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고명에서 메인디시로…'재벌집' 김신록 "변신 가능성 열었죠" (종합)

정빛 기자

기사입력 2022-12-29 13:31 | 최종수정 2022-12-30 09:56


사진 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포토그래퍼 이승희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진화영은 고명딸로 그칠지 몰라도, 진화영을 연기한 김신록은 메인디시가 된 분위기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맛깔나는 연기로, 작품 보는 맛을 더 높였기 때문이다.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얹는 것을 '고명'이라 부른다. 음식에 얹어진 고명은 눈에 보기엔 이쁠지 몰라도, 사실 맛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 진양철(이성민) 회장의 딸 진화영이 자신을 '고명딸'이라 칭하는 것에 불만을 품은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김신록은 이러한 점 때문에 진화영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욕망이 큰 캐릭터였다. 욕구와 욕망은 다른 것 같은데, 욕구는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욕망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바라는 마음이다. 이 여자가 많이 부족하구나라고 느꼈다. 아버지로부터 인정 욕구, 형제들과의 관계에서 경쟁 심리, 남편과의 관계에서 주도권 싸움, 딸로 태어나 남자들과 맺게 되는 가족 관계 등에서 부족하다고 느껴 더 바라면서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사진 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진화영은 극중 순양백화점 대표로, 자기 잘못을 부하에게 떠넘기거나 갑질을 하는 등 오만한 인물이다. 그래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진화영처럼 모두가 가족들과 관계에서 다 그런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해 익숙하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재밌고 안쓰럽게 봐주신 것 같다. 진화영이 밖에서 볼 때는 재벌집 고명딸이기 때문에 입지가 있는 것 같지만, 결국 가부장적인 집안의 딸이다. 딸이라는 이유로 나를 배제하고 일이 흘러가, 살아남기 위해 악도 쓰고 애교도 부리고 울고불고 떼도 쓴다. 아버지한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 오빠들 사이에서는 내 자리를 확보해야 하고,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최창제와의 꽁냥꽁냥 모습이 화제를 모은 바다. 작품 속 메인 커플의 러브라인보다 '화창커플'의 서사가 더 큰 환호를 받았다. "저도 남편과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진화영은 자기 멋대로 휘두룰 수 있는 쉬운 남자를 택한 것인데, 자식도 없는 부부가 이혼도 하지 않고 끝까지 나이 들면서도 싸운다. 이게 일반적인 부부가 가지고 있는 애증이며, 서로 교차하는 관계라 생각했다. 정략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일반 부부 사이로 봤다. 김도현 배우와 현장에서 애드리브도 하면서 재밌게 만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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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영이 인간 김신록에게 준 영향에 대해서는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라 연기하기 힘들었는데 인간적으로는 안쓰러웠다. 연기하기는 재밌었다. 누구나 결핍이 있는데, 진화영 역시 가족들 사이에서 느끼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여러 전략을 취한다. 다만 그런 전략을 취하면서 '인간으로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 괜찮은 인간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벌집에서 태어났으니 안하무인이 되기 쉬웠을 것 같더라. 조심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면 안 되겠다 생각한다"고 했다.

김신록이 진화영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냈기에 시청자들의 설득과 공감을 더 얻은 것으로 보인다. "욕망이 큰 캐릭터기 때문에 액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연기하기에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저 자체가 액션하는 인물이라, 그 점이 흥미롭다. 성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액션이라 본다. 재벌가 어디 누구 같다고 하는데, 그 인물들이 자꾸 바뀌더라. 저도 이미 언론이나 매체에서 여러 여성을 보고 이미지 단상들 같은 건 참고했지만, 기본적으로 관계에 충실히 하려고 했다."


사진 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포토그래퍼 이승희

사실 김신록의 메소드급 연기력은 그의 성실함과 연기를 향한 열정에서 비롯된 듯하다. "최근 다시 연기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 때 공부하던 책들을 다시 꺼냈다. '지옥' 때는 연극에서 상황 방식을 그대로 묘사하던 게 잘 이뤄진 것 같은데, 그 프로세스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에 궁금증이 생기고, '연기가 뭐지?'라는 생각에 다시 읽고 있다. 기초에서 아주 멀리멀리 가 있었는데 연기에서 말하는 베이식으로 돌아가 보니, 다 거기에 답이 있더라. 연기라는 자체가 사람을 다루는 일이고 삶을 사는 일인데, 계속해서 사랑과 삶을 궁금해하고 이해하고 싶다. 연기는 목표이기보다는 사유의 틀인 것 같다. 보통 직업적으로 접근하지만, 저는 연기나 작품을 통해 이 세계로 사유되는 것 같다. 그래서 연기를 하고, 공부하는 것 같다."

이같은 부단한 노력은 이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더 빛을 냈다. 특히 전작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호평이 많다. 작품명부터 상반된 '지옥'과 '재벌집'인데, 재벌집 고명딸 진화영에게서는 가난에 쪼들리며 힘들게 자녀를 키우던 엄마 박정자가 전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상승한 것은 캐릭터 신분뿐만이 아니라, 대중의 인기와 기대까지 치솟았다. 김신록이 고명이 아닌 메인디시로 통해도 마땅한 대목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다. 다들 '지옥'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했다가, '재벌집'에서는 찢어지지 않게 부자인 캐릭터라고 하더라. 이제 다음에는 양쪽으로 안 찢어지고 일상적인 평범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인물이라 하지만, 개개인은 원래 다 평범하다. 평범해 보이지만 스스로 삶을 들여다봤을 때 특별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사진 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포토그래퍼 이승희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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