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세계 흥행 1위, 달라진 건 없어"…'해적2'→'지우학' 천성일 작가 밝힌 OTT의 明과暗(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2-10 13:07 | 최종수정 2022-02-10 15:2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충무로 장르물에 신기원을 열고 또 'K-학생 좀비'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천성일(51) 작가가 OTT 플랫폼의 홍수 속 명(明)과 암(暗)을 밝혔다.

어드벤처 액션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2', 김정훈 감독, 어뉴·오스카10스튜디오·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의 갱을 집필한 천성일 작가. 그가 10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해적2'의 집필 과정부터 전 세계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재규·김남수 연출)의 흥행 소회까지 모두 털어놨다.

영화 '7급 공무원'(09, 신태라 감독)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14, 이석훈 감독) '소수의견'(15, 김성제 감독) '서부전선'(15, 천성일 감독)을 비롯해 드라마 KBS2 '추노'(10, 곽정환 연출) '도망자 플랜 B'(10, 곽정환 연출), JTBC 드라마 '더 패키지'(17, 전창근·김진원 연출), tvN '루카'(21, 김홍선 연출) 등 국내 히트 영화·드라마의 갱을 집필하며 스타 작가로 이름을 알린 천성일 작가.

특히 '해적' 시리즈는 천성일 작가의 첫 번째 시리즈 작품으로 많은 의미를 남겼다. 전편 '해적'은 조선의 옥새를 삼켜버린 귀신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내려온 산적 장사정(김남길)이 여자 해적 여월(손예진)과 함께 고래를 추적하며 고군분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려 개봉 당시 866만604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메가 히트했고 지난달 26일 설날 기대작으로 등판한 후속편 '해적2'는 새로운 여자 해적 해랑(한효주)과 고려 제일검이자 의적 두목 무치(강하늘)가 왕실 보물을 찾기 위해 해적들과 함께 모험을 나서는 이야기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국 속 1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식 코미디와 해양 액션을 적절하게 녹인 '해적' 시리즈는 '한국의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등극하며 천성일 작가의 필모그래피에 잊지 못할 인생작이 됐다.


천성일 작가는 "'해적2'가 한국 개봉작 중 흥행 1위이긴 하지만 아직 관객 수가 너무 적어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하다. 1위라고 해서 마냥 즐거워 하거나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어머니가 혼자 '해적2'를 보려고 극장에 가셨다고 하더라.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 평가인 것 같다"며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한 재미를 집중하고 재미라는 외피를 가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해적' 시리즈는 너무 힘든 시기에 개봉을 하니까 몸과 마음도 해방되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개봉 소회를 전했다.

전편에 이어 무려 8년 만에 공개된 '해적2'에 대해 "사실 전편에 대한 기대를 충족해야 할지 기대와 다르게 새로움으로 가야 할지를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김정훈 감독과 논의 끝에 새로운 걸로 가자고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전편의 영화를 다시 보지 않고 '해적2' 시나리오를 집필했다"며 "전작과 차별화를 보이려고 했다. 전편의 연장선이 아닌 새로운 '해적'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1편 보다 좀 더 어드벤처에 집중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장소와 그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리부트 느낌으로 가자고 입을 모았다. 아쉬운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일에서 열심히 하는데 만족하려고 했다"고 자부심을 전했다.


물론 '해적2'가 나오기까지 심적 부담도 컸다. 천성일 작가는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굉장히 많았다. 일주일에 6번은 포기하고 싶었다.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다. 작가로서는 성공한 작품을 건드는 게 굉장히 힘든 것 같다. 전편의 성공을 뛰어넘기도 힘들고 전편보다 새로움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다. 도망가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김정훈 감독이 잘 잡아줬다"고 밝혔다.

