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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끊어졌던 사극의 계보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16년 KBS가 '다산 정약용'의 편성을 문자로 통보했고,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등의 작품 이후 사극의 존재를 찾아볼 수 없게 되며 시청자들의 아쉬움도 커졌다. 사실상 사극은 '돈 덩어리'라고 할 정도로 들이는 비용이 만만찮은 작품들로, 제작사와 방송사의 큰 결단이 없이는 시청자들을 만나기가 힘들어진 작품들이다.
그러나 1919년 3·1운동으로 한반도가 태극기 물결로 뒤덮인 후 100년이 지났고, 다시 방송사들은 '사극 카드'를 들이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200억원, 많게는 300억원까지 사용하는 등 사극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방송사들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tvN '왕이 된 남자'(김선덕 극본, 김희원 연출)였다. 1000만 영화인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추창민 감독)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광대와 왕의 '인생 바꿔치기'를 고급스러운 문법으로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또 지난달 11일 출발한 후 줄곧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SBS '해치'(김이영 극본, 이용석 연출)는 MBC '이산'과 '마의' 등 다수 정통 사극을 써냈던 김이영 작가의 신작이자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영조 이금(정일우)의 젊은 시절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그동안 '사극=아버지 드라마'라는 생각이 강했던 방송가에서 '해치'는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두며 미니시리즈 시간대를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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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도 동학농민운동 125주년을 맞이해 대작 드라마인 '녹두꽃'을 준비했다. 200억원 규모의 작품인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 백이강(조정석)과 백이현(윤시윤)의 이야기를 담는다. '뿌리깊은 나무'로 SBS 사극의 새 역사를 만들었던 신경수 PD와 대하드라마의 꽃인 '정도전'을 쓴 정현민 작가가 손을 잡았다. 맥이 끊어졌던 사극의 역사를 두 사람이 함께 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정 작가는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간 전사들과 백성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드라마에 대해 설명했다.
KBS에서는 대하드라마의 부활이 논의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약산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현재 내부적으로 정리 중인 상황이지만, 캐스팅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또 KBS는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의군-푸른 영웅의 시대'를 기획하고 청년 안응칠에서 대한의군 참모장 안중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30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대작으로, 중국 현지 촬영 등 대규모 촬영이 예정돼 있다. 안중근기념사업회와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연합회와 함께 드라마를 만들어 역사적 고증에 힘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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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에서도 새 사극을 선보인다. 250억원 규모의 '나의 나라'가 그것. 대세 신예 배우들인 양세종과 우도환이 투톱을 맡았고, 설현이 합류했다. 고려 말과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한 사극으로 자신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수호에 관한 욕망을 그려낸다. 우도환과 양세종의 액션도 볼 수 있을 예정. 뿐만 아니라 장혁과 유오성, 박예진 등 출중한 배우들이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선보여질 사극에 쏟아지는 비용만 약 1000억원 규모다. 이같이 시장이 커진 데에는 그동안 사극을 찾아볼 수 없던 시청자들의 수요도 쏟아졌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각 방송사가 그동안 외면했던 사극을 쏟아내는 것은 흥행을 유지하는 데 사극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라면서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한 해를 맞이해 각 방송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자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극의 재 시작에 있어서 2019년은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 올해의 성공이 사극의 新전성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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