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④] 정일우 "인생작은 '거침없이 하이킥', 인생캐는 영조"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5-02 12:18


드라마 '해치'를 끝낸 배우 정일우가 30일 오후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4.30/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정일우(33)가 인생작은 '거침없이 하이킥'이고, 인생 캐릭터는 '해치'의 영조라고 말했다.

정일우는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해 스타덤에 올랐고 MBC '돌아온 일지매'(2009), SBS '49일'(2011), tvN '꽃미남 라면가게'(2011)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또 MBC '해를 품은 달'(2012)에서는 양명 역을 맡아 김수현과 호흡했고 MBC '야경꾼 일지'(2014)를 통해서도 주연으로 활약했다.

정일우는 2016년 12월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대체복무했으며 2018년 12월 2일 소집해제 후 곧바로 SBS 월화드라마 '해치'(김이영 극본, 이용석 연출)에 합류해 주인공 이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일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해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이 열정 가득한 과거 준비생 박문수, 사헌부 열혈 다모 여지, 저잣거리의 떠오르는 왈패 달문과 함께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정일우 외에도 권율, 고아라 등이 출연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32회가 기록했던 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다.

정일우는 군 복무 전과 후 촬영장에서 달라진 것을 많이 느꼈단다. 그는 "촬영장에서 밤을 새지 않는 것이 바뀐 거 같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분위기를 잘 잡아주시고 촬영 감독님들이 열정적으로 해주시니 배우들도 잘 따라갔다. 주인공이다 보니 중심을 잡고 좋은 분위기에서 현장을 끌어가려고 노력한 거 같다. 분위기가 좋게 마무리가 됐다"고 말했다.

정일우는 "하루하루를 너무 치열하게 살았다. 지방 촬영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딸렸고, 촬영 중에 개인적인 일들도 있어서 제가 정말 가족처럼 지내던 강아지가 10년 넘게 키웠는데 갑작스럽게 죽었다. 드라마 후반부에 개인적으로도 힘들었어서 이번에 다양한 경험을 한 거 같다. 촬영을 마치고 드는 고민은 차기작이다. 복귀할 때부터 드는 고민은 사실 감사하게도 데뷔 때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촬영했는데 군대 가기 전에도 그렇지만 이제는 '스타'라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고 배우로서 인정을 받고 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일해야 평생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제가 정말 욕심나는 역할이라면 주인공이 아닌 단역이라도 출연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30대인데 40대로 갈수록 저에게 주어지는 롤이 작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오래 기억에 남는 배우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기작에서 뭘 해야지' 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이런 것들을 해나가다 보면 점점 발전해나가는 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드라마와 영화, 군대 가기 전에 해외 활동을 해놔서 해외 작품들도 들어오고 있다. 곧 차기작을 결정할 수 있을 거 같다. 앞으로 2년 넘게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일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히며 휴식기를 적게 가질 것임을 언급했다.

정일우는 또 "지금 쉬는 기분이다. 대사가 너무 어려워서 대본이 나올 때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앞으로 팬미팅이 꾸준히 잡혀 있다. 팬미팅 준비를 잘 할 예정이다. 차기작도 정해질 거 같다"며 "저는 롤의 크기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는 꼭 주인공을 해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롤에 크게 상관이 없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드라마 '해치'를 끝낸 배우 정일우가 30일 오후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4.30/

정일우는 또 "20대처럼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수도 없고, 배우가 줄 수 있는 무게감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륜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거 같다. 이경영 선배같은 무게를 가지고 연기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에서 최선을 다하면 쌓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며 "자극을 주는 배우들은 너무 많다. 저희 드라마를 찍으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정문성 형 같은 경우에는 '이 형 미쳤나' 싶을 정도로 악역을 너무 리얼하게 소화했다. 정말 귀엽고 저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잘 챙겨줬다. 제가 연기할 때 리액션을 하는 것을 보면 사실 알지 않느냐. 에너지가 잘 와 닿아서 그러다 보니 연기가 더 돋보이게 되고 그런 것들을 오랜만에 느꼈다. 문성이 형과는 그런 얘기도 했다. '연극 같이 하자'는 얘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보고 싶은 형이다. 이경영 선배님과 정문성 형은 오랫동안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고 했다.

