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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⑤] 이승기 "15년간 슬럼프 4회..남자로서 중요한 시기"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11-25 07:00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승기(32)가 '엔터테이너'로 살았던 15년의 삶을 돌아봤다.

이승기는 2004년 1집 앨범 '나방의 꿈'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한 후 같은 해 MBC '논스톱 시즌5', 그리고 2006년 KBS2 '소문난 칠공주'로 연기에 도전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위치를 완벽하게 선점했다. 그의 대표작은 2009년 방영됐던 SBS '찬란한 유산'과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MBC '더킹투하츠'(2012), MBC '구가의 서'(2013) 등으로, 출연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KBS2 '1박2일'이나 SBS '강심장' 등에서 예능적인 감각을 뽐내며 '믿보 예능인'으로서의 위치까지 차지했다. 2016년 육군 현역으로 입대한 뒤 다음해 10월 만기전역한 후 홍자매의 작품이던 tvN '화유기'로 화려하게 복귀했고, 동시에 SBS '집사부일체'의 고정출연과 Mnet '프로듀스48'의 국민프로듀서 대표로 출연하며 예능인으로의 컴백도 함께했다. '집사부일체'로는 지난해 SBS 연예대상의 대상 수상자가 되며 화려한 복귀를 완성했다.

이승기는 올 한해도 누구보다도 바쁜 한해를 보냈다. 새 예능프로그램이던 SBS '리틀 포레스트'를 론칭해 광고를 완판시켰고, 넷플릭스와 '범인은 바로 너 시즌2'부터 '투게더'까지 촬영했다. 또 지난해부터 촬영을 시작해 '1년 농사'를 완성한 SBS '배가본드'(장영철 정경순 극본, 유인식 연출)로도 완전히 달라진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이승기는 극중 스턴트맨 출신이자 테러로 조카를 잃은 남자 차달건 역을 맡아 깊은 감정연기와 액션을 동시에 보여줬다.

16회를 끝으로 종영한 '배가본드'는 '수미상관'의 열린 결말을 완성했다. 차달선은 제롬(유태오)을 찾기 위해 블랙썬에 잠입해 국제용병이 됐고, 고해리(배수지)는 차달건의 복수를 대신하기 위해 제시카리(문정희)를 따라 로비스트가 되는 상상도 못한 전개가 펼쳐져 안방을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최종회 엔딩에서는 차달건이 자신이 제거해야 하는 로비스트가 고해리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고, 끝내 고해리를 저격하지 못한 채 총을 거두는 모습이 담겼다. 최종회는 13.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승기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배가본드' 종영 인터뷰를 가지고, 엔터테이너로 살았던 자신의 15년을 되돌아봤다. 가수이자 배우, 에능인으로서의 활약으로 쉼 없는 15년을 보낸 그는 여전히 "익숙해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승기는 "장르는 다르지만 어떤 형태로든 다른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는 고민은 늘 있다. 제일 노출이 많이 됐을 때 우려되는 점들은 음성의 익숙함이다. '이승기 보이스'에 대한 익숙함이 늘 신경이 쓰인다. 다른 것은 외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음성은 바뀌지않는다. 배우들은 음성이 익숙하지 않을 때 신선하게 들리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기대하는 것은 이렇게 끊임없이 가다 보면 저를 하나의 세계,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주시는 데에서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콘셉트의 것들을 해보려고 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기존에 해볼 수 없는 형태의 예능이나 여행 콘텐츠를 해봤다. 대만의 류이호라는 친구와 함께 '투게더'를 촬영했던 것도 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할 정도다. 한국어도 영어도, 중국어도 하면서 언어를 뒤죽박죽 써봤고, 그러면서도 소통이 되는 과정들을 보면서 제가 엔터테이너라는 위치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고민이자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승기에게 예능은 '일탈'이다. 그는 "저에게는 예능이 연예인으로서의 일탈이자 활력소다. 그 안에서 웃고 떠들고 재미있게 하는 것들이 좋고, 일상에서는 그럴 일이 없지 않나. 예능을 할 때 웃음으로 얻는 에너지가 상당히 크다. 그게 저를 계속 젊게 만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린 친구들과도 거리감이 없이 연결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했다.


