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위대한유혹자' 왜 역대 최저 불명예를 안았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5-02 08:58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월화극 '위대한 유혹자'가 1일 종영했다.

'위대한 유혹자'는 청춘남녀가 인생의 전부를 바치는 것인 줄 모르고 뛰어든 위험한 사랑 게임과 이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위태롭고 아름다운 스무 살 유혹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은 방송 전까지만 해도 꽤 많은 기대를 모았던 화제작이었다.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작품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삼은데다 청춘스타인 우도환 조이(레드벨벳, 박수영) 문가영 김민재 등을 캐스팅, 상큼발랄하고 치명적인 청춘로맨스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는 눈 녹듯 사라졌다. 가장 큰 문제는 작가와 감독이 장르 설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원작의 결을 살린 치명 로맨스든, 싱그러운 청춘의 풋사랑을 담는 청춘물이든 어느 한 가지 길을 택했어야 했는데 막장에 가까운 원작 코드에 영글지 않은 스무살 로맨스를 버무리려댜 보니 과부하가 걸렸다. 결국 원작의 세련된 긴장감과 세밀한 인물 심리묘사, 한국 드라마 청춘물 특유의 설렘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악수를 두게 됐다.

작품의 매력 포인트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가운데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막장 전개는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의 기본은 캐릭터다. 캐릭터가 얼마나 설득력을 갖고 생동감 넘치게 살아 숨쉬느냐에 따라 시청자의 몰입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위대한 유혹자'는 이 캐릭터 정체성부터 살리지 못했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철벽녀' 은태희와 '유혹자' 권시현의 아슬아슬한 밀당 유혹게임이 됐어야 했다. 그러나 은태희는 '철벽녀'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너무 쉽게 유혹에 넘어갔고, 권시현은 '유혹자'의 기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채 로맨스를 맞이했다. 그렇다면 로맨스라도 제대로 설렘과 긴장을 줬어야 했는데, '1회 1이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잦은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며 시청자 피로도만 쌓여갔다.


사실 드라마의 구조 자체도 시청자에게 어필하기 어렵긴 했다. 최근 드라마 트렌드는 리얼리티다. 아무리 로맨스물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현 시대를 사는 이들의 애환과 일상이 녹아들어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위험한 유혹자'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 "신데렐라 계집애는 이젠 드라마에서도 안 먹힌다"('쌈 마이웨이')는 대사가 드라마에 등장할 정도로 현실감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 시점에서 뻔하디 뻔한 재벌 3세와 평범한 여성의 로맨스를 메인 테마로 꺼내 들었다. 새로움을 갈망하는 젊은 시청층에게 이런 케케묵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어필할 수 있을리 없었다.

결국 '위대한 유혹자'는 MBC 드라마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위대한 유혹자'의 최고 시청률은 3.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첫 방송 시청률이다. 이후로는 시청률이 꾸준히 하락세를 타며 1~2%대 시청률에 머물렀고, 결국 4월 30일 방송된 29회가 1.5%의 최저시청률을 기록하게 됐다. 5주 휴방이라는 결단까지 내리며 재정비를 선언한 MBC 드라마의 야심작이라기엔 한참 부족한 수치인 것이다.

드라마가 산과 들로 널을 뛰는 사이 그래도 배우들은 제 몫을 해내려 고군분투 했다. 우도환과 조이는 첫 지상파 주연 도전을 위해 많은 변신을 감행했고, 쏟아지는 악플 속에서도 꿋꿋이 진가를 보여줬다. 사실 아직 경력도 내공도 부족한 '루키'들이 이런 대본과 연출을 이 정도로 소화했다는 것만 해도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문가영과 김민재 또한 자신의 롤을 해내는데는 성공했다.

이렇게 '위대한 유혹자'는 씁쓸한 엔딩을 맞게 됐다. '위대한 유혹자' 후속으로는 정재영 정유미 주연의 '검법남녀'가 전파를 탄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