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하이에나' 지현준이 '불혹의 전성기'를 거부한 이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4-15 12:27


SBS 금토 드라마 '하이에나'의 배우 지현준이 14일 서울 논현동 키이스트 사옥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4.14/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지현준(42)의 이상형은 이제부터 '정금자'다.

11일 최종회를 방송하며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김루리 극본, 장태유 연출)에서 지현준은 하이에나 같은 변호사들 정금자(김혜수)와 윤희재(주지훈)의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하찬호로 열연했다. 하찬호는 이야기의 중심이 됐던 이슘 그룹 이슘 홀딩스의 대표로, 내연녀였던 서정화(이주연)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재주목을 받았던 바 있다. 이슘 그룹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덕에 '하이에나'도 최종 14.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4일 오전 기자와 만난 지현준은 '하이에나'를 떠나보내며 "시원 섭섭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시청자로서 '하이에나'를 지켜볼 기회가 많았던 지현준은 "드라마를 더 보고 싶은 마음이다. 시청자의 입장과 같다. 이 드라마가 더 지속돼서 더 보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던 지현준은 초반 이혼 에피소드 이후 등장이 뜸했던 바. 그러나 서정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떠오르며 단숨에 극의 중심으로 다시 들어오게 됐다. 재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지현준은 "초반에 작가님이 '후반에 짧게 더 나오게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사건에 연루될지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뒤에 나올 부분에 대한 큰 기대감이 없었는데, 큰 사건에 등장하게 돼서 재미있었다"며 "사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이슘을 맡게 됐으니, 정신을 차린 버전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역시나 예상을 깨고 '깽판'을 치는 모습으로 나오게 됐었다. 그래도 이 사건으로 인해 서정화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것과 이슘에 대해서도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던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즌2에 대한 욕심도 더 커졌다. 이슘과 하찬호의 이야기를 더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지현준의 마음. 지현준은 "마지막회에서 서정화가 죽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게 되니 마음이 아팠던 것이 1번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송필중에 대해 복수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시즌2가 만약에 생겨난다면 '이렇게 복수를 해야겠다'하는 마음들이 생긴 거다. 저도 시즌2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그런 말들을 해주는 것들이 고마웠다. 만약 시즌2를 한다면, 모든 캐릭터들에게 할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찬호는 이슘을 맡은 뒤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정금자와 윤희재, '충'을 도우며 근사한 일들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드라마를 찍으며 이상형도 바뀌었다. 이제는 정금자 같은, 정형화되지 않은 '쿨'한 여성이 이상형이 됐단다. 그는 "정금자는 진짜 멋있는 사람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힘이 있고,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캐릭터라 그런지 가치가 있던 것 같다. 그 힘으로 주체적으로 뭔가를 하고,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여주인공을 보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면서도 처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김혜수 선배도 그런 스타일이다. 현장에서도 그렇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있고, 추진하는 능력도 있다. 그런 면들이 금자에 묻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SBS 금토 드라마 '하이에나'의 배우 지현준이 14일 서울 논현동 키이스트 사옥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4.14/
학창시절 책받침에 김혜수의 얼굴을 넣어 코팅할 정도로 팬이었다는 지현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김혜수를 처음 만나게 됐다고. 그는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환상을 가졌던 분과 대사를 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꿈과 현실이 만난 느낌이랄까. 저에게는 특별한 분이었다. 워낙 후배들에게 말씀을 너무 잘 해주시고 '편하게 대해달라' 부탁드렸는데 그래도 '현준 씨'라고 해주셨다. 연기 얘기도 나눌 수 있었고 너무 좋았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김혜수와의 연기를 통해 '매체 연기'에 대해서도 조금 더 배우게 됐다는 지현준이다. 다큐멘터리 PD를 하던 중 답답함에 뛰쳐나왔다는 지현준은 2004년 연극 '꿈'을 시작으로 연기에 도전, 그동안 뮤지컬과 연극 무대 등을 거치며 연기, 노래, 무용 등을 모두 섭렵하며 종합엔터테이너가 됐다. 의외의 이력도 뒤로하고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뒤 벌써 17년째 배우 외길을 달려오는 중이라고. 무대 경험에 비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의 연기 경력이 적었던 지현준을 위해 김혜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 지현준은 "김혜수 선배님은 처음부터 저를 보고 '좋다'고 해주셨다. '현준 씨가 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해주신 거다. 그래서 저도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카메라를 신경 쓰고, 매체에 맞는 연기를 찾아서 기술적으로 습득하는 것 보다는 마음껏 내 안에서 일어나는 그대로 보여주면 카메라에 어떤 순간이든 담기는 것들이 신기했다. 카메라가 잡아내는 생 날것의 연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이에나'에서는 마음껏 해보라고 판을 깔아준 김혜수 선배님과 (주)지훈이 덕분에 마음이 편안했다"고 말했다.


