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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빵' 박호산 "신원호PD 늘 빅픽처..마지막회 기대"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8-01-18 15:19


tvN '슬기로운 감방생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박호산이 인터뷰에 응했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호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18/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신원호 PD는 항상 빅픽처(큰 그림)이 있는 사람이에요. 어느 하나 이유 없는 장면이 없고 끝까지 책임지죠."

지난 1997년 영화 '블랙잭'을 시작으로 '와니와 준하'(2001) '족구왕'(2014), '대립군'(2017), '역모 : 반란의 시대'(2017), '이기적인 남자'(2017) 등 다수 영화에 출연했으며 연극과 뮤지컬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히 21년의 연기생활 동안 박호산은 '빨래'(2008), '인더하이츠'(2015), '춘천 거기'(2009, 2015), '영웅을 기다리며'(2013), '프로즌'(2015), '도둑 맞은 책'(2015) 등 무대에 올라 굵직한 연기를 펼쳤다. 드라마 활동기는 짧은 편. SBS '원티드'(2016)로 시작해 '피고인'(2017)을 거쳐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이라는 '인생작'을 만났다.

박호산에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준 작품. '문래동 카이스트'라는 역을 만나 놀라운 인기를 경험하고 있는 그에게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지난 13회를 마지막으로 2상6방을 떠났다. 문래동 카이스트 박호산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떠나자마자 시청자들은 "문래동 도다와"를 외치며 그를 찾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존재감이 컸던 캐릭터이자 시청자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 박호산은 그렇게 만난 '문래동 카이스트'를 '인생캐릭터'이자 '터닝포인트'라고 표현했다.

"카이스트에 대한 애착 엄청나게 있죠. 제가 드라마 배우로서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정보훈 작가와 신원호 PD가 준 재료로 빵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맛있다고 계속 찾아주시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이게 사실 대박일지 아닐지 느낌은 없잖아요. 그럼에도 많이 사랑해주시니 기분이 좋죠. 저는 스타가 아니고 배우니까, 배역이 앞서서 기억에 남으니 정말 행복했어요. 이번에 나온다는 블루레이, DVD도 꼭 한 장 구매하려고요."


tvN '슬기로운 감방생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박호산이 인터뷰에 응했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호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18/
그는 최근까지 '문래동 카이스트'로 활약했지만, 이제는 시청자로 돌아온 상황. 물론, 16부 결말까지 모든 상황을 알고 있지만 결말에 대한 철통보안을 유지 중이라고. '열혈 시청자'로 돌아온 박호산은 시청자로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바라보며 "재밌고 슬프다"는 기분을 계속해서 느끼는 중이다.

"제가 안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슬프고 아쉽기는 했지만, 내용상 그게 맞는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시청자로서는 슬프죠. (14회부터) '저기에 내가 있어야 하는데'이런 생각도 하고요. 진짜 끝났다는 생각이 든 건 14회 예고편이 나오는데 제가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 거요. 그때 그게 너무 새로운 거예요. 제가 찍은 장면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없고. 정말 남의 장면처럼 느껴져서 '내가 끝났구나' 싶었죠."

박호산이 생각하는 '문래동 카이스트'의 인기 비결은 '개과천선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혀 짧은 소리도 매력 포인트가 됐지만, 사람이 기본적으로 악하지 않고 순진한 모습을 갖춘 중년의 모습이기 때문에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대답이 따라왔다.


"사실 대본에는 혀 짧은 소리로 적힌 것이 아니라, 평어체로 모든 대사가 적혀 있었어요. 혀 짧은 소리는 캐스팅 단계에서의 주문 사항이었죠. 초반에 이것에 대해 신원호 PD와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캐릭터 성격을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더라고요. 혀가 짧기 때문에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들을 미리 말해주셨고 똑똑하지만 혀만 짧은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말을 느리게 하는 것보다 빨리 하는 게 더 잘 들린다'고 하셔서 그렇게 했더니 약간 수다스러워진 문래동 카이스트가 완성됐죠."


tvN '슬기로운 감방생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박호산이 인터뷰에 응했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호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18/
일각에선 '신원호 천재설'이 돌아다니는 중. 박호산은 이 말에 대해 "신원호는 배우들에겐 사랑의 유람선이다"고 정리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배우들은 신원호 PD의 작품이라면 일단 'OK'를 외칠 것이라는 게 박호산의 추측. 캐스팅 단계부터 일반적인 루트가 아닌, 자신이 관심 있게 지켜봤던 배우들의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보고 캐스팅을 하게 되니 매 순간 '평소에 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됐다고. 또 신원호 PD의 마법 같은 편집 능력에 감탄을 이어가는 중이라는 얘기도 들려왔다.

"신원호 PD의 편집은 정말 달라요. 편집까지 자기가 직접 하거든요. 등장인물 하나 하나의 호흡과 감정까지 편집으로 담아주니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그게 바로 신원호의 힘이자 편집의 힘인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다들 신원호랑 같이 작품을 하면 연기를 잘 한다는 얘기를 듣는 거 같아요."

또 박호산이 바라보는 신원호 PD는 한 방이 있고, '빅픽처'가 있는 사람이었다. 드라마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유 없는 연출도 없었을뿐더러 심지어 1주일의 휴방기까지도 처음부터 계획해뒀다는 것이 박호산이 신원호 PD를 '무한신뢰'하는 이유. 그랬기 때문에 마지막회를 앞둔 이 시점에서도 지금까지 신원호 PD가 해왔던 모든 일들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해롱이(이규형)'의 충격적 결말과 김제혁(박해수), 유대위(정해인) 등이 출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의 결말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박호산의 말이기에 더더욱 의미심장했다.

"신원호 PD는 항상 빅픽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저희는 연출 따로, 작가 따로가 아니라 정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연출과 작가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첫 시작부터 장면 하나 하나에 이르기까지 이유 없는 장면이 없었고, 또 지금까지 나온 장면이 앞으로 어떻게 사용될지도 모든 큰 그림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다르죠. 그래서 마지막회에 대해 아무래도 함구하는 것도 있어요. 더 조심스럽고요. 이게 다 치밀하게 짜여져 있으니까요. 마지막회까지 조금만 참아주세요! 하하."


tvN '슬기로운 감방생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박호산이 인터뷰에 응했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호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18/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박호산에겐 인생작이자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작품이다. 2상6방 식구들은 대부분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며 알던 사이지만, 무대가 브라운관으로 달라졌으니 항상 연기하던대로의 톤은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이들의 숙제였다. 또 2상6방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모든 배우가 함께 출연해야 하니, 서로의 연기를 잘 맞춰주고 호흡을 맞추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단다.

"전 드라마나 영화, 이런 장르가 아니라 이젠 좋은 작품에 대한 욕심이 나요. '감빵생활'처럼 주제가 좋고 선한 작품들은 꼭 하고 싶어요. 보시는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요. 그렇게 좋은 감동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드리면 좋을 거 같아요. 역할이 크고 작고가 아니라요. 저는 사실 역할엔 크게 욕심이 없어요. 좋은 작품이면, 그걸로 좋아요."

역대급 인기를 기록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좋은 결과와 함께 괌으로 포상휴가를 떠날 예정. 박호산은 지금까지 했던 드라마 세 작품 중 두 번의 포상휴가를 기록하며 3분의2의 확률을 자랑했다. 그는 "포상휴가 가고 싶으시면 저를 캐스팅해달라"며 "다음 작품을 하면 포상휴가를 갈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남겼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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