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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전작과 겹치지 않으려 애를 써"..'돌풍' 설경구가 느끼는 매순간의 두려움(종합)

문지연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07-07 07:30


[SC인터뷰] "전작과 겹치지 않으려 애를 써"..'돌풍' 설경구가 느끼…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드라마 신인 배우' 설경구(57)가 '돌풍'을 완성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박경수 극본, 김용완 연출)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를 쓴 박경수 작가의 신작이다. 설경구는 초심을 잃고 타락한 대통령 '장일준'에게 하야를 요구했다가 되려 위기에 처한 국무총리 박동호를 연기했다.

1990년대, 데뷔 이후 드라마에 단역으로 몇 차례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영화 인생이었다.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던 배우들이 안방으로 찾아온 것은 반길 일. 그중 설경구는 '돌풍'으로 제대로 신고식을 치렀다. 설경구는 "어떻게 보면 드라마 첫 시리즈인데 처음엔 쫄아서 시작했다가 막상 해보니 좀 긴 호흡의 작품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환경이 완전히 다를 줄 알았다. 물론 다른 것도 있었고, 제작기간도 길었다. A팀과 B팀이 움직이게 되면 배우는 못 쉰다고도 얘기하더라. C팀까지도 있는 경우도 있었다는데, 저희는 원 팀이 전부 다 찍었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다. '이렇게 여유가 있어?' 싶었고, 제 캐릭터가 주로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저를 보러 다들 오지, 제가 다니지는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주변의 걱정도 이어졌다. 드라마를 하겠다고 결정한 이후부터 주변 배우들의 걱정어린 조언도 이어졌다고. 설경구는 "다들 걱정만 하더라. 그 작가님(박경수) 쪽대본 주기로 유명하다고. 그런데 제일 빨리 나왔다더라. 작가님의 전작을 함께했던 배우들이 놀랄 정도였다. 제작사에서는 '책이 빨리 나올 것'이라고만 말해줬었는데, 두 권씩을 계속 받았다. 대사가 평소 쓰지 않는 말들로 돼있는데, 만약 이걸 쪽대본으로 받았다면 기절했을 것"이라고 했다.

문어체 대사도 어려웠다. 박경수 작가의 '말맛'이 대부분 은유로 이뤄지기에 배우들도 대사를 외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 설경구는 "평소에 쓰는 단어가 아니라서 더 힘들었다. 일상 얘기 좀 하고 싶다는 농담도 했었다. 그냥 사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김희애 씨랑은 '어떻게 지냈어? 밥은 먹었어?' 이런 얘기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농담을 하다가도 '액션'만 하면 서로를 죽일듯이 쳐다봤다"며 웃었다.


[SC인터뷰] "전작과 겹치지 않으려 애를 써"..'돌풍' 설경구가 느끼…
사진제공=넷플릭스
대사보다도 어려웠던 것은 영화와는 다른 촬영 방식.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촬영을 진행하는 영화와 달리, 장소별로 여러 시간대의 촬영을 하루에 몰아 해야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경구는 "같은 상황에 같은 자리에 제 앞에 사람만 계속 바뀌는데, 같은 상황 같고,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고, 패닉이 오더라. 너무 힘들었다. 제 머리에서는 진도가 안 나가는데, 챗바퀴를 도는 느낌이라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고는 있지만, 설경구는 선을 그으며 "사람이 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색이 짙게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일 터. 설경구는 "저는 그냥 위험한 인물의 몰락이라고 본다.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신념을 실천한 것인데, 그게 더 큰 악이었다고 생각한다. 작가님의 말처럼 위험한 신념과 타락한 신념이 부딪히는 이야기라서, 거기에 집중해서 보시는 게 맞다. 저는 정수진(김희애)도 박동호도 원하지 않는다. 각자 인물이 남고 그걸 느끼시면 좋겠지, 거대하게 거창하게 (정치에 대한) 철학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난 시간 쉬지 않고 연기해온 설경구를 향해 김희애는 "대한민국의 자산"이라는 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설경구는 "해가 갈수록 매년 더 연기가 어려워진다"고 고백했다. 그는 "연기는 오히려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지고 어차피 저를 재료로 쓰기에 다른 연기를 한다고는 하지만 겹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역할도 직업도 다르지만 겹칠 수밖에 없는 괴로움이 있다. 그게 100%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괴롭다. 매작품을 할 때마다 두려움도 있고 긴장도 한다. 그 이미지와 겹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안 겹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애쓴 꼴을 보며서 안 겹친다고 해주시면, 그 말을 더 듣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겹치는 것을 안다. 다음 작품인 '하이퍼 나이프'에서도 '돌풍'의 헤어, 메이크업 팀과 함께하는데 '박동호 만들면 안돼!'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SC인터뷰] "전작과 겹치지 않으려 애를 써"..'돌풍' 설경구가 느끼…
사진제공=넷플릭스

겹침의 두려움은 있지만 이걸 피하기 위해 속도 조절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오히려 '정면 대결'을 택한 설경구나. 그는 "연기는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다음 캐릭터를 위해 준비하려는 시간을 핑계로 가지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제딴에는 안 겹친다고 생각하도 보시는 분들은 또 겹친다고 하시겠지만, 그걸 위해 시간을 갖고 싶지는 않다. 그냥 현장에 있으면 저에게는 현장이 직업이고 취미다. 어느 순간 편한 마음으로 '다 들어와!'하는 마음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고 했다.

최근 영화 배우들의 '드라마 러시'가 이어지는 중이다. 최민식을 시작으로 올해는 송강호, 설경구까지 다수 배우들이 자리했다. 설경구는 "신인상 욕심이 나느냐"는 질문에 "드라마는 신인이다. 그런데 상은 그날의 운이라고 생각한다.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이 있잖나. 그런데 사실은 주면 더 좋다"며 웃었다. 이어 설경구는 "신인이란 말이 좋은 것 같다. 제 나이에 신인이라는 얘기를 듣는 게 복이다. 그 말 자체가 얼마나 감사하겠냐.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더 받고 싶어하는 것이 신인상이다. 때를 놓치면 영원히 못받기 때문"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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