SBS 금토 드라마 '하이에나'의 배우 지현준이 14일 서울 논현동 키이스트 사옥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4.14/

SBS 금토 드라마 '하이에나'의 배우 지현준이 14일 서울 논현동 키이스트 사옥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4.14/

김혜수와 주지훈의 연기를 보는 것도 지현준에게는 공부가 됐다. 지현준은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정금자와 윤희재가 나온 모든 장면이다. 8회에서 봤던 두 사람의 키스신도 마치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기존의 멜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의 멜로이자 어른 멜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들도 드라마에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고, 그 이후 끝까지 키스신은 나오지 않았지만, 친구도 연인도 아닌 느낌으로 끝나서 더 좋았다. 건강하고 새로운 멜로의 느낌이었다. 거리도, 나이도 새롭게 느껴지는 멜로의 장이라는 생각이었다. 소파에서 함께 잠들었던 장면도 좋았고, 마지막회에서도 팔짱이나 손잡기가 아니라, 동등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가지 않나. 그런 연애, 그런 관계가 좋은 연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금자와 윤희재의 관계를 봤기 때문일까. 지현준의 연애관도 바뀌었다. 그는 "나이가 드니 생각도 많아지고 이상적인 연애 방향도 달라졌다. '하이에나'에서처럼 두 사람이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더 끈끈해지는 느낌이었다. 완전히 혼자일 수 있고, 하나일 수 있는 관계. 그런 사이가 유지가 되는 사이를 만날 수 없을까 늘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쉽지는 않다. 이상형도 이제는 정금자가 됐다.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쿨하고, 그런 연륜들이 보이는 관계가 너무 좋다. 서로를 과하게 배려하지 말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건강한 관계라는 생각이다"고 솔직히 말했다.

편집실을 뛰쳐나와 배우가 된 지현준은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현준은 "최근 '도깨비', '왕좌의 게임', '열혈사제', '부부의 세계'까지 드라마를 보는 것이 취미가 됐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장점이 뭔지를 보고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제부터 저는 제 매력을 발전해야 하는 순서인 것 같다. 지금까지 제가 연극, 무용, 뮤지컬로 쌓은 것들을 드라마에 잘 녹이면 새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과 도전욕구도 생겼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이에나'에서는 이지은(오경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저 같은 이런 외모로 정금자를 따라다니는 때로는 푼수 같고, 때로는 지켜줄 수 있는 다방면의 비서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고 밝혔다.

'불혹의 전성기'라는 말에 지현준은 조용히 반기를 들었다. 그는 "저는 배우를 선택할 때부터가 저의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하루종일 연극하고, 무용단에 가서 밥을 해먹고 그렇게 찾아낸 장점들이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환경이 바뀐 것 뿐이지 이 직업을 택할 때부터가 저의 전성기인 거다. 저는 제 길을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연기는 계속 재미있다. 좋은 작품을 할 때마다 제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변하는 느낌이 든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제가 캐릭터로서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되면 시야가 넓어지고, 또 누군가를 포용할 수 있는 힘이 넓어진다. 조금씩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데, 고통스럽지만 그게 저를 살아있게 만든다"고 밝혔다.

지현준은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예정. 이미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연기를 경험해본 바 있는 지현준이기에 해외 진출에도 뜻이 있다. '욕심 많은' 배우답게 연극도 평생 함께할 예정이라고, '해리포터'의 간달프로 알려졌지만, 여러 연극 무대에 서는 이안 맥켈런이나 MCU영화에 출연하지만 연극 무대에 계속해서 오르는 베네딕터 컴버배치처럼 연극을 꾸준히 할 에정이라고. 여기에 마블 MCU에 합류하고 싶다는 바람까지 드러낸 지현준의 앞날은 더 밝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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