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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이상해도 괜찮아요"..'글리치' 전여빈, 소수의 관객까지 소중한 신념 (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10-11 13:50 | 최종수정 2022-10-12 08:13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전여빈(33)에게도 시청자에게도 '글리치'는 모험이다. 어딘가 균열이 생긴 듯한 이 작품 속에서 여기 저기 헤매고 달려가다 보면, 전여빈이 말하는 "우리 이상해도 괜찮아요"라는 드라마의 메시지에 다다를 수 있다.

전여빈이 출연한 작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진한새 극본, 노덕 연출)는 외계인이 보이는 홍지효(전여빈)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허보라(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효의 남자친구 이시국(이동휘)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을 담아낸 작품. 7일 공개된 이후 국내에서는 톱10 2위에 꾸준히 오르며 관심 속에 스트리밍되고 있지만, 해외 순위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 마니악한 주제 속에서 전여빈은 너드(nerd)미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시작해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열연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여빈은 '글리치'는 도전 그 자체의 산물이라고 입을 열었다. 10부작 중 4회까지의 대본만을 받고 출연을 결정했던 그는 '본능'에 따라 결심했었다고. '글리치'는 4회까지의 이야기와 5회부터의 이야기가 색채가 달라진 듯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탓에 시청자들은 물론, 연기를 했던 전여빈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 분명했다. 전여빈은 이에 대해 "너무너 커보이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귀결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났을 때는 모험을 하러 달려나가고 싶었다. 끝을 모르는 이 사람의 시작을 이상한 자신감으로 함께 달려나가고 싶었다. 촬영을 하며 중간 중간 대본을 받다 보니 어디로 달려나갈지 모르는 불안함으로 미지의 세계로 달려나갔고, 이 불안함이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라고 '글리치'를 표현한 전여빈은 "매회 대본을 받아보며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지 모르는 느낌이었고, 저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뛰쳐나갔다. 지효가 알 수 없는 모험을 하는 것처럼, 저도 이 글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 그 자체를 믿고 했던 것 같다. 글은 내가 어떻게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모든 상황을 흡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달려나갔고, 보라와 함께 떠나는 버디물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떠났고, 그 끝이 어디에 당도할지 모르지만, 그 여정 자체가 결국 완성이 되어버리는 그 마지막 순간에는 '정말 잘 마무리됐다. 좋은 여행을 다녀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극중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나나가 연기한 허보라, 그리고 전여빈이 연기한 홍지효의 우정과 사랑. 버디물의 탈을 썼지만, 우정 그 이상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전여빈은 두 배역의 관계에 대해 "관계에 있어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무한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보라와 지효는 따로 객체가 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였던 것 같다는 얘기를 노덕 감독님이 해주셨다 혼자 있을 때에도 완전한 사람이지만, 둘이 함께할 때는 완전보다는 온전해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고 정의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예측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감 있게 작품을 선택했던 전여빈의 마음처럼, 우리는 모두 다 마음 속에 외계인 하나 쯤은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메시지라고. 전여빈은 "당신에게 외계인이 괜찮아요. 찾아도 되고, 못 찾아도 돼요. 우리 모두가 이상한 사람일 수 있어요. 괜찮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며 다소 마니악한 '글리치'의 한 명 한 명 시청자가 모두 소중하다는 말을 하기도. 그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두드린다기 보다는 이걸 받아주시는 소수의 분이 진하게 반겨주실 글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는 한 명의 관객도 소중하니 그런 (진한)만남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고 밝혔다.

연기를 시작한지 7년차. 2015년 배우 문소리가 감독을 맡았던 '최고의 감독'을 선보이며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연기에 대한 용기를 다시금 얻었다. 최근 방문했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중국어권 스타 양조위와의 대화를 통해서다. 전여빈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손을 번쩍 들고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계속 하시냐'고 질문을 했었다. 그랬더니 당신은 행운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하시더라.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었고 도움을 얻을 수 있었고, 또 어느 순간에는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다고. 그런 것을 주고받으며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떤 마음이나 물으니 '어떤 것보다도 내 마음에 따르려 한다. 흥행이나 어떤 이익이 다가올지가 아니라 이 이야기에 참여하고 싶은지를 궁극적으로 묻는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팔로우 유어 하트'라는 말을 몇 번이고 하셨는데,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전여빈은 지금 가장 바쁜 배우. 넷플리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를 촬영하고 있는 동시에 영화 '하얼빈'의 합류 역시 앞두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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