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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 제작비가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방송사가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광고 수입의 급감과 함께 현재의 국내외 시장 상황에서 제작비의 회수가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이날 드라마 업계 현안 간담회에서는 전반적으로 제작 실무 책임자들의 의견인 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주연급 출연료 인상으로 인한 총제작비의 상승 문제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제작완성도 저하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면서 해결책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드라마 제작의 위축은 필연적으로 K-콘텐츠의 중심축인 한국방송영상산업의 위기로 이어지는 만큼, 총제작비 상승 문제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데 인식을 함께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수없이 많은 일을 하면서 여러 협상의 과정에서 늘 생기는 문제가 연기자 출연료인데, 주연은 이젠 억소리가 아니라 회당 10억 소리가 현실이고, 이젠 어떠한 자구책을 찾아야만 할 때가 왔다"면서 더욱이나 줄어든 편성을 놓고, 제작사들이 그나마 편성이 용이하게 담보되는 연기자들의 요구대로 회당 수억 원을 지불해가며 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으며, 이는 또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현 드라마 제작 실태를 전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일부 스타 연기자들이 계약 시 방송이 나갈 플랫폼을 미리 한정하고, 현장에서 대본을 바꾸는 것도 비일비재하며, 감독을 교체하는 등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제작사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면서 "제작사와 방송사가 드라마 판을 키웠지만 제작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배우들만 그 과실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다. 매니지먼트사와의 협상이건 정책 수립이건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최근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의 캐스팅을 진행하였는데 회당 출연료를 4억원, 6.5억원, 7억원을 불렀다. 요즘 출연료 헤게모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는 언론이나 기사들에서 보는 수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한다"면서 "중국은 배우 출연료가 총 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고 출연료 중 주연급의 출연료는 70%를 넘길 수 없다고 들었다"고 우리나라 역시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제작비의 한계로 대규모 전쟁 장면에서 보조출연이 많이 출연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이런 부분들이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고 제작비 현실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기 힘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높은 출연료를 받아도 스타가 있는 작품은 2배 이상의 구입 제의가 오는 것을 보면서 무작정 출연료가 적은 배우를 쓸 수도 없다는 게 뼈아픈 현실이지만, 방송 플랫폼 관계자분들이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여 스타 배우가 없어도 좋은 작품이라면 편성에 힘을 실어주어 업계가 깊은 악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회당 지급방식이 문제, 기간제나 작품당이 맞아"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탑급 배우 못지않게 중간 단계 배우들의 출연료가 크게 뛰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계약을 할 때, 회당보단 8~16부에 얼마를 받았으면 그냥 턴키처럼 한 작품의 촬영 기간 단위로 계약하자고 주장한다"면서 "출연료도 작품당 통 금액에서 상승분을 따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회당 단위로 출연료를 올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연료 지급 방식의 또 다른 의견으로는 제작 편수와 상관없이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회당 출연료를 회차로 지급할 게 아니라 총 촬영 일수, 촬영 시간 등으로 출연료를 지급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이어 "출연료 협의를 하다 보면 방송과 OTT의 출연료 차이가 크게 난다. 방송에선 400만원 받는 배우가 OTT에선 1,500만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출연료 구조를 볼 때 5,000만원 이하의 배우가 10% 인상을 한다 해도 500만원으로 심히 부담되지는 않겠지만, OTT로 넘어가면서 배로 뛰고, 다시 줄어들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사 본부장은 "회당 제작비가 12억~15억씩 되고 있는데 솔직히 출연료를 3천만~4천만원씩 올려 주는 건 힘들다. 문제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이 정도 금액에도 성사되었던 배우들이 지금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편성 개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년에도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예전엔 배우 한 명당 소화하는 작품 수가 많았는데 이젠 편수도 적고 나와 있는 대본만 많고 그 외에도 제작되고 있는 게 많아서 일단 몇 개를 걸어놓고 재고 있다. 같은 배우, 같은 감독으로 2~3개 작품씩 걸어놓고 편성되는 작품만 하겠다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의 시장이 암울하다"고 실태를 전했다.
글로벌OTT와 차이 "회당 20억이 아무렇지 않은 현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캐스팅할 때, 우리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작품 제작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준을 우리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이 출연료 적정선을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은 "회당 제작비 20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현실이 무섭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배우의 회당 출연료를 5천만원 이상 주지 말자하고 정해놓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푸념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제작비에서 50%가 출연료로 지출된다고 봤을 때 가격 대비 좀 더 합리적인 배우를 캐스팅하여 촬영이나 미술에 제작비를 더 투입함으로써 더 경쟁력 있고 더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 명의 배우에 올인하여 캐스팅하고, 사업적 경쟁력을 올리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양자택일이 쉽지 않음을 밝히기도 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참석자는 "회당 제작비가 15억 이상 들 때가 많아 향후 하향 조정이 필요하며, 배우, 작가, 제작사, 플랫폼이 연합된 힘으로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야 편성도 쉽고 해외 수출도 잘되므로 그러한 배우들만 개런티가 올라가고 그 배우들한테만 목매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사업성 있는 배우들만 찾는 건 알지만 다른 배우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캐스팅 면으로도 폭을 넓혀봐야 할 거 같다"고 톱스타를 쓰지 않고도 성공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도 2년간의 오디션을 통해 훌륭한 연기자를 찾아내고 기용하였으나 시사회 후,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에도 불구, 단지 스타 배우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마케팅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매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추는 너무나 큰 현실의 벽이 존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제작후 표류하는 작품만 20편, 3000억원이 잠겨있어"
회당 수억원에 이르는 스타 배우들의 인기에만 편승하지 말고, 철저한 오디션을 통하여 검증된 연기자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고, 연출과 촬영, 미술 등에 제작비를 더 많이 할애하여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이러한 작품에 방송사나 채널에서도 과감하게 편성을 해주는 건강한 환경이 시급하게 조성돼야 한다는 뼈아픈 호소이다.
이밖에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스태프 비용 역시 많이 늘어났으며, 미술비와 CG 용역비 또한 많이 늘어난 점이 거론됐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정부의 IP 보유 권장 정책하에 선제작하는 작품의 편수가 과거 2년 동안 크게 늘었으나 방송사의 상황 악화로 인해 제작을 다 마치고도 표류하고 있는 작품이 20편 가까이 되며, 이에 약 3,000억원 정도가 잠겨있다고 하는데 이는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이에 시급하게 정부 유관기관이 나서서 해소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날 간담회는 앞으로 대안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출연료뿐 아니라 드라마 현안에 대해 OTT 관계자,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지속해서 논의하며 해결책을 마련해 보자고 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