또한 전편에서 활약한 김남길, 손예진에 이어 '해적2'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강하늘, 한효주에 대해서도 "전편 때 김남길, 손예진에게 너무 감사했다. 여전히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들이다.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해적2'를 함께하지 못했지만 '해적2'는 전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리부트 느낌이라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그나마 없었던 것 같다. 물론 '해적2'에서 훌륭하게 소화한 강하늘, 한효주에게 큰절하고 싶다"고 웃었다.




비단 '해적' 시리즈뿐만이 아니다. 천성일 작가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 학교는'의 극본을 맡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로 거듭나게 됐다. '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와 학원물이라는 신선한 장르 결합은 물론 리얼한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지난달 28일 공개와 동시에 12일 연속 넷플릭스 TV 쇼 부문 전 세계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다. 또한 단 10일 만에 3억 6102만 시간 누적 시청을 기록,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 역대 시청 시간 5위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천성일 작가는 "개인적으로 원작이 있는 작품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내 작품 중 '소수의견'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심리적인 부분도 크고 흥행이 안됐을 때 부담이 크다"며 "원작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두려웠다. 각색을 하면서 어디까지 바꿔야 하고 내 생각을 어디까지 넣을 수 있는지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기 어렵다. 또 원작 자체가 비싸서 선뜻 작품화 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 드라마 등 경계 없는 작품을 만들어온 그는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포맷과 수위가 정해져 있다. 그걸 임의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런 부분이 힘들게 다가오기도 했다. 반면 영화는 제약이 없었다. OTT 작업은 드라마보다 영화와 가깝다고 생각이 들었다.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건 작가로서 정말 행복한 일이다. 과거 드라마는 16부작 이상이어야 하고 영화는 2시간 이내의 영화여야 한 조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지점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작가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서비스 되는 OTT가 정말 많고 작품 수도 많이 늘어났다. 'K-콘텐츠'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기회가 늘어난다고 해서 마냥 좋은 콘텐츠만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작가들은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확실히 르네상스인 것 같지만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탄생기도 남달랐다. 천성일 작가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군가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게 됐다. 또 '지금 우리 학교는'은 원래 JTBC 편성을 목표로 16부작을 준비했다. 결국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됐고 12부작으로 줄였다. 이것도 길다는 평이 있어서 각 회별로 러닝타임을 더 줄여 만들게 됐다. 물론 12부작 자체가 OTT 플랫폼에서는 '지루하다'라는 이야기도 많다"며 "'지금 우리 학교는'의 경우엔 내 나이가 요즘 시대 학생들의 문화를 전혀 알지 못해서 대본을 만들기 전 학교 근처에 가서 관찰을 하려고 했다. 누굴 인터뷰하기 보다는 일상적인 학생들의 대화를 많이 들으려 했는데 그때 녹음한걸 들어보니 요즘 학생들의 대화 중 60%가 욕이더라"고 웃지 못할 집필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에 대한 기대에 "나는 지금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못 들은 척하고 있다. 주변에서 '한다' '못한다' '그때는 된다' 등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끝까지 못 들은 척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시즌2를 예고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흥행으로 달라진 입지에 대해서 천성일 작가는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은 아쉽게도 돈이다. 요즘 업계에 들리는 이야기는 OTT 성공한 뒤 '누가 얼마를 받았다'라는 이야기더라. 시장이 커지면서 그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자연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작품에 대한 본질이 이야기 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변화는 크게 없다.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일상적인 부분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언감생심 꿈도 못 꿨던 세계 1위를 해봤는데 장벽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되기 전 이재규 감독과 '우리는 '오징어 게임'(황동혁 극본·연출) 덕을 많이 받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 흥행으로 보너스를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이 기회를 통해 '작가에게 보너스를 줘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주변에서 재미있게 봤다고 연락 오면 농담 식으로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가서 작가 보너스 좀 주라고 댓글 써달라' 말하는 중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권상우, 채수빈, 세훈, 김성오, 박지환 등이 출연하고 '탐정 : 더 비기닝' '쩨쩨한 로맨스'의 김정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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