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④]권해효 "벌써 배우 30년, 갈수록 어려운 연기…난 운 좋은 사람"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8-21 12:1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 권해효가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전했다.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영화 '후쿠오카'(장률 감독, ㈜률필름 제작). 극중 해효 역을 맡은 권해효가 2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 스윗라운지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0년 연극 '사천의 착한 여자'로 데뷔한 이후 연극, 드라마, 스크린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100여 편 이상으 작품에서 관록의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아온 30년차 배우 권해효. 특히 올 여름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반도'에서 폐허가 된 반도에서 희망을 놓지 않는 김노인 역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시네아스트 장률 감독의 신작 '후쿠오카'를 통해 전혀 다른 얼굴과 매력을 선보인다.

극중 권해효가 연기하는 해효는 사회 격변, 혁명, 사랑이 치열하게 뒤섞였던 80년대의 기억에 머물러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로 일본 후쿠오카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첫사랑 때문에 28년째 앙금을 쌓고 있는 대한 후배 제문(윤제문)이 신비한 매력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소담(박소담)과 함께 일본으로 자신을 찾아오자 한껏 짜증을 내지만 함께 후쿠오카 도시를 여행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날 권해효는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먼저 공개됐던 '후쿠오카'를 관람한 관객의 반응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서독제에서 일부 관객들이 젊은 여성과 40대 후반의 남성이 함께 걷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반응이 있더라"라며 "요즘 한국 사회가 남녀간의 문제가 그냥 남녀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위계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직위, 나이, 이런 것들이 깊이 베여있다 보니까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요새 워낙에 흉흉한 일이 많다보니가 그런 시선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벌써 30주년을 맞이한 권해효는 "벌써 30년이 됐다. 그렇게 오래했는데도 아직도 이렇게나 못하나 싶다. 연기란건 하면 할수록 어렵다"며 "배우가 나이가 들어가면 굉장히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연기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만만치가 않더라"고 말했다.

30년간 배우로서 살아온 그는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연기를 할수있다는 건 능력이나 서포트로 가능한게 아니라 운인 것 같다. 이런 쇼비지니스에서, 일년에서도 수백 수천명이 뜨고 지는 이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빚지지 않고 내 몸뚱아리를 내세워 누군가의 것을 뺏지 않고 살아왔다는게 큰 행운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이 천직인 것 같냐'라는 질문에 "천직은 아닌 것 같다. 과연 천직이란 게 있을까 싶다. 사실 30대 때만해도 배우 일은 언제든 때려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배우로서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묻자 "일단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무언가를 절박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 일이 절박하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 일을 견디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는 저 나름대로 거리두기를 했던 것 같다. 이 직업의 영역군에 갇히는게 아니라 그 밖에서 내가 모르고 있던 세상에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바라봤던 것 같다. 그게 도움이 되거나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후쿠오카'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 '춘몽'(2016), '필름시대사랑'(2015), '경주'(2013) '두만강'(2009), '이리'(2008), '망종'(2005) 등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신작이다.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이 출연하며 오는 27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h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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