예능에 대한 책임감도 남다른 이승기다. 군 전역 후 첫 활동으로 시작했던 SBS '집사부일체'는 '단순 이벤트성 예능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하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햇수로 2년, 그리고 100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승기는 "2년이 되어가고 100회가 된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많은 사부들을 만나면서 시도도 해봤고, 배우기도 하고 망가져도 보는 콘셉트를 가져갔다. '집사부'는 저에게 있어서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준 예능이다. 일정한 루틴이 없이사부에 따라 바뀌다 보니, '배가본드'도 힘든데 정두홍 감독님 나와서 또 촬영하고, 정찬성 선수가 나와서 또 얻어맞고, 다시 '배가본드' 촬영장에 가면서도 많이 열려간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어 이승기는 "예능을 할 때는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마음이 늘 있다. '집사부일체'도 사부가 늘 마르지 않는 샘물로 나올 수는 없다. 저희도 시작을 할 때 '시즌제로 가야 할까' 생각도 했는데, 일요예능이 사랑을 받다 보면 시즌으로 나누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래서 저도 그냥 달리는 중이다. 지난해 받았던 연예대상은 그날 회식 이후 모두 잊었다. 상이란 것은 받으면 감사하지만, 금방 또 현실로 돌아와서 잘 임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연기대상도 안 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건방지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는 '배가본드'를 하며 상에 대해 연연하지 않게 됐다. 어릴 때는 '가요 예능 연기 3대상을 받겠다'고 한 적도 있는데 그게 얼마나 어리석었나 싶다. 그러나 임하는 태도는 어느 배우, 가수, 예능인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이 때문에 가수로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군입대 전 깜짝 발표했던 '나 군대 간다'와 그 이후 깜짝 공개됐던 '그런 사람' 이후 3년간 가수로서 활동이 전무했던 이승기는 "늘 앨범을 낸다는 것이 마음에는 있지만, 군대를 다녀오며 목이 많이 상했다. 하도 크게 소리를 지르다 보니 목이 탁해지고 스크래치가 났던 것들이 회복이 안되는 느낌이다. 마음처럼 회복이 되지 않아서 요가도 하면서 자체적으로 몸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승기는 이어 "음악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고, 구상은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해보거나 말씀을 드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가수의 끈을 놓지는 않았고 싱글 음원이 나가는 것 보다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앨범을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저도 많은 생각이 쌓였고, 하고 싶은 콘셉트의 이야기를 앨범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그러려면 시간도 더 필요할 거고 고민도 더 필요하다. 앨범이 나오게 된다면, 미니앨범 향식으로 네 다섯곡 이상의 음원을 공개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승기는 늘 도전을 꿈꾸는 사람. 겉으로 보기에 '실패가 없는 사람'의 이미지가 큰 이승기이지만, 그는 크게 네 번의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중 하나의 슬럼프는 지금 현재다. 그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이 직업을 사랑하기 때문에 뭔가를 보여주고 싶고 제 능력을 증명하고 싶다. 그런 것 때문에 뭔가를 배우고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요즘에는 내려놓는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며 "연예계 활동을 하다 보면 누구나 슬럼프가 온다. 모든 연예인이 다 그렇다. 저는 데뷔하고 한 번, '1박2일'을 만나기 전에 한 번, 군대 가기 전에 한 번 심하게 왔었다. 그리고 그 다음이 요즘이다 요즘은 심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다른 느낌의 접근 방식이나 마인드를 다른 마음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슬럼프가 오면 남모르게 저 스스로 몸을 관리하기도 한다. 밖으로 알리기 보다는 그건 연예인 개개인이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 그럴 šœ 마음가짐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럴수록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은 가족들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와 아버지께 의지를 하게 된다. 예전엔 몰랐는데, 저에 대해 현명하게 잘 봐주는 사람들이다. 늘 연애를 꿈꾸기도 하지만, 지금은 마음처럼 잘 안되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은 순간이다. 20대 때는 하나에 꽂혀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다면, 이제는 예전만큼은 신경이 쓰이지는 못한다. 연애를 하게 되면 5년, 10년 전과는 제 분위기가 많이 바뀐 느낌이다. 이제 나이가 서른 셋, 넷이 되는 입장에서는 더 쿨해진 것 같다. 이젠 누군가를 만나야 할 시기는 맞는 것 같다. 제가 가정을 가지지 않을 것도 아니니까. 많은 분들의 데이터를 조합해 마흔 전에는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마흔이 넘어가면 결혼에서 멀어진다고들 하더라"고 말하며 가정을 이루고 싶은 꿈도 드러냈다.

이승기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지금 이 시기'를 돌아봤다. "안정적인 시기는 없는 것 같다. 늘 중요한 시기지만, 요새는 연예인과 남자, 사람 이승기의 정체성을 잘 정립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제 삶을 살아야 하고, 누가 봐도 저는 서른이 넘은 성인이니 인간으로서 삶의 가치관과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연예인으로서는 뭘 하고, 사람으로는 뭘 할지. 닥치는대로 다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서 가야 하는 시기 같다."

이승기는 '배가본드'를 마친 뒤 차기작을 검토하며 휴식기를 가진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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