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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 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역사 또한 새로운 신기록을 만들었다. '오스카 소 화이트(OscarSoWhite)'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100년 역사 가까이 백인 남성 위주의 수상을 이어간 아카데미지만 '기생충'이 이런 아카데미의 편견을 깨고 92년 역사 최초 외국어 영화 작품상을 수상한 것. 또한 올해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한 '기생충'은 역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 최다 수상이며 여기에 역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3번째 작품, 작품상과 국제장편영화상 최초 동시 수상, 역대 아시아 출신 감독 중 2번째 감독상 수상, 아시아 영화 최초 외국어 영화 중 6번째 갱상 수상, 아시아 여성 제작자 최초 작품상 수상 등 아카데미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렇듯 칸영화제부터 아카데미까지 점령하며 전 세계 '#봉하이브(hive·벌집)'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19일 기준 해외 영화제 수상 19개와 해외 시상식 수상 155개를 더해 무려 174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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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후보에 오른 모든 작품이 '오스카 캠페인'을 펼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중·소배급사인 네온을 통해 캠페인을 펼쳤다. 거대 스튜디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진행했지만 대신 열정으로 뛰었다. 그말인즉슨 나와 송강호 선배가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 열정으로 메꿨다. 정확하지 않지만 인터뷰만 600회 Q&A만 100회를 했다. 다른 경쟁작은 LA 시내, TV에 전면 광고를 냈지만 우리는 아이디어와 네온, CJ, 바른손이앤에이가 똘똘 뭉쳐 진행했다. 한편으로는 '바쁜 창작자들이 잠시 창작의 일을 멈추고 캠페인에 참여하나?' 낯설기도 했지만 반대로 5~6개월동안 진지하게 작품을 점검해보는 과정이기도 하더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카데미를 향해 '로컬 시상식'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도발은 아니다. 칸, 베니스, 베를린은 국제영화제이고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 영화제임을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그런 내 이야기가 SNS를 통해 번졌더라. 전략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이야기였다"고 웃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뿐만 아니라 '괴물'(06) '설국열차'(13)를 통해 빈부 격차 문제를 다룬 것에 대해 "빈부 격차를 다룬 작품이 처음은 아니었다. '괴물'과 '설국열차'는 SF적이지만 '기생충'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와 같은 현실에 기반한 분위기의 영화라 더욱 폭발력을 가진 것 같다"며 설명했고 또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차기작에 "지금 준비하고 있는 2편의 작품은 몇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작품이다. 평소 하던대로 준비하고 있다. '기생충'도 나를 포함해 모든 제작진이 평소 해왔던대로 해왔던 영화지만 오늘날 이런 결과를 얻었다. 늘 정성스레 만든 영화였고 그 기조가 다음 차기작에서도 이뤄질 것이다"고 소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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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도한 관심과 업부로 번아웃 증후군(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후군)을 받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2017년 개봉한 '옥자' 당시 이미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 '기생충'을 너무 찍고 싶어서 힘을 내 촬영했다. 오스카도 잘 끝냈다. 마침내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끝이 났구나 싶다. 2015년 곽신애 대표와 처음 '기생충'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행복한 마무리가 된 것 같아 기쁘다. 노동을 정말 많이한 것은 사실이다. 조금 쉬어볼까 했는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조금만 쉬라고 해서 고민된다"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방전됐다. 10시간동안 기내에서 기내식을 먹고 잠만 잤는데 생각을 정리하면서 시적인 문구도 남겨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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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HBO에서 드라마화되는 '기생충'에 대해 "밀도 높은 TV 시리즈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틸다 스윈튼, 마크 러팔로 출연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아직 공식적인 상황은 아니다. 아담 맥케이 감독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생충' 드라마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차근차근 준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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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봉준호 감독의 생가 보전·동상 설립 추진을 이야기 하는 것에 "나 역시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그냥 내가 죽은 뒤에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게 지나가리라 여기며 넘겼다.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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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영화에는 아주 잔혹한 악당이 나오지 않는다. 선과 악, 이분법적인 대립이 아니다. 각자 10명의 캐릭터가 드라마를 가지고 있고 이유가 있다.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영화 전체적인 플롯을 따라갈 때 색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나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기우(최우식)의 환경과 가까웠다. 박사장의 세상이 판타지였다. 그래서 그들의 생활을 표현하기 위해 취재원들이 중요했다. 그런 부분이 많은 분에게 공감과 동의를 샀다"고 덧붙였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스태프들은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거의 받을 일이 없다. 뒤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우리와 같이 함께 고생해준 아티스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장들 앞에서 수상 소감을 이야기 했는데 속으로 다짐한게 그들이 내게 준 상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주는 상이라는 의미를 받았다. 한국 돌아오는 내내 나만의 숙제를 안고 돌아온 것 같아 뿌듯했다. 정말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아카데미 수상 소감을 준비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잊어버릴까봐 빼곡히 적어놨는데 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그동안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 이야기를 한 번도 못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었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소감을 준비했다"고 말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양진모 편집감독은 "스태프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너무 신기하다. 여러 스태프의 노력이 이 자리를 만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답했다.
'기생충'은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등이 출연했다. 또한 '플란다스의 개'(00) '살인의 추억'(03) '괴물'(06) '마더'(09) '설국열차'(13) '옥자'(17)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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