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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김풍 "'냉부해' 첫 화부터 5년간 개근…30대 청춘 불태웠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9-11-26 08:50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웹툰작가 겸 방송인 김풍이 13일 서울 상수동의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상수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1.1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방송인 겸 웹툰 작가 김풍(41)이 5년간 함께 해온 '냉장고를 부탁해' 종영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대표 쿡방(음식 방송) JTBC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는 25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종영을 앞두고 서울 상수동 ?냐テ岳【 김풍을 만났다.

김풍은 '냉부해' 원년 멤버이자 유일하게 단 한번도 빠지지 않은 개근 멤버다. "셰프들은 로테이션해도 저는 한번도 빠진 적 없다"는 자부심만큼, '냉부해' 종영을 대하는 김풍의 속내도 같하다.

"'무한도전'도 종영한지 벌써 한참 됐는데, '냉부해'도 영원할순 없겠죠. 첫 출연 때 제 나이가 36세예요. 청춘의 끝무렵이고, 인생의 여름이었죠. 5년이 지난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이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했던 청춘이 끝나고 인생 2막이 열리는 셈이죠."

'냉부해' 초창기 김풍은 자취 요리 전문가로 소개됐다. 2012년 '올리브쇼'부터 시작된 김풍의 요리 방송 경험은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었다. 자체 개발한 신메뉴도 있고, 현직 카페 오너이기도 하다. 하지만 '셰프'는 여전히 버거운 호칭이다.

"셰프? 요리연구가? 어휴, 절대 아니죠. 취미로 하는 요리 애호가 정도가 어울리는 호칭 아닐까요. 첫 출연 때만 해도 누가 봐도 예능용 출연자였죠. 비(非)셰프라도 홍석천 형은 대단하지만, 저한텐 기대치가 없었잖아요. 어떻게 보면 셰프보단 3번째 MC였던 건데, 프로그램이 점점 진지해지면 잘리겠구나 싶었죠. 시청률은 오르고 스트레스는 심해지는데 그만두라 소릴 안해서 내가 먼저 나가겠다고 했어요. '이제 시작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단 한번의 녹화도 빠지지 않은 채 5년이 지났네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웹툰작가 겸 방송인 김풍이 13일 서울 상수동의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상수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1.13/
김풍이 돌아본 '냉부해' 방송 초기는 요리계의 '나는가수다'에 가깝다. 방송 분위기는 유쾌하지만, 녹화가 끝난 뒤는 살벌했다. 셰프들에겐 직업적인 자존심이 걸린 진심 승부였다. 15분짜리 간이 요리 대결이긴 하지만, 셰프들은 최선을 다한 요리가 '선택받지 못하면' 말 걸기도 힘들 만큼 분을 삭이곤 했다는 것. 김풍은 "전 셰프들 사이에서 눈치보기 바빴다"고 회상하며 "그 진정성이 '냉부해'의 원동력"이라고 단언했다.

그중에서도 중식 셰프 이연복은 김풍이 '사부'라고 부를 만큼 진한 사제 관계로 맺어졌다. 이연복은 앞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풍에 대해 "요리에 열심인 모습이 보기 좋고 기특해서 내 칼(중식도) 하나 주고 제자 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풍은 "사부님의 가르침대로 양파를 매일 2개씩 채썰었더니, 어느 순간 칼이 손에 익어 있어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사실 처음엔 방송 컨셉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겐 진짜 인생의 사부님이 됐어요. 성품이 좋으셔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걸 좋아하시는데, '냉부해'에선 제가 딱 그런 존재였던 거죠. 칼질 속도부터 비교가 안되잖아요. 머랭(meringue, 달걀 흰자에 설탕을 넣고 거품을 낸 것)이 기본인 요리를 하는데 그 머랭을 제때 치지도 못할 정도였으니까."


사진=JTBC
맛을 내는 아이디어나 플레이팅은 둘째치고, 요리의 기본기 차이가 엄청났다. 2~3가지 요리를 한번에 관리하는 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 '냉부해' 측도 이런 곤란함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김풍의 경우 다른 셰프의 도움을 받는 특권을 줬다. 여기에 전 MC 정형돈은 '유니셰프(유니세프+셰프)'라는 별명을 붙였다. 예능맛 한스푼을 더하면서도 긴장감도 놓치지 않았다. 김풍은 매시즌 주로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2018년에는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승률 2위, 통합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풍의 요리 지론은 '볼품 없어도 맛만 있으면 된다'다.

"그 대단한 사람들 상대로 제가 버틸 수 있었던 힘? 전 항상 조미료 많이 쓰고, 더 강하고 자극적인 맛, 국물을 적극적으로 추구했고…무엇보다 거침없는 '모방'이죠. 셰프들은 요리로 따지면 대학교수들이잖아요. 저야 요리에 무슨 자존심이 있겠어요? 현장에서 일대일로 배우고, 요리책, 유튜브, 요리방송 레시피 따라 하다가 궁금한거 전화해서 물어보고…천국 같은 방송이었어요. 뭐 5년쯤 되니까 사부도 파스타를 만들고, 샘킴도 탕수육을 하던데, 셰프들도 서로 많이 배웠지만, '냉부해'에서 가장 많이 얻은 사람은 단연코 저죠. 인생의 카테고리에 '요리'가 더해졌으니까."

김풍은 자신이 '냉부해'에서 선보인 요리들 중 '애벌레 밥'을 첫손에 꼽았다. 당시 자우림 김윤아의 아내 김형규는 "진짜 애벌레 느낌"이라면서도 김풍의 승리를 선언했다. 김풍 카페의 대표 식사 메뉴이자 '풍밥'이란 이름으로 모 항공사 기내식 컬래버까지 이뤄진 히트작이다. 이밖에도 이연희 출연 때 선보인 프리타타, 이제훈 편의 문어빵, 인피니트 성규 편의 토마토 계란탕 등이 김풍의 유명한 작품들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웹툰작가 겸 방송인 김풍이 13일 서울 상수동의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상수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1.13/
"김형규 씨 때 주제가 '만화에 나올 것 같은 요리'였는데, 냉장고에 대패삽겹살이 있었어요. 돌돌 말면 어떤 모양이 나올까? 싶어서 안에 밥을 넣고 겉에 삼겹살 말아서 쪄내듯이 지져낸 건데, 다들 가장 궁금해하는 제 요리가 됐죠. 모양은 좀 그렇지만, 재료가 재료니만큼 맛이 없을 수가 없어요."

김풍은 지난 3월 직접 카페를 열었다. 처음엔 작가 김풍을 위한 작업실에 커피도 마실 겸 카페를 곁들인 공간이었다. 이름을 굳이 '김풍 카페'로 짓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어느덧 카페의 비중이 커지고, 애벌레밥, 질풍 샌드위치 등 '냉부해' 메뉴들도 추가됐다. 종영하는 '냉부해'가 그에게 준 선물인 셈이다.

"시작은 끝을 내포하는 단어고, 언젠가 올 일이었지만…허하긴 하네요. 학교를 졸업하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동창생들은 다른 방송에서 계속 만날 수 있겠죠?"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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