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불편하거나 따뜻하거나…'악질경찰'X'생일'이 세월호를 다루는 방법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3-26 10:36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온 국민에게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긴 세월호 사건.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영화들. 영화는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20일 개봉한 영화 '악질경찰'(이정범 감독)과 4월 3일 개봉하는 '생일'(이종언 감독).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를 다룬 영화 두 편이 연이어 개봉된다. 세월호 사건과 유가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두 편의 영화는 세월호를 다룬 최초의 극 영화이자 상업 영화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두 편이 세월호를 다루는 방식과 이 영화를 대하는 관객들의 반응 역시 엇갈리고 있다.

'생일'과 달리 '악질경찰'은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은 작품. '아저씨' '우는남자' 등 강렬한 액션 영화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이름과 '악질경찰'이라는 영화 타이틀을 보고 영화를 택했던 관객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세월호 사건에 관한 이야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인해 곤경에 빠지게 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와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미나(전소니)를 만나게 된 후 겪는 감정의 변화를 담아낸다. 하드보일드 형사 액션 영화의 외피를 띄고 있는 영화가 세월호라는 엄청난 참사를 점진적으로 표면에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질경찰'이 세월호를 다루는 방식은 불편하다. 영화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가진 캐릭터를 표현할 때 꼭 '세월호를 다뤄야만 했느냐'는 설득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악질경찰'의 스토리 전개는 세월호가 아닌 다른 사고나 병 등의 설정이었어도 가능하다. 조필호의 감정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영화가 '굳이 세월호를 다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 관객들은 전 국민적 트라우마를 안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물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 또한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일 개봉 이후 6일 동안 고작 20만 관객 밖에 모으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관람객들의 평가 역시 냉정하다.

반면 1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생일'에는 평단의 호평이 자자하다. 개봉 전이긴 하지만 앞서 진행된 일반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접한 일반 관객도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화 한다는 것만으로 '시기상조가 아니냐'고 우려를 샀던 기획 당시의 반응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생일'이 '악질경찰'과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월호 유가족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악질경찰'이 주인공 조필호의 감정 변화를 위해 세월호 유가족 캐릭터를 도구적으로 사용했던 것과 달리 '생일'은 유가족이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생일모임'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유가족이 상처를 홀로 껴안고 견뎌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껴안고 살아가야 할 이웃임을 강조하는 영화의 사려깊은 태도는 깊은 울림을 준다.

이는 연출자 이종언 감독의 공이 크다. 이 감독은 세월호 사건 이후 유가족을 위로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유가족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유가족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오다가 시나리오를 기획하게 됐던 것. 실제로 유가족들의 '생일모임'에 함께 했기 때문에 당시 느꼈던 감정과 유가족들의 생생한 모습을 따뜻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는 게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생일'의 개봉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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