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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칸이 선택하고 인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배우' 송강호(55)의 소박하지만 원대한 철학은 오로지 '관객과 소통'이었다.
특히 '비상선언'은 지난 5월 개최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를 통해 한국 남자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의 차기작으로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송강호는 '비상선언'에서 재난이 발생한 비행기에서 아내(우미화)가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재난 해결에 몸을 던지는 인물을 맡았다. 평범한 가장의 모습과 함께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 속에서 모두를 구하고자 노력하는 인물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낸 그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에 특유의 페이소스 녹여내 보는 이들의 무한 공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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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떤 작품이든 부담이 되고 항상 긴장되고 떨린다. 아무리 배우이지만 이 작품이 가지는 산업적인 부담감이 있다. '비상선언'은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라 '브로커'와 또 다른 부담감이 있기도 하다. 그런 지점에서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며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작업하는 것이 배우로서 임무인 것 같다. 그 결과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 수상과 '브로커' '비상선언' 개봉이 배우로서 성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분의 노력이 쌓인 작품이다. 최소한 그들의 노력이 헛되게 되지 않는다면 대만족이다. 그게 내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많은 분에게 골고루 돌아가길 바란다"고 공을 돌렸다.
더불어 "여름 극장가에 한국 영화계 단비와 같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빈말이 아니라 모든 작품이 관객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정말 공들인 많은 작품이 코로나19 시기에 소개되면서 빛을 보지 못하지 않았나? 경쟁이라기보다는 모든 작품이 무산되지 않고 인정받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칸영화제 수상 이후 축하 후기도 이어졌다. 송강호는 "칸영화제 수상 직후 '기생충'(19, 봉준호 감독) 팀과 연락이 됐다. '기생충' 팀이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를 한 번 마련해 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계산은 내가 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내가 계산한 걸로 되어 있더라. 기분 좋게 한턱 쐈다"고 특유의 호탕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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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초대형 비행기 짐벌 세트에 대해 "처음에는 나도 비행기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촬영하는 걸 지켜보면서 그 생각을 접었다. 나는 지상에서 스토리를 이어가는 캐릭터였는데 한 번은 이병헌이 세트 촬영을 한다고 해서 찾아가기도 했다. 심지어 이병헌에게 세트장에서 촬영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막상 비행기 짐벌 세트를 보고 정말 공포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상에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느꼈다. 나 역시 지상에서 고생도 많이 했다. 총격전도 하고 비도 많이 맞았는데 그럼에도 짐벌 세트를 보고 아찔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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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전도연을 향해 "전도연은 최고의 한국 여배우지 않나? '비상선언'이 아니라 다른 작품을 봐도 연기 철학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밀양'도 마찬가지였다. 연기에 앞서 인물의 깊이와 철학이 남다른 배우다. 늘 보게 되는 훌륭한 배우다"며 "이번 '비상선언'에서는 비중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깊이 있게 다룬 인물은 아니다. 국토부장관이라는 포맷 자체가 재난을 지켜보는 역할이다. 전도연의 폭발적인 연기를 감상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국토부장관이 가지는 적절한 선을 잘 소화한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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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