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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킹리적 갓심'(합리적 의심)이었다. MBC 드라마 '왕초', '세 친구', SBS '야인시대' 등 굵직한 작품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맹활약을 떨치고, 각종 CF를 휩쓸던 당대 최고의 스타 아니었던가. 개구쟁이같이 철없는 남동생의 이미지로 사랑받았다는 점이 그를 의심의 눈초리를 바라보게 하는 데 한몫 했다.
"저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세 분류로 나뉘시더라고요 '왕초'로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고 '야인시대'로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고 '세 친구'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어요."
"한창 활동할 때는 너무 알아보시니까 조심 불편한 점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어요. 서운하더라고요."
잠깐의 대화와 표현에서도 특유의 위트와 장난기가 불쑥 마중 나온다. 최상학과는 27일 서울 양재동의 중식점 '미몽'에서 만났다. 그를 향한 내적 친분과 반가움에 술 한 잔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던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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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활약상은 각설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아니, 사실은 그 보다 '왜 TV에서 사라지게 된 건지',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뭐 하고 사는지' 등의 질문이 먼저 튀어나왔다.
최상학은 "이야기가 조금 긴데.. 술 한잔하고 시작해도 될까요?"라며 작정을 했다.
"'야인시대' 이후부터는 일이 그전처럼 꾸준히 들어오질 않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군대를 다녀왔고, 그 이후부터는 거의 일이 없었다고 봐야죠."
그를 서포트 해줄 든든한 회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최상학은 활동 당시 연기와 방송은 물론 10여 편이 넘는 CF의 메인 모델로 활동했지만, 정산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일단 생계가 중요하다 보니까.. 너무 슬펐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해야 했어요. 건설 시행사를 10년 정도 다녔죠. 할 줄 아는 것이 연기 밖에 없다 보니까 회사에서는 온갖 잡일을 하고 심부름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예계 쪽과는 멀어지게 됐죠."
늘 가슴 속에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댔다. 결국은 퇴사를 결정하고, 다시 배우 일을 시작하려고 준비하던 그때,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되면서 한 번 더 꿈을 접어야 했다. 최상학은 다시 술 한 잔을 털어 넣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배우 일을 다시 하고 싶었던 때 아는 형님이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나눠주겠다는 제안을 했어요. 저는 밥만 먹을 수 있으면 되니까 그 수익으로 입에 풀칠하면서 시간을 벌고, 다시 배우 일을 처음부터 시작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사기를 당한 거예요."
최상학은 전 재산에 대출금까지 깡그리 사기를 당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하던 사업을 본인이 시작했다. 육회 가맹점 창업이었다.
"그래, 차라리 그 사기꾼이랑 내가 붙어야겠다. 그 사람이 육회 일을 하니까 내가 그럼 육회 브랜드 하나 만들어서 내가 해야지. 그놈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예요."
최상학은 생계를 위해 육횟집을 운영하면서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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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을 때, 그때 당시에는 진짜..'이제는 방송 생활은 하지 말자', '어차피 다시 한다고 해도 나를 불러줄 곳도 없을 거고', '지금 내가 다시 시작한다면 누가 불러주겠어' 그런 생각을 했어요. 겁이 많이 났죠. 그런데 지금은 다시 용기 내고 싶어요. 삶의 동반자가 생기다 보니까 (결혼을 앞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간절한 모습이었다. 마지막 인사를 요청하자 좀 더 본격적이다.
"정말로 저한테 기회를 한 번만 주신다면 정말 제 몸 불살라서 열심히 할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기회를 한 번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기회를 통해서 시청자분들께 웃음과 기쁨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한 번만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열심히 살고, 행복하게 사는 최상학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