에 이어 '베테랑 2'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편에선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을 향해 돌진하는 서도철의 모습이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켰지만, 이번 작품은 죄를 지은 사람을 어떻게든 응징해야 한다는 정의감이 항상 옳은 것인지 질문한다.
류 감독은 "1편의 경우 나를 분노하게 한 몇 가지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며 "영화를 통해서라도 복수의 쾌감을 느껴 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 뒤로 어떤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 대해 살의까지 느꼈는데, 지나고 보니 그가 비난받을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정의라고 생각한 게 과연 옳은 정의인가 하는 생각이 쌓이면서, 1편처럼 가려운 곳을 확 긁어주는 게 좋긴 해도 어쩌면 잘못된 처방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화가 안 된다고 계속 사이다를 마시면 위를 버릴 수도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악의 실체를 명확하게 단정할 수 없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류 감독은 지난 7월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앞 교통사고를 예로 들었다.
그는 "피해자 입장에선 날벼락과 같은 사건이 자꾸 벌어지고 있지 않나"라며 "우리 삶에서 나를 위협하는 것을 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악의 실체를 과연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가. 난 그것(규정한다는 것)이 좀 무섭다"라고 말했다.
'베테랑'의 속편이 나오는 데 9년이 걸린 것도 류 감독이 이런 고민을 심화한 과정과 무관치 않다. 류 감독이 '베테랑 2'의 연출 방향을 황정민에게 털어놨을 때 황정민도 처음엔 "왜 굳이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 영화의 액션 장인으로 꼽히는 류 감독은 '베테랑' 외에도 '밀수'(2023), '모가디슈'(2021), '군함도'(2017), '베를린'(2013), '부당거래'(2010), '주먹이 운다'(2005)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지만, 속편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그는 속편을 기대할 만한 작품이 한두 개가 아닌데 왜 '베테랑'을 택했냐는 질문에 "'베테랑'은 촬영 현장의 배우와 스태프의 호흡부터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많은 시리즈가 주인공이 가진 매력의 힘으로 간다. '베테랑'도 서도철이란 주인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그 캐릭터에 대한 내 애정도 컸다"고 했다.
'베테랑 2'의 분위기가 달라진 데는 똑같은 걸 답습하길 싫어하는 류 감독의 성향도 작용했다. 그는 "무언가를 반복한다는 건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만들기 쉬운 영화란 없다. 어차피 힘들 거면 조금이라도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베테랑 2'의 액션은 1편 못지않게 화려하다. 액션의 사실감이 넘쳐 관객이 통증을 느낄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류 감독은 "가학적인 쾌감보다는 액션이 일으키는 통증을 관객이 함께 느낀다면 인물의 내적 갈등에도 좀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베테랑 2'의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는 새로 합류한 배우 정해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도철이 속한 강력범죄수사대의 막내 형사 박선우를 연기한 정해인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류 감독은 정해인의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황정민의 제안으로 경기도 모처로 엠티를 갔을 때 '모가디슈'에서 주연했던 조인성이 함께해준 일화를 소개하며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면서 정해인 배우의 긴장감을 풀어준 게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류 감독은 '베테랑 3'가 나올 수 있냐는 질문에는 "이번 작품이 잘 돼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말을 아끼면서도 "(3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서도철의 이야기는 가지고 있다"고 했다.
ljglor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