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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게임 개발사 CD 프로젝트 레드(CD PROJECT RED, 이하 CDPR)가 신작 '사이버펑크 2077' 플레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이 모두 공개되기까지 9시간이 걸렸지만, 유저들이 이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CDPR은 8월 27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에 생성된 공식 채널에서 '데이터 전송 진행 중(Data Transmission In Progress)'이라는 제목으로 생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에서는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만 나타난 명령어 입력 창이 4분 30초 동안 나온 후, 배경을 가득 메운 복잡한 글자가 끊임없이 나왔다.
화면은 무려 8시간 35분 동안 글자로 도배됐다. 그동안 방송을 시청하던 유저들은 글자가 무슨 내용인지 해독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업로드 시작(Starting upload)'이라는 문구와 함께 진행률이 퍼센트로 표시되면서 무언가 시작되려 하는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생방송이 시작된 지 9시간 만에 '사이버펑크 2077' 플레이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개발자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게임 내 시스템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연출 등을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영상은 48분 정도 계속됐다. 게임 플레이 영상치고는 긴 분량 덕에 9시간 넘게 기다린 유저들은 대체로 만족한 모습이었다.
영상 말미에는 CDPR이 유저에게 보내는 짧은 메시지도 나왔다. 메시지에서 CDPR은 "개발자가 공개한 게임 플레이 영상은 실제 게임 모습과 플레이 방식을 반영하는데 현재 '사이버펑크 2077'은 개발 중인 상태이므로, 언제든지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게임이 어떤 모습인지 공개하기를 망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CDPR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번 검토한 끝에 현재 상태가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고, 이를 가장 예리하고 열정적인 관객인 유저분들께 공개하기로 했다"며 "'사이버펑크 2077'에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리며 소중한 의견을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다"고 말했다.
'사이버펑크 2077'은 1990년 발매된 TRPG '사이버펑크 2020'을 기반으로 제작된 1인칭 오픈 월드 RPG다. 원작에서 50여 년이 지난 미래, 미국에서 가장 살기 힘든 도시 '나이트 시티'를 배경으로 용병인 주인공 'V'가 겪는 일을 그려냈다.
지난 2013년 1월 10일 티저 영상이 공개된 후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된 '사이버펑크 2077'은 2016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게임 산업 지원 프로그램 'GameINN' 대상으로 선정돼 3천만 즈워티(약 84억 원) 규모 지원금을 받았다.
이후 CDPR은 올해 6월 북미 최대 게임 쇼 'E3 2018'에서 시연회를 열었다. 당시 게임을 체험한 매체들은 연이어 호평을 쏟아 냈고, '사이퍼펑크 2077'을 올해 E3 최고 게임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자막, 음성 한국어화 소식도 발표돼 국내 유저들도 큰 기대를 품게 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이번 생방송을 시청한 유저 수는 30만 명을 넘겼다. 플레이 영상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250만 건에 근접했다.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유저가 '사이버펑크 2077'을 기대하는지 알 수 있고, CDPR에 보내는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그동안 CDPR은 유저 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 'DLC(DownLoadable Contents)는 게임 개발사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편견을 깨고 모든 DLC를 무료로 배포하는가 하면, 복제 방지를 위한 저작권 보호 장치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을 제거하고도 2천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여기에 직접 운영하는 게임 판매 사이트 GOG에서 자사 게임을 구매할 경우 상당한 특전을 제공하고, 게임에서 부족한 부분을 강화한 '인핸스드 에디션(Enhanced Edition)'을 기존 구매 유저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면서 유저 친화 정책을 펼쳤다.
이처럼 유저와 신뢰를 쌓아온 CDPR은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신작 정보 공개를 9시간이나 기다리면서 서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이를 아는지 CDPR은 일반적으로 게임 플레이 영상에서 게임 내용을 10~20분 정도 분량만 공개하는 기존 게임사들과 달리 게임 내용을 50분가량이나 공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7년 '더 위쳐'를 발매한 후 2018년 '?트: 더 위쳐 카드 게임'까지 10년 동안 '더 위쳐' 시리즈를 이어온 CDPR은 무료 DLC, DRM 반대, 보너스 콘텐츠 제공 등 유저 친화 정책으로 유저와 신뢰 관계를 쌓아 왔다"며 "아직 출시일도 미정인 '사이버펑크 2077'은 이를 바탕으로 '출시되면 무조건 구매한다'는 '콘크리트 유저'층을 전 세계에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