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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이해영 감독 "故김주혁 열연 덕에 '독전' 격 높아졌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5-25 09:38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김)주혁 선배의 연기 덕분에 '독전'의 격이 높아진 것 같아요."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 '독전'(이해영 감독, 용필름 제작). 작품을 연출한 이해영(45) 감독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독전'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를 전했다.

중국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을 원작으로 한 '독전'은 여러 장르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온 이해영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05, 박찬욱 감독) '박쥐'(09, 박찬욱 감독) '아가씨'(16, 박찬욱 감독) 등을 통해 남다른 스토리텔링 능력을 선보여온 정서경 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된 갱으로 제작 단계부터 입소문이 난 작품이다.

여기에 하나의 타깃을 좇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빈틈없는 열연을 펼치는 명배우들의 조합을 선보인 '독전'은 조진웅을 주축으로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고 김주혁까지 그야말로 충무로에서 본 적 없는 독한 연기의 끝을 펼쳐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또한 강렬한 액션과 감각적인 미장센이 더해진 '독전'은 여타 다른 범죄극과는 차별화된 매력과 '비주얼버스터'다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무엇보다 5월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 '데드풀 2'(데이빗 레이치 감독)가 장악하고 있는 극장가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독전'은 개봉 첫날이었던 지난 22일, 단번에 흥행 1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질주를 시작했고 이후 연일 흥행 정상을 수성하며 굳히기에 돌입했다. 특히 '독전'은 한국영화로는 '어벤져스3' '데드풀 2'를 꺾고 6주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독전'은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비운의 작품이기도 했다. '독전'은 올해 상반기 개봉한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이하 '흥부', 조근현 감독)에 이어 지난해 충격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주혁의 유작이 된 것. 극 중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으로 특별출연한 그는 강렬한 악역으로 등장,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책임지며 그야말로 폭발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주혁은 생전 마지막 연기 혼을 '독전'으로 쏟아낸 것.


이해영 감독 역시 부르기만 해도 먹먹한 이름이 돼버린 김주혁에 남다른 존경과 애정이 있었다. 비록 '독전'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지만 오래전부터 김주혁을 동경했던 이해영 감독. 예상보다 더 뛰어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천생 배우'였다고 그와의 추억을 곱씹었다.

"(김주혁은) 너무 잘하는 배우잖아요. 사실 김주혁 선배를 캐스팅하겠다 마음먹은 작품이 '비밀은 없다'(16, 이경미 감독)였어요. 김종찬의 독기 어린, 센 느낌의 얼굴이 너무 좋았고 곧바로 '독전'의 진하림을 떠올렸어요. 김주혁 선배가 '비밀은 없다'에 이어 '독전'으로 연기에 불이 붙을 것 같았죠. 그런데 '비밀은 없다'와 '독전' 사이에 '공조'(17, 김성훈 감독)로 악역의 끝을 보여주더라고요. '주혁 선배, 거기('공조')에서 다 보여주면 전 어떻게 해요'라고 투정 부리기도 했어요(웃음)."


이해영 감독이 떠올리는 작품 속 김주혁은 실로 비범했다. 촬영 전까지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꽁꽁 숨기다가 촬영 현장에서 한꺼번에 쏟아내는 스타일이었다고. 신기할 정도로 폭발적인 몰입도를 선보여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물론 자신을 포함한 모든 '독전'의 스태프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촬영 전 주혁 선배는 영화의 큰 그림부터 작은 것까지 감독인 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제 사무실을 가장 많이 온 배우이기도 했죠. '심심해서 들렀다' '근처 가는 길에 잠깐 왔다'며 자리를 잡고 앉아 제가 생각하는 진하림에 대해 묻기도 했고 캐스팅된 배우들에 대해서도 질문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많은 질문 속에 한 번도 자신이 생각하는 진하림의 모습은 밝히지 않더라고요. 제가 '선배는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여러 번 물었는데도 답을 안 주셨어요. 사무실에 와서 이것저것 묻는데 마치 산책 나온 도인 느낌이랄까요? '독전'의 모든 배우가 함께한 전체 리딩 때도 본인이 의도한 연기 톤을 공개하지 않았죠. 너무 작은 목소리로 연기해 모두가 수군거릴 정도였죠. 그랬던 주혁 선배는 현장에서 완전히 달랐어요. 첫 촬영 당시 분장을 하고 촬영 현장에 걸어오는데 현장에 있는 배우들, 스태프, 그리고 모니터를 통해 주혁 선배의 모습을 보고 있는 저까지 완벽히 압도됐죠. '독전'에서 진하림은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캐릭터가 아님에도 엔딩까지 존재의 잔향을 남겼어요. 주혁 선배의 연기가 '독전'의 격을 한층 높여줬죠. 아마 하늘에서 '독전'을 봤겠죠? 주혁 선배가 만족한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편, '독전'은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가세했고 차승원, 고(故) 김주혁이 특별출연했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페스티발'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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