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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일 아침까지 마실 준비가 됐다'는 재치 넘치는 수상 소감에 대해 묻자 "술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저런 한달간 미국에 있으면서 이분들이 말하는 '어워드 시즌', 거의 한 달반 동안 너무나 많은 시상식이 있었다. 스피치를 정말 많이 했다. 그러니까 오스카까지 오니까 수상소감 밑천이 바닥이 났다. 하다하다 할 이야기가 없어서 술 얘기 까지 하고 말았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이제 정말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칸부터 치지 않더라도 8월말부터 오스카 캠페인의 출발점이라고 불리는 시상식부터 강호 선배님과 거의 다섯달 반 동안, '기생충' 촬영 기간보다 긴 캠페인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제야 정말 끝났다는 기분이 좋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술을 먹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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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상식 마다 화제의 수상 소감을 전하는 봉 감독은 골든글로브에서 언급했던 '자막의 1인치의 장벽'에 대한 비유적 표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자막의 1인치 장벽을 말했던 건 게 골든글로브 때인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지금 와서 찬찬히 돌이켜 보면 내가 때늦은 발언을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서 "그때도 이미 장벽은 많이 허물어져 있었고 그때도 '기생충'도 이미 북미 극장가에서 많은 호응이 있었다. 그리고 요즘 세상 자체가 유튜브라던가 스트리밍 등등을 통해 장벽히 어물어져서 모두가 연결돼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기생충'도 훨씬 편하게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그때 저의 1인치의 장벽, 언어의 장벽, 자막의 장벽 등의 발언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로 하여금 그 장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는 시점이 더 빨리 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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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리에 함께한 송강호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뛰어난 성취를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살인의 추억'부터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까지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 송강호는 "'기생충'의 국내 제작보고회 때도 말씀드렸는데 저는 봉준호 감독의 리얼리즘의 진화를 20년 동안 지켜봤다. 어떻게 보면 이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봉준호 20년 리얼리즘의 완성에 와 있는 영화라고 감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칸에 가기도 전이었는데도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라며 "배우를 떠나서 팬으로서 '살인의 추억'부터 쭉 거쳐온 봉준호 감독만의 시대에 대한 탐구, 사회에 대한 성찰, 깊이 있는 시선을 느끼면서 늘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함께 작품을 계속 하냐는 질문에는 "다섯 번째 작품은 확신을 못하겠다. 너무 힘들다. 계단도 너무 많이 나오고 비 맞아야 하고 너무 힘들다. 다음에는 박사장 역을 한다면 생각해보겠다"고 센스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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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차기작 계획에 대해 묻자 "차기작은 두 편을 준비하던 게 있었는데 변함없이 그걸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한국어 영화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공포스러운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두 번째는 영어 영화인데 규모는 크지 않다. '기생충' 정도의 규모다. 영국 런던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조금 더 다듬어 지면 핵심적인 줄거리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지금 영화감독을 처음 꿈꿨던 14살의 봉준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일찍 자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렸을 때 늦게 까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건강에 다양한 문제가 생겼다"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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