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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타임슬립, N차 인생 빼면 이야기가 안되나?
시간여행자 또는 인생 2회차를 사는 주인공 이야기는 요즘도 넘쳐나는데,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이 대표적인 예다. 조선시대 양반가 규수였던 이세영(박연우)은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던 중 2023년으로 타임슬립하게 된다. 그곳에서 과거 자신의 지아비와 똑같이 닮은 배민혁(강태하)을 만난다. 현세의 배민혁은 사방천지 적뿐이고, 부모님까지 의문사를 당한 상황. 상처투성이 배민혁에게 묘하게 끌리는 이세영이 조선에서처럼 남편을 허망하게 떠나보내지 않고 인생을 바꾸게 될지가 이후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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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타임슬립, 회귀물의 범람은 개연성을 무시하고 감동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상황을 쉽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 날이갈수록 멜로, 스릴러, 추리극, 로맨스 등 복합 장르를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에 타임슬립은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설정이 될 수 있다.
또 이 드라마들이 대부분 웹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 치밀한 이야기 구성과 디테일한 캐릭터 설정, 깊은 감정에 대한 묘사 등보다는 극적인 설정에 더 집중하게 되는 원작의 장르적 특징이 '어느날 눈을 떠보니'라는 전개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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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회귀물, N차 인생, 전생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들이 드라마로 무대를 옮길 경우 허점을 노출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뜨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세영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만 해도 요즘 한글을 못읽는 이세영이 어려운 계약결혼 계약서도 척척 읽고 사인까지 하더니, 뒤늦게 한글 공부를 하는 것으로 나온다. 조선시대 양반가 규수가 갑자기 '새조선'에 떨어졌는데, 바지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 등(최소 '아씨 두리안' 주인공들은 한복을 벗고 다리를 드러내는 것을 어색해하기라도 했음) 각잡고 보면 말 안되는게 한두개가 아니다. 왜 화접도 진품이 갑자기 창고에 있고, 위작이 걸리게 됐는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를 매의눈으로 포착해낸 이세영의 눈썰미도 거의 슈퍼우먼급 수준.
이가운데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의 거침없는 시청률 상승세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3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일 방송된 KBS 2TV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7회는 전국 기준 8.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방송분 6회(11월 26일) 시청률 7.8%보다 0.6%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동시간대(오후 9시대) 지상파 시청률 1위다.
이와 관련 방송가 관계자는 "결국은 이야기"라며 "자극적인 소재나 극적 설정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어도 촘촘함 이야기 전개와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설득력있게 살아있지 않다면 채널을 고정시킬 힘을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