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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착한 오디션도 통했다…첫방부터 '피크타임'

정빛 기자

기사입력 2023-02-16 14:26 | 최종수정 2023-02-17 07:43


[SC초점] 착한 오디션도 통했다…첫방부터 '피크타임'
'피크타임' 방송화면 캡처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간절함과 가혹한 경쟁을 재료로, 독하고 자극적인 맛을 냈었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도 감칠맛 돌게 하는 장치였다. 다소 악의적인 편집일지라도 더 드라마틱한 서사를 만들어, 흥미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가운데, 조금은 심심하고 밍밍한 맛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그러나 작위적인 MSG 맛이 아닌,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집밥처럼 건강하고 편안한 맛이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지난 15일 첫방송된 JTBC '피크타임'의 이야기다.

'피크타임'에는 견제보다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참가자들, 독설보다는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언을 하는 심사위원들이 있었다. 제작진도 인지도 있는 참가자들만 조명하는 대신, 참가자들을 공정한 분량으로 나눴다. 기존 인기 오디션 프로의 성공 방식을 답습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재미에 대한 우려가 나올 법도 하지만, 애정 어린 시선만 가득한 분위기다. 무대에 오른 이들의 진정성과 치열한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착한 오디션'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피크타임'은 무대가 절실한 이들이 계급장 떼고 오직 실력만으로 팀 경쟁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아이돌 오디션 사상 최초 '팀전'인 셈이다. 현역 아이돌부터 빛을 보지 못한 경단(경력단절)돌, 해체돌, 신인돌들이 참가했다. 글로벌 K팝 가치가 상승하고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이 생겼지만, 대중에 노출될 기회가 적은 이들에게는 '피크타임'이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제작진은 이들의 간곡한 마음을 그저 시청률 올리기 위한 도구로 쓰지 않았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1화와 2화를 한꺼번에 공개해, 참가자들의 분량을 고르게 확보했다는 점이다. 사실 두 회차를 모두 공개하면, 4시간이 넘는 편성으로 시청자 이탈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또 1화 방송 엔딩을 극적인 부분에서 끊어버린다면, 다음 주 2화 방송 시청률을 유리하게 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참가팀들의 매력과 실력을 골고루 보여주기 위해 1화, 2화를 첫 주차에 모두 내보내는 파격 편성을 택했다. 뛰어난 실력과 매력을 가졌음에도 빛을 보지 못한, 그럼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들에 대한 배려로 관측된다.

물론 통편집된 팀들도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팀들은 모두 탈락이 결정된 팀들이다. 방송 시간에 한계가 있는 만큼, 투표 대상이 아닌 탈락팀보다는 최대한 올라간 팀들을 모두 보여주고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대신 탈락팀은 컬러로 처리됐고, 합격팀은 흑백으로 나오게 했다. 계속 경연을 이어갈 합격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닌, 아쉽게도 이제 '피크타임'에서는 볼 수 없는 팀들에게 한 번 더 시선을 주고자 한 계획이다. 탈락한 팀은 원래 그룹명을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팀을 알릴 기회가 됐다. 탈락으로 끝이 아닌, 또 다른 새 시작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참가팀에 대한 제작진의 인간적인 존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참가팀명 또한 눈길을 끈다. 참가팀들은 기존 팀명을 사용하지 않고, 팀 1시부터 팀 24시로 불린다. 해당 팀명으로 인해, 이전에 있었던 이미지는 없어지고 '피크타임'으로 새롭게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는 반응이 많다. 무명의 반란 신드롬을 일으켰던 '싱어게인'에서 이름 대신 1호, 2호, 3호라 불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팀경쟁이지만, 1인으로 활동하는 가수들도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은 팀 24시로 뭉쳐 프로젝트 그룹이 됐다. '피크타임'에 지원한 1인 가수들은 이날 방송에서 심사를 받았고, 문종업, 김현재, 희도, 김병주, GON이 최종합격해 팀 24시로 경쟁을 치르게 됐다.


[SC초점] 착한 오디션도 통했다…첫방부터 '피크타임'
'피크타임' 방송화면 캡처
그런 반면, 덜 자극적인 탓에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인 긴장감은 감소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참가팀들에 마음을 쓰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팀 24시의 최종 멤버도, 보류로 합격과 탈락 기로에 섰던 팀들의 결과를 홈페이지에서 발표, 방송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고 갔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하던 이들도 결과가 궁금해져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된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팀들에 대한 투표도 진행하고, 향후 경연곡을 미리 듣고 참가팀들과의 무대 매칭까지 이어갈 수 있다. 시청자들의 애정과 몰입도가 더 깊어질 수 있는 경로가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이날 방송 이후, '피크타임' 공식 홈페이지 사이트 서버가 다운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실감케 했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피크타임'에서는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라이브도 해내야 한다. 무엇보다 데뷔했던 이력이 실력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 때문에 더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그러나 참가팀들은 첫 화부터 동방신기 '주문', 뉴이스트 '여보세요', 에이티즈 '멋', 세븐틴 '아낀다' 등을 각 팀만의 매력으로 재해석, 열띤 호응을 받았다. 현재 온라인에서도 해당 무대들이 큰 관심을 얻고 있다.

MC 이승기를 비롯해 규현, 티파니 영, 박재범, 이기광, 김성규, 송민호, 심재원, 라이언전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의 시너지도 대단했다. 누구보다 참가팀들의 간절함을 이해하는 아이돌 선배들의 조언은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했다. 꿈을 이어가기 위해 음악방송 활동 중에도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한 참가팀 사연에 송민호와 라이언전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 1.3%(닐슨 코리아 제공, 전국 유료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다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청률보다는 화제성이 인기 척도로 가늠된다. 주 시청층이 10대~30대라는 점에서 본방송 시청보다 OTT나 다시보기로 주로 시청하기 때문에, 향후 '피크타임'의 화제성 기록이나 OTT 시청 점유율은 더 높게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현재 방송 중인 다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첫 화 시청률과 비교했을 때, '피크타임' 첫 화 시청률은 약 4배가 되는 수치다. 물론 편성 시간대, 방송사, 포맷 등 다른 영향들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대중의 호감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피크타임' 제작진은 전작 '싱어게인'으로도 숨은 보석을 찾은 바 있다. 특히 자극적으로 편집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통해 온전하게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든 내공이 있다. 또 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게 팀전으로 경쟁하는 것도,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K팝 팬덤에게 잘 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작년에는 신인 걸그룹들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보이그룹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대형 기획사들에서 신인 보이그룹들을 준비하고 있고, 각 방송사들이 보여주는 서바이벌도 남가수를 포커싱하고 있다. 타깃은 좀 다르지만 '미스터트롯2', '불타는 트롯맨'이 나오고 있고, 아이돌로는 '보이즈 플래닛'이 방송 중이며, '소년판타지'도 나올 예정이다. 이 사이에서 '피크타임'만의 착한 연출 방식은 더 뚜렷한 차별점이 된다. 업계에서도 '피크타임' 최종 우승팀이 차세대 대표 보이그룹이 될 것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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