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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아무도 모른다' 박훈 "첫 악역..악몽까지 꿀 정도로 몰입"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4-22 11:00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훈(38)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후 또다시 역대급 악역을 완성한 소감을 밝혔다.

박훈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2007)로 연기에 입문한 후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고, 2016년 KBS2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SBS '육룡이 나르샤'(2016), MBC '투깝스'(2017), SBS '조작'(2017), KBS2 '쌈마이웨이'(2017) 등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도 대사 한 마디 없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김은향 극본, 이정흠 연출)에서는 악을 택한 사람 백상호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선사했고, '좋은 어른'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박훈이 출연했던 '아무도 모른다'는 "좋은 어른을 만났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경계에 선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어른들의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으로, 최종회 시청률 11.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훈은 최근 스포츠조선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아무도 모른다'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좋은 어른 차영진(김서형)과 대척점에 서는 인물인 백상호를 연기하며 안방에 소름을 선사했다. 박훈은 "대본이 많이 나와 있었고, 후반부 스토리라인도 대략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악역인지 아닌지를 궁금해하는 것이 신기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이미 '악의 축'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다들 '착한지 나쁜지 모르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쓰여있다고 해서 전형적인 악역으로 할 수는 없었고, 입체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캐릭터 설명이 페이크(속임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더라.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매회 독특한 설정으로도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었던 박훈이다. 백상호가 할 법한 행동들을 하나하나 설정하며 시청자들에게 디테일을 찾는 재미를 줬다. 박훈은 "대본이 치밀하게 연결돼서 제 아이디어를 어떻게 연결할지 말씀을 드렸었고, 해석해보고 확장하는 과정을 거쳤었는데 그걸 많이 좋아해주셨다. 장치적으로 신경 쓴 것은 컵라면이나 캔커피를 은쟁반에 받쳐 막고, 캔커피를 고급 잔에 담아서 마시는 행위가 이 사람의 이중성에 대해 단순히 표현해본 거였다. 외모도 그렇고 그런식으로 빗나간 스타일링을 했었다. 외형적으로는 사실 전형적인 호텔 사장 느낌의 캐릭터로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분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중요했고, 아이들을 만났을 때 어떤 분들은 '밝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밝음 속에서도 하는 행동들을 보면 아이들에게 하는 행동들이 굉장히 섬?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아실 수 있을, 그런 입체적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그 덕분이었을까. 박훈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미친놈' 타이틀을 얻어냈다. 그는 "연기적으로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했다. 상호는 사실 악역이고, 살인사건에 연관된 인물이었다. 배우는 자기 자신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알함브라'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지만, 개인적으로는 대사가 없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대사가 많은 역할을 해서 제 자신을 뛰어넘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던 거다. 제가 하는 백상호는 제가 보여드린 첫 악역이었고, 전에 했던 색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드릴 때 그런 부분들을 매력적으로 생각해주시고 좋아해주신 게 아닌가 싶었다. 다음에는 이것과 다른 것을 보여드려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든, 아쉬워해주시든 성장한 밑거름이 되는 거고 그게 배우로서 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훈이 '첫 악역'이라고 표현한 만큼, 애착도 어려움도 동시에 있던 백상호다. 박훈은 "백상호는 악한 사람이고 범죄자이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며 합리화히지는 않았다. 표현을 입체적으로 하고 싶어서 백상호의 과거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백상호라는 과거가 저희 작품의 주제와 연결이 돼있고, 경계선에 산 아이들과 좋은 어른, 나쁜 어른, '당신은 어떤 어른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백상호의 어린 시절에 가족에게 버려진 시절에 나타난 어른이 착한 어른이고 좋은 어른이었다면 스스로 악이 되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텐데'라는 질문을 반대로 던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결과가 됐든, 악으로 태어난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저희작품의 주제와 빗나가는 거 아니겠나. 누군가와 잘못 만나서 잘못된 성장을 한 사람이었던 거다. 어떤 부분은 그저 '사이코패스다'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 드라마의 주제를 담을 수 없어서 성인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악몽까지 꿀 정도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그다. 박훈은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는 악몽을 많이 꿨다. 백상호의 과거를 계속 생각하니 자다가 잘 깨더라. 그래서 백상호의 트라우마 장면이 있던 주에는 고민이 많았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고 불쑥 튀어나오는 트라우마를 연기할 때에도 고민을 했다. '어디까지 해야 할까, 자칫 잘못하면 합리화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조심스럽게 표현하려고 했고, 어떤 질문을 시청자들에게 던질지 고민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드라마를 찍으며 애정이 깊었던 덕일까. 함께하는 배우들과 미리 만나 합을 맞춰보는 일도 잦았다고 했다. 박훈은 "밀레니엄호텔 같이 나오는 호텔 식구들. 배선아 박민아, 태원석, 신재휘 등 배우들을 많이 만났는데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라 백상호와 관계성이 묘했다. 완전한 가족도 아니면 가족 같은 느낌이 표현됐고, 이걸 현장에서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부탁을 드려서 촬영전에 매번 만나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우리끼리 리허설을 한 다음에 신을 만들어 감독님께 보여드렸다. 매번 미리 만나서 회의하고 보여드렸는데 그런 관계들이 드라마에 묘하게 나왔다. 그런 관계를 통해서 백상호라는 인물이 가진 이상한 면이 잘 보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다. 응접실 장면들이 좋았다. 악역을 연기했지만, 감정이 세게 표현되는 연기들 보다는 아이들과 함께한 장면들이 백상호를 표현하는 데에 주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랬기 때문에 박훈에게 '아무도 모른다'는 새 시도를 하게 해줬던 유의미한 작품이 됐다. 그는 "사실 이 작품에서 연기적인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했다. 저는 연극 배우로 시작했는데, 매체에 들어와서 연기를 했을 때는 전에 했던 연기와 달라서 제약을 받는 것이 많았다. 앵글에 연기를 담아야 하다 보니 움직임에 제약도 받았고 위축도 됐다. 과거 현장 분위기상 시간에 제약이 있어서 움직임을 많이 주는 부분을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노동시간이 생기고 촬영 현장이 사전제작으로 더 치밀해지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마음껏 움직이며 백상호가 가진 동물적 느낌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그걸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헌신적으로 도와준 스태프들이 있었고 그분들의 지지가 있어서 가능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해석은 제가 했지만, 완성은 스태프들이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훈은 "이 역할은 저에게 '첫 번째 악역'이라는 의미 이상은 없다. 이 과정을 밟았으니 또 다른 과정을 밟아야 한다.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좋아했다면, 또 이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새 시도를 해야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고,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고민을 해서 다음 작품에 가서 연기하고 그 과정에 있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박훈은 '아무도 모른다'가 종영한 뒤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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