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조이 2017', 다양성이 화두였던 이유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7-07-31 09:32


'차이나조이 2017'의 판다TV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배틀그라운드' 경기 장면을 보고 있다.


'차이나조이 2017'의 텐센트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VR 공성전을 체험해보고 있다.


'차이나조이 2017'의 B2B에 마련된 카카오게임즈 부스

'다양성과 현지화로 돌파구를 찾는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임쇼로 부상한 중국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2017'이 지난 27일 개막, 30일까지 나흘간 중국 상하이 뉴인터내셔널엑스포센터에서 열렸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차이나조이 '는 중국 게임 시장 규모의 급성장과 궤를 맞춰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총 14만㎡의 공간에 B2C 11개관, B2B 4개관 등 총 15개관이 마련됐고, 4000여종의 게임들이 선을 보인다. 대세 장르로 자리를 굳힌 모바일게임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온라인게임, 콘솔게임, VR-AR 게임 등과 함께 인터넷TV사와 결제 회사 등 게임산업과 관련된 업체들이 총망라됐다. 텐센트, 넷이즈, 샨다게임즈, 스네일, 퍼펙트월드, 알리바바게임즈, 가이아, 판다TV 등 중국 대형 게임사들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EA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반다이남코, 유비소프트 등 미국과 일본의 유수 게임사들도 B2C에 부스를 차리고 신작을 대거 공개했다.

VR게임이 득세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웹툰과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신작들이 대거 선보였다. 또 e스포츠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판호'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게임사들도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신작을 선보이거나 IP를 판매하는 등 현지화된 콘텐츠를 소개하며 판로 개척에 나섰다.

다양성, 게임으로 이어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모바일 MMORPG의 포화 상태라 할 수 있다. 물론 올해도 여러 MMORPG 신작들이 선보였다. 하지만 텐센트나 넷이즈 등 대형 게임사의 신작 혹은 인기 IP를 활용한 MMORPG 외에는 기존 인기작을 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는 텐센트가 지난해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모바일 MOBA 장르의 게임 '왕자영요'의 영향도 컸다. 한국에선 넷마블게임즈가 '펜타스톰'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왕자영요'는 중국에서 모바일게임 유저를 대폭 증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웹툰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한 신작들이 선을 보였다. 일본의 반다이남코가 오랜만에 B2C 부스를 차리고 '원피스', '드래곤볼', '나루토', '건담' 등의 유명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소개했다. 또 중국의 인기 웹툰 포털인 빌리빌리 역시 B2C에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을 맞은 것도 중국에서 웹툰이 새로운 게임 IP로 떠오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게임사 블루홀이 올해 초 스팀을 통해 얼리 억세스로 출시한 이후 400만장 이상의 판매와 1억달러 매출고를 올리며 선전하고 있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판다TV 부스를 통해 e스포츠로 중계되며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 역시 마니아한 장르인 배틀로얄 게임이다.


차이나조이 현장을 찾은 중국과 한국 게임사 대표들도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했다. 중국의 5대 퍼블리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CMGE(차이나모바일게임엔터테인먼트)의 쇼 켄 대표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 특히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타 장르의 콘텐츠가 10~20대들의 주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활용한 게임들이 계속 늘어날 것 같다"며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이다. 대형 게임사들과의 격차는 있지만 중소 규모 회사들도 새로운 유저층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대표 역시 "만화와 애니메이션, 웹툰 등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는 콘텐츠를 중국에선 '2차원'이라고 하고 있다. 일종의 '서브컬쳐'라고 할 수 있는데, 해를 거듭하면서 중국 내에서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IP들이 경쟁 격화로 인해 포화 상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장르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는 국내 웹툰이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 저변이 더욱 확대된다면 이를 활용한 게임들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힘들지만 희망은 있다

한국 게임산업은 '미르의 전설2',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지금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존재감 덕에 '차이나드림'을 이루며 급성장 했지만, 이후 웹게임과 모바일게임 장르에선 중국의 아성에 완전히 밀린 상태다. 여기에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의 비공식 비관세 장벽에 막혀 올해 초부터 '판호'(서비스 라이선스)를 받지 못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중국 시장은 여전히 글로벌에서 가장 급성장을 거듭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만 봐도 중국 업계에선 올해 1700억위안(약 28조 32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상반기에만 990억위안(약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나오면서 당초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은 올해도 B2C관에 단독 부스를 차리지 않았지만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중국에 서비스할 작품을 소개했다. 펄어비스는 스네일 부스를 통해 온라인 MMORPG '검은사막'을 선보였고,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텐센트 부스에서 전시됐다. 특히 '리니지2 레볼루션'은 공성전 체험을 위해 따로 준비된 VR 게임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모았다.

넥슨은 '마비노기 영웅전'을 기반으로 세기천성이 개발한 MMORPG '마비노기 영웅전: 영항'을, 그리고 웹젠은 '뮤(MU)' IP를 활용해 개발중인 모바일게임 '기적MU: 각성'과 '기적MU: 최강자'를 텐센트와 룽투게임즈의 전시관에서 각각 선보였다. 또 바른손이앤에이의 계열사인 EVR Studio(이브이알스튜디오)는 중국 하이퍼리얼(Hyperreal)과 'Project M : Daydream'에 대한 중국 서비스 계약을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체결했다. 이밖에 B2B관에선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국내 34개사가 참가하는 공동관을 운영했고, 아이덴티티엔테터엔먼트와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가 부스를 차리고 신작을 공개했다.

한편 CMGE의 쇼 켄 대표는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데 대해 "예전보다 심사기간이 훨씬 길어진 것 같다"면서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중국과 한국의 게임산업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발전해왔다. 예전에는 단순한 무역 관계였다면, 이제는 좀 더 심도깊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좀 더 길게 바라보면 잘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하이(중국)=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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