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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JTBC '비밀은 없어' 고경표가 진심으로 고경표했다. 첫 회부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얼굴 근육과 자비 없이 쏟아낸 팩트 폭격으로 안방극장에 시원시원한 웃음 탄산수를 뿌리며 단 1분도 지루할 틈 없이 시청자들을 꽉 잡았고, 단 1%의 피로도도 없는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사뿐히 안착했다.
'직장내 괴롭힘' 뉴스 보도로 시작된 이날 방송은 팀장으로부터 교묘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고경표의 웃픈 반전으로 이어졌다. 누구의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는 고경표의 애환은 새소리의 의성어만으로 구성된 시의 낭송이라는 기상천외한 상황 속에서 웃음으로 승화됐다. '뛰는 형님들'이란 프로그램 이름이나, "형 저 마음에 안들죠?"라는 대사 등, 친숙한 패러디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여기에 예능적 효과음, 상황에 딱 맞는 배경 음악, 요즘 사람들에게 친숙한 짤 혹은 썸네일 방식의 편집 등은 코믹한 상황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역시 여느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로 탈바꿈시켜 공감을 일으켰고, "방송국 소재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공식을 보란듯이 깼다.
이날 방송에선 먼저 아쉬울 것 하나 없이 잘 나가는 아나운서라고 알려진 송기백(고경표)의 실체가 밝혀졌다. 2시간이나 일찍 출근해, 김팀장(조한철) 아들의 직업 체험 촬영을 돕는 것으로 시작된 그의 험난한 하루는 함께 뉴스를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불륜이 폭로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녀의 남편이 뉴스룸에 난입해, 아내와 바람을 피운 국민MC 김성훈(김원훈)이 가정파괴범이라고 소리치며 행패를 부린 것. 어떻게든 뉴스를 마무리하려던 기백은 멱살을 잡히고 머리까지 쥐어 뜯기며 희대의 '콧구멍 짤'까지 생성했다. 기백의 잘못이 아닌데도, 이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는 김팀장 때문에 시말서까지 써야 했다.
그런 기백에게 레이더를 드리운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예능작가 온우주(강한나)였다. MC의 불륜 파문으로 프로그램 폐지 위기에 몰린 그녀는 당장 펑크 난 출연자를 섭외해 프로그램을 존속시켜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예능에서 못 봤던 흥미로운 '캐릭터' 기백은 신대륙 같은 존재였다. 뉴스만 고집하는 그를 설득해 예능 현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우주.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기백은 예능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무지렁이에, 맡은 일은 다큐처럼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라는 것. 그날의 종목이었던 피구도 책으로 공부해온 그가 협찬 상품은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 메인으로 카메라에 잡혀야 하는 인기 아이돌 피엔(장원혁)의 얼굴만 본의 아니게 공격하자 예능 공부를 따로 시켜야 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사고가 터졌다. 기백이 '고압주의' 경고 표시를 보지 못하고 들어간 곳에서 감전을 당한 것. 다행히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그만 혓바닥에서 헐크가 깨어나고 말았다. 그 첫 번째 타깃은 앞과 뒤가 다른 안하무인 아이돌 피엔. 안 그래도 스태프들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고 제멋대로 괴롭히는 그가 거슬렸는데, 막내 작가를 무시하며 밀치는 걸 보자 팩폭 버튼이 눌렸다. 기백은 그의 멱살을 잡고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자기 일 하러 왔다. 너한테 갑질 당하러 온 사람 아무도 없다. 너 좋다는 사람 덕에 성공한 건데, 그런 사람 고마운 줄 모르면 반드시 사람으로 망한다"고 쏟아 부었다. 그리고는 "불꽃 싸대기 한 대 맞자"며 참교육을 시전하려던 순간, 어디선가 우주가 날아와 그를 말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기백은 이 거짓말 같은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사자후를 토해냈지만, 시청자들은 맘껏 웃고 막혔던 속까지 뻥 뚫을 수 있었던 '카타르시스 만렙' 엔딩이었다. 자비 없는 팩트 폭격기가 된 그의 시원시원한 K-직장생활에 기대를 폭발시킨 대목이기도 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