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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콘텐츠들도 '봄 이사철'을 맞이한 분위기다.
먼저 '크라임씬' 경우는 국내 최초 롤플레잉 추리 예능으로, 살인 사건 속에서 모두가 용의자이자 모두가 탐정이 돼 범인을 밝혀내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 시즌1, 2015년 시즌2, 2016년 시즌3까지 JTBC에서 방영했다. 당시 작품성을 인정받아 굵직한 상을 수상하고, 탄탄한 마니아층도 확보했지만, 시청률이 1%(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로 저조했던 바다.
이어 티빙에 둥지를 틀고, '크라임씬 리턴즈'라는 이름으로 7년 만에 부활했다. 특히 플랫폼이 OTT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귀환을 연 것으로 보인다. '크라임씬'은 정교하게 짜인 스토리 속에 각자의 역할에 과몰입한 이들이 치열한 심리전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추리 세포를 자극하는 것이 묘미다. 이 때문에, 스케일이 큰 세트는 물론, 자극적인 요소의 장치가 필요하다. 여기에 긴 러닝타임까지 확보한다면, 서사를 풀어내기 안성맞춤이다.
결과도 성공적으로 보인다. '크라임씬 리턴즈'는 지난 9일 첫 공개와 동시에, 티빙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이전 시즌인 '크라임씬2', '크라임씬3'도 티빙 톱20에 차트인하며, 정주행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도 2주 연속 1위(이하 굿데이터 제공)에 오르는 등 오랜 시간 기다려온 팬들의 갈망을 제대로 충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JTBC에서 방영됐을 때는 성적표로 통하는 시청률이 낮아, 제작비 대비 성과가 크지 않았지만, 7년이 지나 OTT 시대를 맞이한 현재에는 '크라임씬'과 티빙이 '윈윈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풀이된다.
시즌1부터 '크라임씬 리턴즈'를 연출해 온 윤현준 PD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런 프로그램은 TV에서 하면 안 되겠더라. 시청률은 그 정도지만, 그래도 많은 팬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채널에 있을 때는 그걸 무기로 다음 시즌을 이어갈 순 없다. 방송 환경이 변하고 프로그램을 알아봐 주는 분들이 생겨서 돌아올 수 있었다. OTT가 생기면서 '크라임씬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고, OTT라면 방송 채널과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이처럼 TV 플랫폼의 제약으로 다음 시즌 콘텐츠의 플랫폼은 OTT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피의게임' 경우도 오리지널 제작사 때문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시즌1이 MBC에서 방영됐지만 시즌2부터는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었다. MBC 인기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올해 넷플릭스에서 '더 인플루언서(가제)'로 나올 전망이다. 이름과 플랫폼은 다르지만, 같은 제작진에 비슷한 포맷이라는 점이, TV에서 OTT로 넘어간 사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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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시즌1에서는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타고난 두뇌와 분석력으로 학교 안팎의 폭력에 대항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시즌2에서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을 그린다. '약한영웅2'에서는 다시는 친구를 잃을 수 없기에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연시은의 처절한 생존기이자 찬란한 성장담을 기대케 한다.
'약한영웅'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2022년 11월 공개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액션 성장 드라마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을 들었다. 청소년 관람 불가 학원물임에도, 웨이브 유료가입 기여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웨이브가 국내 오리지널 OTT이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큰 결실을 얻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바다. 이러한 아쉬움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흥행 보장이 된 '약한영웅'을 반기는 분위기다.
웨이브의 내부 사정 또한 '약한영웅'이 넷플릭스로 옮긴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웨이브는 2021년 558억원 에서 2022년 1217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커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도 797억 원의 적자가 났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경영난 때문에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자본 문제도 있지만, 티빙과의 합병 이슈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시스템도 더 유연해지는 것 같다. 이미 TV 채널에서 방송됐던 오리지널 콘텐츠의 속편이나 비하인드도 예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물론 속한 방송사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을 통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같은 콘텐츠 계열이라도 한 플랫폼만 고집할 필요는 없게 됐다. 또 외주제작사 시스템이 잘 자리 잡혔기에, 플랫폼의 변주는 얼마든지 가능하게 됐다. 시청자들도 이러한 변화를 낯설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