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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데뷔 21년 차의 무명 배우 유일한이 배우 생활 포기를 고민하며 '안녕하우스'를 찾아온 뒤, 선배 문소리와 박철민의 따뜻한 응원에 펑펑 눈물을 쏟았다.
유일한은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위시리스트에 따라, 황보라, 태항호와 루지를 타러 갔다. 신나는 루지 대결 후 잠시 들른 시장에서 시민들은 황보라와 태항호를 알아보며 인사를 건넸지만, 유일한은 누구인지 전혀 알아보지 못한 상황. 유일한은 복잡해진 표정으로 숙소로 돌아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이 내가 배우인 걸 알아주는 게 나만의 기준인데, 21년을 했어도 기준에 못 미치더라"며 우울한 속내를 털어놨다.
같은 시간 안녕지기 3인방은 모두가 함께 먹을 저녁 식사를 준비했고, 은지원은 각고의 노력 끝에 '찌구' 만들기에 성공해 '은찌구'에 등극했다. 식사 자리에 모두 모인 83배우 3인방은 "가난한 연극배우 시절, 대학로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던 추억의 음식"이라며 '찌구'를 흡입한 후, 유일한의 본격적인 고민 상담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유일한은 "활발하고 코믹한 본모습과 달리 늘 센 역할만 들어오는 데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분량이 똑같다"고 털어놨다. "너무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연기를 하던 중 '화이트 아웃'이 왔는데, 그날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배우에 소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황제성은 "나도 무명 기간이 길었기에 고민을 너무나 이해한다"고 동조했고, 은지원 또한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하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밤이 깊어가며 더욱 솔직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태항호는 "절친이니까 조심스럽게 하는 이야기지만"이라고 운을 뗀 뒤 "(노홍철을) 흉내 내는 듯한 연기는 더 이상 안 하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넸다. 이에 은지원 또한 "앞으로 노홍철과는 '바이'하라"고 조언하며, "아직 너에게 전성기가 안 왔다"고 장담했다. 유진은 "아직도 연기에 목말라 있는 게 보인다"며 "21년 동안 내공을 갈고 닦은 만큼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곰곰이 듣던 유일한은 "아무리 생각해도 배우일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며, "무대에 설 때 아직도 울컥하다"며 연기를 향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잠시 뒤 '하이바이 룸'으로 들어가게 된 유일한은 안녕지기들이 정성스럽게 꾸며둔, 21년 간의 연기 인생이 담긴 방을 돌아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이어 이날 유일한을 주인공으로 쉴 새 없이 찍어둔 일회용 사진과 함께, 진심 어린 편지를 적어둔 황보라의 깜짝 선물을 열어보고 눈물을 보였다. 또한 '안녕하우스'를 나가려는 순간, 선배 배우 문소리와 박철민의 영상 편지가 유일한을 멈춰 세웠다. "좋은 에너지로 좋은 기운을 주는 유일한을 존경한다"는 문소리와, "배우의 길을 당당하게 잘 걸어가고 있다. 뚜벅뚜벅 걷다 보면 언젠가는 찬란하고 황홀한 순간이 올 거라 확신한다"는 박철민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유일한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마지막으로 유일한은 "나의 길을 더디게 가고 있는 것이지,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며 "나만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과 함께, 버리려던 대본집을 다시 들고 '하이바이 룸'을 나섰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