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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예지원의 명대사가 화제다. 로봇처럼 건조한 말투 속에서 묻어나는 묵직한 인생의 깊이가 시청자들에게 남다른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붙잡고 싶어도, 빨리 흘려 보내고 싶어도 알아서 지나가는 게 시간이에요. 알아서 지나갈 시간, 흘러가기도 전에 외면해버리면 정말 중요한 것들도 그 시간에 그냥 휩쓸려 가버려요. 후회해도 그땐 이미 늦더라고요(11회)
타인과 자신을 철저히 분리하며 살아온 우진은 자신의 차단막을 자꾸만 파고드는 서리의 존재를 버거워 한다. 그러나 이미 우진은 갈 곳이 없는 서리의 더부살이를 승낙한 상태로, 한달이라는 시간을 버텨내야만 했다. 이에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며 하소연 하는 우진을 향해 제니퍼가 하는 말.
서리에게 마음을 열게 된 우진은 약속했던 한달이 끝나감에 아쉬워한다. 그렇지만 이미 서리는 이삿날을 잡아둔 상황. 이에 우진은 앞서 제니퍼가 했던 조언(11회)을 떠올리며 '시간이 이젠 좀 천천히 갔으면 했다'며 쓸쓸해 하고, 그런 우진에게 제니퍼가 건네는 말.
묵은지 동충하초 보이차.. 세상엔 오래 묵혀 둘수록 좋아지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사람 사이의 편치 않은 감정은 오래 묵혀 둬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사람 사이의 틈이라는 건 늘 한 마디를 덜해서, 해야 될 한 마디를 삼켜서 생길 때가 많아요. 삼켜 버린 그 한 마디 때문에 틈이 더 벌어지기 전에 제자리로 돌려놓는게 좋을 것 같은데(23회)
우진은 서리의 가슴 아픈 사연을 상품화하려는 원 뮤직 페스티벌 위원장의 속내를 알고 분개했다. 이후 우진은 서리가 상처받을까 걱정해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 다짜고짜 바이올린 공연을 그만두라고 막아 세웠다. 그러나 결국 모든 내막을 알게 된 서리는 속상한 마음에 우진에게 원망을 쏟아냈고, 두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진의 속앓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제니퍼가 건넨 조언.
한편, 이 같은 제니퍼의 말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한층 묵직하게 꽂히는 이유는 단어 하나 하나 뒤로 드리워지는 인생의 그림자 때문이다. 알파고 같은 무미건조한 말투 뒤에서 깊은 슬픔이 느껴져, 이 모든 조언들이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 현재 제니퍼 역시 13년 전 교통사고와 관련이 있는 인물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에 그의 깊은 슬픔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증이 고조되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제니퍼의 과거사에 관심이 높아진다.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멘탈 피지컬 부조화女'와 세상을 차단하고 살아온 '차단男', 이들의 서른이지만 열일곱 같은 애틋하면서도 코믹한 로코로 '믿보작감' 조수원PD와 조성희 작가의 야심작. 오는 10일(월) 밤 10시에 25-26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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