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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이것은 '애절'이 아니라 '갈지자'다. 우유부단 안은진에 시청자 짜증이 폭발했고, '용두사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애절한 사랑 연기로 온갖 호평을 다 받아온 안은진마저도 개연성을 실어주기엔 어려워보이는 설정이다.
안은진이 남궁민을 버리고 가족을 택했다. 엇갈린 인연과 선택의 순간, 애절함이 넘쳐나는 두 배우의 신들린 듯한 연기에 최고 시청률은 무려 14.4%까지 치솟았으나, 돌고도는 도돌이표식 전개에 파트 2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망의 소리가 높아졌다.
앞선 회엔 구원무(지승현)의 청혼을 단칼에 거절했던 유길채(안은진)가 바로 함을 받아들이는 장면이 이어졌는데, 그사이 왜 길채가 마음을 돌렸는지가 극초반 집중적으로 다뤄줬다.
어느새 집안 식구들을 모두 책임지는 가장이 된 유길채가 구원무를 향해 마음을 열게 된 것도 아버지 유교연(오만석) 때문. 난리 중에 정신줄을 놓은 유교연이 길거리를 헤매다 행인에게 험한 꼴을 당할 뻔한 것을 구원무가 발견, 집으로 모셔왔다. 그 뒤에도 오랑캐를 두려워하며 헛소리를 하는 유교연을 안심시키는 구원무의 언행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또 과거 강화도에서 자신들을 구하다가 구원무 등에 남은 상처를 발견한 길채는 결국 혼례를 결심한다. 그러나 사실은 당시 강화도에서 막판까지 오랑캐와 싸운 것은 이장현이고, 막판에 등장했던 구원무는 길채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자신이 생명의 은인인양 거짓말을 했다.
여기에 구원무와 유길채의 혼례 사실을 알게 된 량음(김윤우)을 발견한 길채. "장현 도령은 어찌…어쩌다…그리 되셨소. 대관절 무슨 큰죄를 지었기에…갈 때 많이 고통스럽진 않았겠지?"라는 질문에, 량음은 사실은 이장현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숨겼다. "청에서 다른 사람이 모셔 나는 잘 모른다"는 말로 대신하며, 이장현의 죽음을 사실상 인정해버린 것.
결국 꽃신을 잔뜩 싣고 길채를 찾아온 이장현은 함이 들어가는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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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하루도 사내 없이는 살 수가 없더냐"며 막말을 던지며 길채에게 상처를 주던 이장현은 결국 량음의 거짓말로 유길채가 자신의 죽음을 착각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돌아온 이장현에게 "끝났어요. 이미 끝난 겁니다. 함이 왔으면 이미 성사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라고 길채는 단호하게 답했으나, 이장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상관없소 이젠. 마음속에 남연준(이학주 분)을 숨겼든, 정혼할 상대가 있든 당신 생각 따위도 상관없소. 당신, 이제 내가 가져야겠소"라고 돌직구 고백을 이어가더니 결국 같이 떠나자고 제안했다.
온갖 고민끝에 결국 이장현과 야반도주를 택한 유길채. 두 사람은 한 여인숙에서 첫날밤을 맞이하게 됐다. 이장현은 "서방님이 되어주겠냐"는 길채의 말에 "서방이라니, 가당키도 않지. 내 몸도 낭자의 것, 마음도 낭자의 것, 내 심장도 낭자의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가운데 구원무는 유길채가 납치됐다 오해하며 그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결국 이장현이 살아왔음을 알게 됐다. 이에 구원무는 "아시지요. 본시 나랏법에 남편이 간통한 부인과 사내를 죽이는 건 죄가 아니오. 이미 함이 갔으니 길채 낭자는 내 부인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길채 낭자가 그를 따라간 것이 사실이라면 그 남자는 죽여버릴 것이고, 낭자는…"이라며 분노했다.
항상 길채 편인 경은애(이다인 분)는 이장현과 유길채에게 이 상황을 전하고 "뒷수습은 나에게 맡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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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정을 모르고 애타게 유길채를 기다리던 이장현은 다시 마을로 돌아왔고, 구원무를 향해 미소짓고 있는 유길채를 빌견했다. 그런 이장현에게 종종이가 찾아와 유길채의 상자를 건넸는데, 그 안엔 이장현이 선물한 꽃신과 유길채의 신이 담겨있었다. "잠시 흔들린 것은 사실이나, 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도련님을 따를 만큼 도련님을 믿지도 연모하지도 않습니다. 혹 짧은 정이라도 남아있다면 저에 관한 것은 다 잊어주십시오"라며 유길채는 두 사람의 인연을 끊어낼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2년 후 심양, 이장현은 조선인 포로들이 탈출하는 것을 생포하는 의문의 여인(이청아)을 방해하고 있었다.
푸른 옷에 대나무 삿갓,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은 결국 이장현이 말을 향해 쏜 화살에 낙마 위기에 처했다. 위험한 순간에 이장현이 의문의 여인을 안아들며 구르는데, 이장현은 복면을 한 이가 사내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깜짝 놀라는 것으로 파트 1은 막을 내렸다.
이에 그간 '연인'에 푹빠져 있던 '연인 폐인'들은 당혹해하는 분위기. 무려 90분 동안 '헤어진다-만난다-헤어진다'를 도돌이표식으로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천하의 '연기의 신' 남궁민의 감정이나 캐릭터도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정도. 그리 절절하게 사랑하는데 청에서 왜 서신 한 통을 안 보냈나, 그리고 길채의 혼례 사실을 안 뒤 퍼붓는 "사내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냐"는 막말. 연준 도령에게 "연준 도령을 길채 낭자의 마음 속에서 완전히 몰아낸 뒤 내 사람으로 하려했으나 지금은 상관없다"는 식의 말은 완벽 바람둥이 그 자체인데, 또 다른 "나는 낭자의 종"을 외칠 때는 더할나위 없이 순정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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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하고 지고지순한 연인의 사랑을 기대한 시청자들은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라는 식의, 두 남녀 주인공의 이랬다저랬다는 하는 모습에 안타까와하면서, 파트 1의 결론에 "허무하다"는 온라인 댓글도 심심치않게 눈에 띈다.
그간 병자호란이라는 참혹한 전쟁 속 연인들의 애절한 사랑과 백성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탄탄한 전개, 섬세하면서도 선굵은 완벽 연출과 눈부신 영상미로 호평을 받아온 '연인'이 호흡을 가다듬어 파트2에 또 다시 어우러져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을 모은다.
한편 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연인'(극본 황진영, 연출 김성용 이한준 천수진)은 전국 기준 시청률 12.2%, 수도권 기준 시청률 11.5%를 나타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무려 14.4%까지 치솟았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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