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 "'파수꾼'보다 10배 힘들어"…윤성현 감독, '사냥의 시간'으로 얻은 무게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4-27 13:3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파수꾼'에 이어 9년 만에 '사냥의 시간'으로 두 번째 작품을 연출하게 됐는데, 딱 10배 더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싸이더스 제작)으로 무려 9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윤성현(38) 감독. 그가 27일 오전 진행된 국내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사냥의 시간'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파수꾼'에서 10대 청춘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 섬세한 연출력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괴물 신예'로 등극한 윤성현 감독. '사냥의 시간'은 그의 9년 만에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 '대세' 배우들이 총출동한 신작으로 많은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윤성현 감독은 10대 청소년들의 삶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조명했던 전작 '파수꾼'에서 나아가 신작 '사냥의 시간'에서는 희망이 없는 도시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위험한 계획에 나선 네 친구 준석(이제훈),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와 그들의 뒤를 쫓는 추격자 한(박해수) 간의 추격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압도적인 서스펜스, 여기에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까지 더하며 윤성현의 진화를 알렸다.

더불어 '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한국 영화 최초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비주얼텔러 윤성현 감독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신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윤성현 감독은 "의도치 않게 9년 만에 두 번째 작품을 보이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더 빨리 관객을 찾아뵙고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공교롭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영화를 오랜만에 선보인다는 사실이 슬프긴 했지만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기쁘다. 요즘은 관객의 반응도 찾아보고 있는데 호평이나 혹평 의견들을 하나씩 보면서 행복해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파수꾼'은 50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저예산 독립영화로 많은 화제를 모은바, '파수꾼'으로 단번에 '충무로 루키'로 떠오른 윤성현 감독은 총제작비 110억원의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충무로 대표 감독으로 등극했다. 이와 관련해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은 만드는 과정을 봤을 때 '파수꾼' 보다 10배는 더 힘들었다. 단편 때도 그랬지만 내가 만든 영화는 주로 드라마였고 사람에 관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의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이야기와 시나리오를 써왔는데 반대로 대사에 기대지 않는, 시청각적인 요소를 가득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당연히 해왔던 작품이 아니라 예산을 떠나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이 '파수꾼' 보다 스트레스도 많았고 고생스러웠다"며 "물론 '파수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얻었다. 미술과 촬영 등 전과 접근했던 방식과 완전히 달랐다. 그 안에서 많은 걸 얻었고 즐거웠다.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웃었다.

이어 "특히 '파수꾼' 때보다 훨씬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현실 배경이 아니라서 더 힘들었다. 톤 앤 매너 잡는걸 잡는 게 쉽지 않았고 미술적으로는 더 그랬다. 한국에서는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노하우가 많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형태였다. 하나씩 만들어가야 했고 스태프들과 같이 찾아가야 했다. 최대한 로케이션을 살리려고 했다. 낙후된 도시를 찾으려고 했고 낙후됐지만 신도시를 찾으려고 했다. 특이한 공간을 찾으려고 했고 그걸 기반으로 미술적인 세팅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이 너무 부족했다. '파수꾼'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예산 부족 문제를 '사냥의 시간'으로 느끼게 됐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파수꾼'에서 호흡을 맞춘 이제훈, 박정민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소감, 또 새로 호흡을 맞춘 안재홍, 최우식, 박해수 등에 대해서도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제일 먼저 이제훈에게 보여줬다. 이제훈과 박정민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라서 차기작도 같이 해보고 싶었다"며 "안재홍은 작품을 통해 만나지 못했지만 궁금했다. 내가 캐스팅할 때만 해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방송되기 전이었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는데 이제훈이 '족구왕'(14, 우문기 감독)을 추천해 보게 됐다. 굉장히 놀랐고 장호와 맞았던 것 같다. 최우식은 2011년도 한 영화제에서 단편 영화를 봤는데 그때부터 인상적으로 봤다.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는 배우였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작품을 하게 됐다. 이제훈과 박정민 못지않게 일방적으로 지켜보게 된 배우가 최우식이었다. 박해수는 어떤 영화에서 단역으로 나온 걸 보고 궁금해졌다. 그 뒤로 그가 출연하는 대학로 연극을 찾아보게 됐다. 박해수의 연극을 찾아보면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사냥의 시간'이 공개되기까지 많은 논란과 잡음이 발생해 연출자인 윤성현 감독의 속앓이도 만만치 않았다. 2017년 기획 이후 3년 만인 지난 2월 26일 국내 극장을 통해 정식 개봉할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개봉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는 코로나19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자 극장 개봉을 포기, 국내 상업영화 최초 넷플릭스를 통해 이달 10일 단독 공개를 결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해외 배급 대행사인 콘텐츠판다와 해외 배급 계약 문제를 정리하지 못해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결국 법원으로부터 해외 판매금지가처분 및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 받게 된 '사냥의 시간'은 당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한 날짜를 미루게 됐고 우여곡절 끝에 리틀빅픽처스와 콘텐츠판다가 합의에 도달, 두 차례 개봉 연기 끝에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논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공개 하루 뒤인 지난 24일에는 다양한 언어 자막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Ostmeer(동해)'를 'Japanischen Meer(일본어)'로 표기한 독일어 자막으로 논란을 샀다. 독일어 외에도 브라질식 포르투칼어, 헝가리어, 폴란드어, 덴마크어, 스페인어 등 총 6개 언어 자막이 동해를 일본어로 번역해 논란을 샀고 공개 24시간 만에 번역을 수정하면서 논란을 일단락지었다.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이 공개되기까지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공개됐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것에 대해 "상황이 상황이었고 우리 영화만 어려웠던 게 아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개봉이 밀려서 너무 안타까웠다. 원래 일정대로 갔으면 하기도 했다. 솔직하게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지나고 봤을 때 모든 사람이 다 어려운 상황이고 그 안에서 개봉이 밀리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다. 조급해하거나 불만을 갖기 보다 조용히 기다리면서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조급하게 기다리지는 않았다. 그저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라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 기회를 통해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이 가세했고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3일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단독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