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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상대를 단번에 붕괴시키는 치명적인 매력과 차마 깊이를 알 수 없는 농밀한 감성, 그리고 문득 묻어 나오는 사랑스러움까지. 한국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중국 배우 탕웨이(43)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순간을 꼿꼿하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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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의 열연은 제43회 청룡영화상을 통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그는 제37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에 이어 6년 만에, 또 제28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다니엘 헤니 포함 세 번째 외국인 배우 수상, 그리고 외국인 배우 최초 여우주연상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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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청룡영화상과의 인연이 깊은 배우다. 첫 한국 영화 출연작 '만추'(11, 김태용 감독)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탕웨이는 11년 만에 다시 찾은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꿰차며 전성기를 입증했다.
탕웨이는 "정말 인연은 특별하다. 11년 전 제4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을 때 하정우가 시상을 해줬고 올해 청룡영화상에서도 문소리 선배와 함께 하정우가 시상에 올라 내 이름을 불러줬다. 또 11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였을 때 박해일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때 이뤄지지 못한 박해일과 만남이 11년 뒤 '헤어질 결심'으로 함께 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모든 게 하늘의 뜻이 아니겠나?"라며 곱씹었다.
이어 "청룡영화상 정말 잊을 수 없었다. 축하 무대를 만끽한 고경표는 모든 사람에게 해피바이러스였고 나도 그의 모습과 리듬에 맞춰 구두 앞코를 까딱까딱 움직이며 즐겼다. '헤어질 결심' 팀의 들썩들썩한 흥에 뒤에 앉아 있던 관객은 마치 파도가 출렁이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박해일을 사이에 두고 이정현과 내가 고개를 기울여 셀카를 찍은 것도 특별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모였지만 다들 하나도 안 변했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마치 졸업 후 동창생들이 모여 공연을 보는 기분이었다. '헤어질 결심' 팀 모두가 무대에서 서로 손을 잡고 서 있는 순간 우리의 소원이 이뤄졌다. 이보다 더 완벽한 졸업식이 있을까 싶다. 내 마음속 동경해 온 한순간이다. 아쉽게도 교장 선생님인 박찬욱 감독이 함께하지 못했지만 말이다"고 추억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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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는 "다시 생각해보니 내겐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됐다. 그때 너무 놀랐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정훈희 선생이 내 눈앞에 있었다. 그분의 음성이 내 귀에 들어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버렸다. 솔직히 본격적으로 무대가 시작되기 전 내 감정은 굉장히 심플한 느낌이었다. '안개' 무대 직전 '와! 정훈희 선생이다'라며 감탄한 게 첫 번째이고 '박찬욱 감독이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니 카메라에 담아 녹화해 보여드려야지'라는 생각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정훈희 선생의 모습을 잘 담을 수 있을지 연구가 시작됐다. '클로즈업을 당겨볼까? 각도가 별론데. 그럼 스크린을 담아볼까? 스크린을 찍으면 정훈희 선생의 얼굴이 담기겠지. 아니야, 정훈희 선생을 직접 찍는 게 더 의미 있어'라며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찰나 '안개'가 시작됐고 내 눈에서 눈물이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터져버렸다"고 머쓱해했다.
이어 "눈물이 흐르는데 마음속으로는 '탕웨이, 안돼. 메이크업을 다시 할 수 없어'라며 최면을 걸었다. 박찬욱 감독에게 이 무대를 꼭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눈물을 흘리면서 옆자리에 있던 통역가에게 촬영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개'의 클라이맥스 때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온몸이 떨리는 걸 나도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스스로 빨리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너무 많이 울었다. 어깨가 심하게 떨렸고 창피해서 의자 밑으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계속 '울지 마!' 스스로 다그쳤다. 그때 내 모습을 생각하면 한 마리의 타조 같았다. 그때 내 왼쪽 어깨를 누군가 다독여주더라. '해일이구나!' 생각이 들었고 그제야 마음이 좀 진정됐고 편안해졌다. 박해일의 따뜻함, 신기했다. 그때의 눈물로 '헤어질 결심'의 서래를 떠나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떠올렸다.
마음을 추스른 탕웨이의 다음 걱정은 "메이크업이었다"라는 사랑스러운 솔직함도 털어놨다. 그는 "한바탕 울고 나니 걱정되는 게 메이크업이었다. 평소에도 스스로 자각을 잘하는 배우다. 메이크업이 번졌을까 두려웠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 위로 올라가야 했다. 무대에 올라가면서도 눈물바다였던 순간이 떠올라 너무 죄송했다. 무대에 올라 꼭 한국어로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 계획도 긴장해 다 잊어버렸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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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는 "한국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 그리고 이런 한국 영화를 좋아해 주는 관객의 사랑에 늘 감사하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작가가 시나리오를 쓸 때, 감독이 연출할 때,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때, 각 부서의 스태프들이 디테일한 장면을 위해 땀을 흘릴 때 모두 한국 관객의 영화적 쾌감을 위해서 노력하고 고민한다. 관객의 피드백은 영화인들이 다음 작품에서 비옥한 토양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영양분이다"며 관객의 중요성을 새겼다.
그는 "내가 '헤어질 결심'으로 한국 관객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됐다는 건 모두 박찬욱 감독 덕분이다. 이렇게 완벽한 팀과 훌륭한 배우, 영화인들과 작업하고 공부할 기회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나? 개인적으로 내가 가진 부족함을 발견할 수 있었고 또 해답도 찾았다. 관객이 해준과 서래에게 준 특별하고 순수한 사랑에 감동했다. 해준과 서래의 미결의 사랑이 청룡영화상으로 완결이 됐다는 칭찬은 '헤어질 결심'의 감정을 관객이 오롯하게 받아들여 줬다는 뜻인 것 같아 너무 좋았다"며 "나는 계속 배움과 삶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해 나를 사랑해주는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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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는 "청룡영화상이 끝난 후 썸머 아빠(김태용 감독)가 촬영해서 내게 보내준 영상을 봤다. 썸머와 어머니가 같이 태플릿 PC로 청룡영화상을 실시간으로 보며 끊임없이 손뼉을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썸머가 엄마인 내 이름이 호명되자 바로 수상을 하게 됐다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가족들이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까 한편으로 죄책감도 들더라. 청룡영화상 무대에 섰을 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세상에서 나를 가장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한다'는 말 한마디 못 했다. 수상을 마치고 무대 뒤에 가서야 가족이 생각났다"고 아쉬움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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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