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韓영화의 큰 밑거름 되길"…송강호→조여정, '기생충' 배우들이 말한 오스카의 의미(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2-19 16:1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일시적 관심이 아닌 한국영화의 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영화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대한민국을 넘어 오스카의 새 역사를 써 내린 주연 배우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꿈 같았던 오스카 여정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오스카 모두 처음 겪어보는 과정이었지만 봉준호 감독님과 작년 8월부터 오늘까지 6개월 정도 영광된 시간을 보냈다"는 송강호는 "좋은 성과, 그리고 한국영화 '기생충'을 통해서 전 세계 관객분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의 모습을 선보이고 돌아와서 인사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오스카 레이스 내내 봉준호 감독과 함께 미국에서 홍보 및 캠페인 과정을 함께 한 송강호는 "캠페인은 내가 아닌 타인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오스카 캠페인 과정이 상을 받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 세계인과 공감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 과정이었다. 캠페인 기간 6개월이 지난 지금, 내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위대한 예술가를 통해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기생충' 뿐만 아니라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까지 긴 시간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그는 "봉준호 감독과 20년을 함께했는데, 봉 감독이 가장 기뻐하는 순간을 목도한 게 이번 오스카 레이스 중 미국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배우들이 상(최고상-앙상블상)을 받았을 때 인것 같다"며 "이 사람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강호 다음으로 많은 캠페인에 참여한 이정은은 "늘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배우로서 큰 기쁨이어서 이 작품에 조금이라도 일조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스카 켐페인)에 갔는데, 생갭다 두 분(봉준호 감독, 송강호)의 인기가 커서 그냥 입을 '헤' 벌리고 따라다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감독님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유머 덕분인 것 같다. 사실 아카데미가 경쟁구도로 보이지만 모든 후보자들이 8월부터 캠페인을 함께 하면서 마치 동지 같다. 감독님은 그 안에서 상항 유머를 잃지 않으셨다"며 미국 현지에서의 봉준호의 인기에 대해 말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질문을 듣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현지에서 유창한 영어 인터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정은은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밤을 새워서 연습한 결과다. 대사를 외우듯 밤새 연습했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인터뷰를 하면 '배우가 돼서 할리우드는 한번 가봐야 되지 않나'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이번에 보니 한국 영화를 잘 만들면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않아도 이렇게 세계가 알아주더라. 할리우드 진출은 기회가 된다면 생각해 보겠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기생충'으로 할리우드 관계자의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맡은 부잣집 사모님 연교 역의 조여정 역시 "영화를 하고 작품을 인정을 받으면 영화를 만드는 우리끼리의 기쁨과 만족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성과를 모든 국민들이 기뻐해주시고 축하해주시니까 큰일을 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특히 이날 봉준호 감독은 조여정을 향한 미국 내 뜨거운 반응에 대해서 설명하며 "길을 지나다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만난 적이 있는데 '마침 어제 '기생충'을 봤다'며 그 자리에 서서 20분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20분 중 10분은 조여정 씨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조여정은 할리우드 진출 생각에 대해 묻자 "저는 사실 한국말로 하는 연기도 어렵다. 할리우드 진출은 고민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 한국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선균과 박소담, 장혜진, 박명훈 모두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질문에 조금씩 욕심을 드러내면서도 보다 국내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특히 배우들 모두 오스카에 다녀온 후 '영어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질문을 듣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오스카 수상 후 "아카데미가 선을 넘었다"는 인터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선균은 "살면서 이렇게 큰 벅참을 느낀 건 처음이다. 우리가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4개 부문에서 상을 받고 보니 아카데미가 큰 선을 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편견 없이 우리 영화를 보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기생충'이 시작되고 2년 정도가 지났다. 정말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패키지 여행이 이제야 끝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한국영화의 100년 역사를 황금종려상으로 마무리 짓고 새로운 100년을 오스카를 수상하며 시작한 것 같다. '기생충'의 성과로 인한 관심이 일시적인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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