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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조현재 "'착한 눈망울' 콤플렉스, 3년 공백기로 이겨냈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10-02 12:28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주말특별기획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하 그녀말)'을 마친 배우 조현재를 만났다.

'그녀말'은 살기 위해 인생을 걸고 페이스오프급 성형수술을 감행했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고 만 한 여자가 조각난 기억의 퍼즐들을 맞추며 펼쳐가는 과정을 그린 달콤 살벌한 미스터리 멜로드라마다. 조현재는 극중 강찬기 역으로 열연했다. 강찬기는 SBC 아침뉴스 앵커로 세상 젠틀하고 다정한 이미지를 유지하지만 사실은 지은한(남상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정파괴범이다. 조현재는 이 사이코패스 불륜남 캐릭터를 소름끼치게 그려내며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조현재는 2000년 포카리스웨트 CF로 데뷔, 2003년 수애와 함께 MBC '러브레터' 주인공으로 발탁되며 '우진앓이' 신드롬을 불러왔다. 이후 '별의소리' '햇빛 쏟아지다' '구미호 외전' 등을 통해 일본 톱여배우 나카고시 노리코, 송혜교, 김태희 등 당대 톱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한류스타 반열에 올랐다. 군 제대 이후에도 그는 '49일' '광고천재 이태백' '제왕의 딸 수백향' '용팔이'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여전한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용팔이'에서는 첫 악역 연기가 호평을 받으며 '믿고보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주로 따뜻하고 젠틀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조현재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게된 것이다.

"제약을 두고 싶지 않다. 역할에 대한 제약 없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할 때 힘들고 괴로울 수록 시청자분들은 그런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고생을 많이할수록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 앞으로도 정말 독특하거나 이런 캐릭터에 대해 열어두고 싶다. 이 작품을 하며 더 열린 것 같다. 초반에 너무나 극혐 캐릭터라 남들이 기피하는 역할이었다. 해도 될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오히려 강찬기 역할을 하며 더 열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해왔던 역할들을 생각하면 비슷한 역할이 많았다. 그래서 늘 목말라 있었다. 20대 때는 반항아 역할이 절대 안들어왔었다. 정말 하고 싶었는데도 그랬다. 그때부터 반대적인 역할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런 캐릭터를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조현재는 '용팔이' 이후 3년 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나이도 들어가고 비슷한 역할을 계속 하기에는 그래서 미룬 것도 있다. 본의아니게 흘러갔던 것 같다. 이전에 공백기라고 하면 내가 내 스스로에 제약을 두기도 했다. 일을 안하고 있는 거지만 일을 계속 갈망하고 있어야 하니까 배우로서 힘들 때도 있었다. 늘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고 정신과 피지컬을 계속 관리하고 있어야 하고 끈을 놓지 않고 지내왔다. 언제나 대중 앞에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야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살아가고 있더라. 그런 점들이 때로는 지루하고 그런 현실이 무겁게 다가올 때도 많았다. 조금더 좋은 모습, 다른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야겠다는 막연한 희망만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예전과 너무 겹치는 역은 피했던 경향이 있다. 마음처럼 계획대로 할 수 있으면 사실 좋겠다. 하지만 그런 직업이 아니다 보니 그 또한 내가 갖고 가야할 숙제 아닌가. 앞으로도 그렇다. 나이가 들텐데 계속 업앤다운은 있을 것 같다. 공백기가 나를 다르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스스로를 다독였다. 신중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삶의 무게가 다른 역할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차차 생각도 열렸다."


그렇다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해소됐을까.

"다르게 봐주셔서 감사한 것 같다. 항상 나한테 '저 착한 눈망울로 어떻게 악역을'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20대 때 그 흔한 반항아 역할도 못했었다. '저 사람은 실제로도 착할거야'라는 선입견이 힘들었다. 나는 화를 안낼 것 같고, 신나는 음악은 안 들을 것 같은 이미지들이 만들어지는 게 좀 있더라. 학창시절에도 만약 싸움을 하면 선생님께서 '네가 어떻게 그렇게 싸울 수 있니'라고 하셨다. 역할에 제약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이 역할을 더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남들이 안하는 걸 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한 것도 있다. 독기가 있어야 한다는 그런 것에 대한 해소는 된 것 같다. 하지만 갈증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 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이 생긴 것 같다. 다음에도 다른 악역을 표현해보고 싶다. 이런 성격 강한 캐릭터를 맡는다는 건 배우로서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도 더 다른 캐릭터를 많이 해보고 싶다. 이런 얼굴에서 표현하는 게 어떻게 보면 더 섬뜩할 수도 있다. 사실 범죄자라는 건 외모에서 나타나는 건 아니다. 사실 나같은 이미지로 표현하는 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름돋는다' '눈빛이 달라졌다'는 말에 쾌감이 있다. 더 잔인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배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없을까.

"스스로 가둬둘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스스로 이런 이미지가 아니라는 제약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누구처럼 해야 잘한다는 매뉴얼들이 있는데 그런 걸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본인이 만들면 본인의 길이 아닐까."

조현재는 '원조 신부오빠'이기도 하다. '러브레터'에서 안드레아 역으로 신드롬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그런 '원조'가 볼 때 최근 '손 the guest'의 김재욱 등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신부 오빠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시대가 바뀌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센 감정도 많이 좋아해주시는구나 싶었다. 요즘에는 너무 생활하기 불편할 정도다. 나도 앉아있기가 불편할 정도의 옷들이 있다. 그런 수트를 입는 게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트렌드이니까 안 입어본 옷도 입어봐야 하지 않을까."

조현재는 최근 '동상이몽' '인생술집'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동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사실 20대 때는 많이 내성적이어서 예능 출연을 꺼렸다. 나는 남들보다 말도 느리고 예능의 빠른 호흡과 예능감이 없어서 무조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도 열리는 것 같다. 예능에 나가도 선비 캐릭터로 봐주시더라. 개인적인 조현재는 안 바뀌는구나 싶었다. 유재석 하하 씨처럼 성격적으로 바뀌면서 예능감을 할 수는 없다. 그걸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사실 SBS 측에서도 내가 나가기를 좀 바라셨다. 홍보도 되고. 그래서 그런 사명감에 나간 것도 있다. 드라마 잘되라는 마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잘 맞는 게 있다면 할 것 같다. 내가 나가도 그쪽에서 괜찮으시면 나가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부부 예능 출연의향도 있을까.

"그건 내 권한이 아닌 것 같다. 아내의 결정이다. 와이프가 괜찮다면 같이할 수도 있겠지만 결정권은 순전히 100% 아내에게 있지 않을까. 지금은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있는 것 같더라."

조현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물색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다음 작품을 위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충전해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독서든 여행이든. 몸관리 잘 해야겠다. 아내가 4개월 동안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챙겨줘야겠다 싶다. 같이 시간을 많이 못 보냈으니까 여행도 가고 맛집도 자주 가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웰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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