대체복무를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에서 했다는 정일우는 삶의 끝자락에 있는 노인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저희 강아지가 촬영 중에 떠났는데 너무 미안했다. 아우가 저를 늘 문 앞에서 기다렸는데 죽을 때도 문 앞에서 숨을 거뒀다고 했다.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된 거 같다. 제가 모시던 어르신들도 떠나시는 분들도 계신데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다. 군복무를 하면서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정일우는 "어쨌든 이번 역할 자체가 사실 저는 계속 떠나보냈다. 아버지도 형도 다 떠나보냈는데 그럼에도 왕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극복해 나갔는데, 제가 '아우'(강아지)를 떠나보내면서도 리허설을 할 때도 눈물이 멈춰지지 않아서 후반 21부 쯤에는 눈이 부었었다. 프로가 사실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감정의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 사실 힘들었다. 그런 것들도 있다"면서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를 좋아하기도 한다. 진정성을 주는 작품을 좋아한다. 울림을 주거나. 저 최근에 듣는 건 '어벤져스 봤느냐'다. 촬영하느라 못 보기도 했지만, 그런 작품들이 주는 통쾌함도 있지만 울림을 주는 작품을 선호하고 그런 것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일우는 또 최근 잡지를 창간했음을 알리며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 질문을 하는 입장이 되니까 기자님들의 고충도 알게 됐다. 아티스트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잡지에 실을 예저인데 선생님들을 만나다 보니 배우로서 생각이 바뀌는 것도 있더라. 나문희 선생님이 해주셔서 감사했고, 제 작품을 늘 봐주시는데 이번에 칭찬해주셔서 감사했다. 대중들께 공유하고 싶기도 하다. 굉장히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일우는 "배우가 배우로만 비춰지기에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제가 말주변에 좋아서 1인 방송을 하기에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제가 가진 감성,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들은 팬분들, 대중들과 고민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창간 이유를 밝혔다.

정일우는 마지막으로 "20대 때 가장 후회한 것 중 하나는 공백기가 길었다는 거다. 공백기가 2년이었을 때도 있고, 보통 1년 반 정도였다. '나는 왜 그렇게 쉬면서 일을 했나' 싶다. 20대 때 할 수 있던 역할은 지금 못 한다. 40대가 되면 30대 때 할 수 있는 역할을 못할 텐데 가장 아쉽고 후회가 된다. 어떤 작품이 성공을 하고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아는 거다. 이제는 '하이킥' 때의 신드롬을 재현하고 싶은 욕심도 없다. 내가 이 작품으로 연기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 없을까가 가장 중심이고 중요한 일이다. '하이킥' 때는 '이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차기작들은 생갭다 흥행하지 않은 작품들도 있고, 그런 시기를 겪었는데 이제는 흥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상처받지는 않을 거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정일우는 "'하이킥'이 끝나고 나서도 굉장히 힘들었다. 데뷔작이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큰 사랑을 받으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걸 감당하기 버겁다고 생각을 했었고, 작품이 안되면 안되는 대로 '나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나의 롤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일우는 데뷔 10년차를 맞아 한 번도 물의를 빚지 않은 연예인으로 손꼽힌다. 그는 "대체복무를 하면서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제가 배우라는 이유로 밖에 돌아다니는데 불편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저 때문에 이제 길이 마비되거나 그러지 않기 때문에 알아봐주시면 감사한 일이고, 제가 큰 문제가 될 만한 일만 안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만 하지 않으며 활동하면 되지 않나 싶다. 얼마나 감사하냐. 많은 분들이 사랑을 해주신다. 이순재 선생님이 인터뷰하신 것도 봤는데, 사실 데뷔작에서 이순재 선생님이 저에게 귀가 닳도록 해주신 얘기가 그런 거였다. '네가 사랑을 받고 거기에 안주하지 말고 배우가 대중에게 갚으며 나아간다고 생각해야지 네 나이에 이런 돈을 벌었다고 우쭐하지 말라'는 얘기를 이순재 선생님이 해주셨는데 그런 것들 덕에 자아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기본을 잘 지키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일우가 생각하는 그의 인생작은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그는 "20대 인생작이 '하이킥'이라고 치면 인생 캐릭터는 영조라고 생각한다. 제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고, 제가 생각했던 연기가 틀렸던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서 시도를 많이 했는데 제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있어서 영조는 저의 30대 인생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고 짚었다.

정일우는 "30대에 많이 아파야 40대에 밝은 상황을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 중이다. 항상 자책하고 '나 왜이러지' 했는데 내가 잘한 부분은 저한테 칭찬도 해주고 저를 다져나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정일우는 '해치'를 마친 후 휴식시간을 갖고 차기작을 검토한다. 또한 3월 발행한 라이프스타일 잡지 '크리빗'의 편집장으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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