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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내가 죽던 날'은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존재감을 드러낸 김혜수와 칸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사로잡은 이정은, '괴물 아역'으로 떠오른 노정의의 쫀쫀한 앙상블로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 특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특유의 친근한 매력과 싱크로율을 씹어 삼킨 캐릭터 소화력으로 관객을 울고 웃긴 이정은은 '내가 죽던 날'에서 목소리를 잃은 캐릭터에 도전,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극의 서스펜스를 이끄는 캐릭터 순천댁을 소화한 그는 목소리 없이 몸짓과 표정만으로 오롯이 감정을 전달하며 '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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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쏟은 이정은. 그는 "내가 공연할 때 혜수 씨 지인이 연출하던 작품이었다. 그때 본인 의상을 많이 지원해줬다. 김혜수는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후광이 나지 않나? 나에겐 스타였다. 내가 그 옆에 서면 아이 같고 마치 여신 같은 사람이 쓰다듬어 주는 것 같다. 청룡영화상 같은 데서 보면 '꿈속의 요정' 같다. 지금도 그를 볼 때 신기하다"며 "김혜수는 정말 멋지다. 우리 연극을 도와준 것도 쉽지 않고 여기에 남을 추천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재능 있는 젊은 배우들을 자신이 알고 있는 감독, 작품에 추천을 많이 해준다. 나 같은 경우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왔지만 선배들이 모든 작품에 추천할 수 없다. 지연, 학연 이런 게 없는데도 추천을 한다. 연대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소위 사회에서 척도로 생각하는 학력, 연고 없이 친구가 될 수 있고 마음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 같다. 다 똑같은 사람이지 않나. 그런 게 연대이지 않나. 싶다. 촬영하면서 힘이 많이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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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나는 이 역할 골랐을 때 시나리오도 흥미로웠지만 무대사도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 그동안 나는 언어를 사용해 캐릭터를 보이게 하는 연기를 많이 해왔는데 어느 날 문득 대사하는 연기가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언어가 없는 연기를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그 결과가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나름대로 좋은 실험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영화는 후시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소리는 현장에서 채취된 것도 있고 후시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것도 있다. 소리를 만드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도 마지막에 후시 녹음의 힘을 빌렸다. 내 육성을 쓴 것인데 '어떻게 하면 절실한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싶어 후시 녹음을 시도했다. 기존에 영화에서 소리를 입혀본 작업이 많은 경험이 됐다. '옥자'에서 옥자 목소리, '미스터 주'에서는 고릴라 목소리를 녹음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녹음실에 들어가는 작업이 재미있어졌다. 늘 공을 들이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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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생충'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감사하게도 광고도 많이 촬영했다. 송강호 선배가 최근에 '너 돈 많이 벌었겠다'라는 말을 하더라. '기생충' 이미지에서 파생된 광고가 많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런 캐릭터로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이 꽤 충격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에게 광고의 지분을 좀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몇 % 떼드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직도 광고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 봉준호 감독에게 맛있는 밥이라도 사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해외 진출 제의도 많아졌다는 이정은은 "사실 할리우드 러브콜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멈췄다. 자연스럽게 중단이 됐다. 해외 작품을 하려면 현장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사실 나는 영어를 잘 못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할리우드 진출을 생각했다가 요즘은 한국 콘텐츠가 더 좋아져서 굳이 할리우드에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중국계 얼굴이라 중국에서도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김선영, 이상엽, 문정희 등이 가세했고 박지완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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