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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화유기' 사고는 악습때문"…韓방송 현장은 변할까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8-01-04 17:24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제작 환경 개선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화유기' 촬영 중단을 요구한다."

지난달, 다시 말하면 지난해 12월 23일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촬영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천장에 샹들리에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던 소품팀 담당자 A씨가 3.5m 위치에서 추락하며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것.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이에 대해 "열악한 제작 환경과 스태프들의 현실이 불러온 사고"라고 말했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오던 일들로 인해 '결국에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는 것. 현장 감식을 했던 김환균 위원장은 "언제고 사고가 발생했을 촬영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언론노조는 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화유기'의 제작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더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언론노조의 김환균 위원장과 언론노조 MBC아트지부의 김종찬 지부장, 故이한빛 PD의 동생인 이한솔 씨와 청년유니온 김병철 노동상담팀장이 자리해 '화유기'를 비롯해 전체 드라마 제작 현실을 꼬집는 기자회견 및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비용 절감 위한 '쪼개기 발주'가 사고 발생 원인"

이날 자리에서 언론노조 측은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오던 '쪼개기 발주'가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방송사와 제작사, 그 외 하도급 업자들로 '내려오는' 방식의 쪼개기 발주로 인해 책임소재가 모호해짐과 동시에 적정 인력 확보와 적정 휴식시간 제공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 언론노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당시 촬영장에는 '전기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업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때문에 소도구, 소품팀에서 해당 작업을 수행했다.

MBC아트지부의 김종찬 지부장은 "제작비 절감을 목적으로 한 쪼개기 발주다"며 "전기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업체에서 시공을 해야 했지만, 전혀 다른 업무를 소도구 팀에서 수행했다. 다른 업무임에도 발주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정확히 전기기사 업체와는 계약하지 않았고 계약 내용도 없다. 법 위반이다. 이렇게 하면 3~4천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을 더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 나와 "미술감독이 해당 작업을 요구했고 저희는 을의 상황이기 때문에 작업을 하려고 샹들리에와 연장을 챙겨 작업을 하러 갔다. 저와 아르바이트생은 샹들리에를 달려고 매달린 상태였다. 그 작업을 해당 스태프가 했다. 저는 전선을 넘겨주고 있던 상황에서 해당 스태프가 엉덩이가 V자 상태로 떨어지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목격자 증언을 한 스태프 역시 '소도구 소품팀' 소속이었다.


"어지럽고 무질서한 촬영장,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언론노조 측은 기자회견에 앞서 사고가 났던 촬영 현장을 감식하는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수 분에 걸친 영상 공개 시간 동안 확인된 것은 부실한 촬영장의 환경 등. 앞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화유기'의 해당 현장은 위반사항이 총 14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화유기' 측은 세트장에서 '세트장 작업 통로 조도 미흡', '비상구와 비상통로 등에 대한 안내 통지 미흡', '목재 사다리 사용' 등의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환균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촬영현장을 찾았을 šœ 너무 무질서해서 놀랐다. 케이블들이 여러가닥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 케이블에 걸려서 한 번, 계단이 보이지 않아 두 번 넘어질뻔했다.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사팀이 현장을 떠난 직후 오디오팀 스태프 한 명이 발목을 접지르는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방송사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본다"며 "피해자와 협상이 잘 진행되는지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 요구에도 '화유기' 촬영 강행, 당혹스러웠다."

언론노조는 촬영장에서의 충분한 안전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화유기'의 촬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완전한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화유기'는 현재 사고가난 촬영장이 아닌 다른 촬영장 등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측은 "충분한 안전 대책과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작업이 중지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사고 직후부터 밝히는 중"이라며 "하지만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후 '화유기' 측은 인력 보강을 이유로 B팀 PD를 추가로 투입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 제작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A세트장에 대한 안전 설비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졌지만, 실제로 일하고 있는 분들의 적정 인력 확보와 휴식시간 보장, 안전 사항 준수 등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언론노조의 확인 결과 이들이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던 미술감독 역시 이틀 전인 2일까지 현장에서 작업을 함께했다고 주장했다.


"'화유기'를 넘어..전체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요구."

언론노조는 '화유기'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드라마 현장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화유기'의 제작을 중단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드라마 촬영 환경을 개선시키고자 한다는 의도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고 대책 수립 요구안을 발표했다. 언론노조의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제작 중인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할 것 ▲CJ E&M은 궤적인 개선 방안과 이행 계획을 종사자들과 시청자 앞에 내놓을 것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추가 쟁점에 대한 조사와 안전 대책도 강구할 것 ▲드라마 제작 관행과 시스템을 바꿀 것 ▲정부 및 CJ E&M, JS픽쳐스, MBC아트는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자 치료와 회복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

언론노조는 자신들의 요구안 수용을 위해 수행할 계획을 알렸다. 가장 먼저 할 일은 JS픽쳐스, 라온, MBC아트 및 책임자를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고발하고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 이에 이어 토론회와 CJ E&M면담 및 구체적인 개선 대책 이행 계획 수립 요구 등의 대응을 계획 중이다. 궁극적으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범정부차원의 드라마 제작현장 긴급 전수조사와 노동환경 개선 등. '화유기' 사태로 인해 방송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이 개선되는 결과를 맞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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