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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런닝맨' 이광수 막말 논란, 과연 '돌' 맞을 논란인가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8-05-28 10:07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런닝맨' 이광수가 뜬금없는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27일 SBS '런닝맨'은 AOA 설현-혜정, 위너 송민호-강승윤, 모모랜드 주이, 우주소녀 다영과 함께 '좀비 커플 레이스'로 진행됐다.

이날 좀비 커플 레이스는 '백신인간' 송민호의 맹활약 속에 '모체좀비' 혜정과 유재석이 검거되며 '인간'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이광수가 했다는 '막말'에 대해 지적이 제기된 것.

문제가 된 발언들은 다음과 같다. 첫 예능 출연에 적응하느라 당황하는 주이에게 "정서 불안 아니냐"고 한 것, 자신의 과거 영화속 모습으로 놀리는 멤버들에게 "닥쳐"라고 소리지른 것, '모체좀비'임이 밝혀진 혜정에게 "너 꽃뱀이지?", "혜정이는 불여우입니다!"라고 말한 것 등이다.

하지만 이를 '논란'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광수의 '막말' 캐릭터야말로 그를 흔한 모델 출신 배우에서 이른바 '新아시아프린스'로 만들어준 원동력이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런닝맨' 팬들은 대부분 이런 그를 사랑한다.

'런닝맨'은 지난 2010년에 시작돼 어느덧 방송 9년차를 맞은 장수 예능이며, 이광수는 중국 SNS 팔로워가 800만을 넘길 만큼 런닝맨 출연자 중 가장 인기 있는 출연자다. '기린(큰 키)'을 제외하면, '배신(스파이)의 아이콘', '얌생이', '꽝손의 신' 등 이광수의 별명들은 모두 런닝맨에서의 활약을 통해 얻은 별명이다.

이광수의 버릇없는 막내 캐릭터는 선후배도, 남녀도 가리지 않는다. 유재석-지석진-김종국 등 형들에게 지지 않고, 되려 큰소리를 지르며 대든다. 발로 걷어차고, 물에 빠뜨리고, 머리를 휘어잡는 등 송지효와 이광수는 격의없는 남매 케미로 사랑받았다. 지금도 전소민과의 '얌생이' 케미가 이어지고 있다.

이광수는 당해주는 '샌드백' 역할도 주저하지 않는다. 큰 키와 수려한 외모를 갖췄지만, '능력자' 캐릭터는 김종국과 유재석에게 양보하고 주로 못생김과 허당 역할을 맡아 넘어지고 구르고 시달린다. 여성 출연자들도 '유느님'이나 '능력자'와 달리 이광수를 막 대하고 괴롭힌다. 이날 방송 시작부터 설현에게 과거 예능속 러브라인을 언급하다 "기억 안난다"는 일침을 맞은 것도, 미션 도중 좀비 연기를 가장 먼저 펼친 것도 이광수였다.


'런닝맨'은 컨셉트 자체가 온갖 깐족거림과 견제, 놀림 속에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이광수를 향했던 잣대를 그대로 다른 출연자의 발언에 들이대보자. 오프닝만 봐도 이광수 정도의 발언은 넘쳐난다.


'런닝맨'의 여자 고정멤버 송지효와 전소민이 등장하고, 멤버들은 심드렁하게 맞이한 뒤 "자, 다음!"을 외친다. 명색이 여배우인 두 출연자에게 무례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뒤이어 하하는 AOA 설현과 혜정이 등장하자 "(너희들은)쨉도 안돼"라며 놀리고, 유재석은 "전소민은 웃으니까 한민관이랑 더 비슷해보인다"고 그녀들의 외모를 지적한다.

다영은 올해 갓 스물(1999년생)로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아이돌이며, 예능 출연도 신예에 가깝다. 게다가 컨셉트는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흥부자'. 그런 다영에게 유재석은 "동엽이형이 나오셨다"고 소개한다. '눈코입이 모인 얼굴이 신동엽과 닮았다'는 어린 여자아이돌의 외모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다. 현실적으로 유재석이나 하하의 외모는 연예인 기준 상위권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는 런닝맨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일 뿐이다. 전소민은 위너의 송민호와 강승윤이 등장하자 "오빠들도 ?도 안돼! 푸석푸석해!"라며 맞받아친다. 다영은 신동엽식 말투인 "안녕하시렵니까"로 인사를 건네며 분량을 확보한다.

멤버와 출연자의 입장이 반대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세형은 주이에게 "함께 안대를 쓰고 다닐 준비가 되어있다"며 대시했지만, 주이는 "괜찮아요"라며 거절했다. 설현은 "저한테 좀비 같은 거 맡기지 않더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남자 멤버들 중 '능력자'인 김종국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낸 끝에 커플로 성사된다.

이날 일부 시청자가 문제삼고 나선 이광수의 발언들은 누가 봐도 '막 던지는 농담'이다. 심지어 이광수가 영화 속 물고기탈을 끄집어낸 놀림에 "닥쳐, 그만해!"를 소리높여 외칠 때도 배경에는 웃음소리가 깔린다. 여성 출연자들도 "광어", "거두절미", "아귀" 등을 언급하며 동참한다. '불여우'나 '정서불안'이 불쾌하다는 지적이 얼마나 단편적인지 알수있다.

그럼에도 '꽃뱀'은 문제가 될만하다. 하지만 이 또한 제작진이 문제를 인식하고 자막에 '사기꾼'이라고 정정했다. 최근 예능 속 장면이 영상이 아닌 캡쳐로 자주 거론됨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물론 이광수가 혜정을 모욕하려는게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묘사하려다 실수한 것임도 명백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무한도전' 종영 이후 '런닝맨'에 대한 지적이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무도'의 핵심 멤버 유재석과 하하가 출연하는 만큼 '무도' 시청자에게 적합한 예능일수 있다. 하지만 박명수나 노홍철에 익숙하고, 그들의 방송 스타일을 사랑했던 '무도'의 시청자에게 '런닝맨'이 불편할리 없다. '런닝맨'의 초창기 인기요인 중 하나는 '무도' 초창기를 보는듯한 '깐족 유'였다.

런닝맨 속 이광수가 깐족거림이 과하고 에너제틱한 반면, 현실의 그는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 배우다. 런닝맨 초창기 이광수가 병풍에 머물렀던 것도 이 같은 소심함 때문이었다. 멤버들과 친분이 쌓이고 그가 방송에 적응하면서 우리가 아는 '예능神' 이광수가 탄생했다.

따라서 이광수와 런닝맨식 유머가 불편한 일부 시청자들이 아닌, '런닝맨'을 아끼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광수의 막말보다 막말 운운하는 지적을 더 불편해한다. 시청률 하락 등의 이유로 폐지 또는 대대적인 멤버 교체가 거론되던 게 고작 1년반 전의 일이다. 이광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런닝맨'의 재미를 상당수 책임지고 있다. 혹여 이 같은 논란으로 인해 이광수나 다른 런닝맨 멤버들이 위축되기라도 한다면, 부활의 날갯짓을 하던 '런닝맨'이 도로 가라앉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런닝맨'과 같은 시간대에는 '복면가왕'과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방송된다. 둘다 '런닝맨'에 비해 유머코드가 정석적이고, 호불호가 덜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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