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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그림 대작(代作) 논란에 휘말린 가수 조영남의 공개변론이 28일 열렸다.
조영남 측은 "화투 그림을 구매한 이들은 잘 그린 그림이라서가 아니라 독특함에 끌려 그림을 구매했으므로 기망행위가 아니고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방송이나 지인에게 조수의 도움을 받는 사실을 공개했다. 피해자들이 만약 100% 그림을 그렸는지를 물었다면 조수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현대미술에 있어 작가가 조수 고용사실을 고지할 의무는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조영남은 직접 쓴 편지로 최후변론을 대신했다. 그는 "평생 가수 생활을 해왔지만 한편으로는 용문 고등학교 때 미술부장을 했을 만큼 미술을 좋아했다. 특히 현대미술을 독학으로 연구한 끝에 '광주 미술 비엔날레', 예술의 전당 초대전 등 40여차례 전시회를 개최하며 화투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불리게 됐다. 앤디 워홀이 평범한 코카콜라병을 있는 그대로 그려 크게 성공한 것에 착안, 우리 국민에게 가장 대중적인 놀이기구인 화투를 팝아트로 옮겨냈다. 그림을 그리며 조수도 기용하게 됐고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TV로 보여주기도 했다. 내 작업방식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변론의 쟁점은 미술저작권에서 사상과 감정의 표현방식과 시기, 대작화가와 보조자의 구별기준, 미술계에서 제3자를 사용한 제작방식이 허용되는지 여부, 제3자를 사용한 미술작품 제작 방식을 작품 구매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 미술계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인지 여부, 조영남의 친작 여부가 구매자들의 작품 구매의 본질적 동기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예술분야에서 예술작품의 가치 평가에 관한 사법 심사 기준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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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측 참고인인 표미선 전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작가가 작업량이 많다면 조수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생각으로 그린 것은 본인 그림이다. 갤러리에서도 묻는다면 대답은 하지만 작가가 직접 그린 것인지, 조수의 도움을 받은 것인지는 일반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작품의 가치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조영남도 조수를 쓴 것을 알고 있었다. 조수를 쓴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한 적도, 화풍이 달라졌다고 느낀 적도 없다"라고 전했다.
검찰 측은 조영남이 대작 작가에게 밀레의 원작을 보여주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 대화 내용을 공개했으나 표 회장은 "철학을 담아 가이드를 준 것이므로 조영남의 그림이 맞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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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16년 3월까지 송모씨로부터 200여점 이상의 완성된 그림을 건네받아 배경색을 일부 덧칠하는 등의 경미한 작업만 추가하고 서명을 했음에도 이런 방법으로 그림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피해자에게 그림을 판매하고 그 대금 상당의 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조영남의 작품이 온전히 자신의 창작물이라 할 수 없고 이를 구매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조수를 통한 작품 제작이 미술계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방식이고 화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조영남 고유의 아이디어라는 점, 구매자들의 주관적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기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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