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최희서 "'박열'은 인생작, 그 이상 바란다면 욕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6-26 16:16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한 배우 최희서가 2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6.2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단언컨대 '박열'은 제 인생작이죠. 이보다 더 큰 성공을 바란다면, 과한 욕심 아닐까요?"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제작)에서 박열(이제훈)의 신념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한 배우 최희서(30). 그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영어영문학과,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공연예술학과를 거친 최희서. 그는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박건용 감독)를 통해 본격 데뷔했고 이후 '577 프로젝트'(12, 이근우 감독) '완전 소중한 사랑'(13, 김진민 감독) '사랑이 이긴다'(15, 민병훈 감독) '동주'(16, 이준익 감독) '시선 사이'(16, 최익환·신연식·이광국 감독) '어떻게 헤어질까'(16, 조성규 감독)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20살부터죠. 대학교 다니면서 연극 동아리로 연기를 이어갔는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평생의 직업으로 삼고 싶었어요. 계속 연기하고 싶었죠. 사실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는데 연기가 너무 좋아서 학업을 포기할 정도로 연극 동아리에 매진했어요(웃음).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어린나이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10년은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었다는 거예요. 연기를 막 시작했던 스무 살 다이어리에 이 다짐을 쓰고 밑에 3년 단위로 저 스스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썼어요. '지금부터 3년 뒤 주연을 맡는다' '그리고 3년 뒤 할리우드에 진출할 것' 등 그야말로 바람을 적었는데 결국 10년 만에 주연을 맡게 됐고 좋은 작품으로 노력도 인정받게 된 것 같아 기뻐요. 하하. '어떤 일이라도 10년을 하면 분명 좋은 성과가 나타난다'라는 걸 배운 것 같아요."


필모그래피에서 나타나듯 최희서는 그야말로 '고(高) 스펙 여배우'다. 모국어인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등 5개국어를 섭렵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을 연기하는데도 문제없다. 글쓰기에도 능통해 시나리오도 틈틈이 집필 중이며 그래서인지 연출자들의 디렉션을 제대로 뽑아낼 줄 아는 영특함도 갖췄다. 물론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연극 무대로 시작해 단편영화, 독립영화 등을 거치면서 기본기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사실 전 욕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에요. 어렸을 때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고 큰 사랑도 받고 싶었는데 오직 그것만 쫓아가면 안 된다는 걸 일찍 깨달았어요. 25살 때쯤 오디션을 볼 때마다 떨어지고 소속사 접촉도 계속해서 실패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나는 배우로서 매력이 없는 건가?' '내겐 가능성이 없나?' 싶어 속상했고 괴로웠죠. 연기를 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어요. 슬럼프라고 하잖아요. 이런 시기를 겪고 나서 보니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은 부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실패할 때 실망감이 컸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연기는 절대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라는 것을 배웠죠. '박열'을 통해 주변에서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이걸 기회 삼아 더 큰 성공을 바라지 않으려고요. 기회로 삼기보다는 제 연기 인생에 방점을 찍어준, 인생작으로 여기며 더 발전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터닝포인트로 생각하려고요(웃음)."


다부진 여배우 최희서. 충무로에서는 실력파 배우로 소문난 최희서는 '동주'로 인연을 맺은 이준익 감독과 '박열'로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고 쏟아지는 호평이 입증하듯 데뷔 이래 최고의 열연을 펼치며 '이준익 감독의 뮤즈'로 거듭났다.

"많은 분이 그러하듯 저 역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을 '박열'을 통해 처음 접했어요. '동주' 촬영을 끝내고 후시녹음을 할 때였는데 그때 이준익 감독이 '박열이 누군지 알아? 가네코 후미코는?'이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하고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영화 속 메인 테마 이미지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흑백사진이 나오더라고요. 그 사진 한 장이 굉장한 여운을 남겼죠. 너무 강렬한 이미지라 곧바로 자서전을 찾아 읽어봤죠. 이준익 감독에게 '이 이야기를 정말 영화로 만들 수 있나요?'라고 물었고 '저예산 영화로 꼭 만들고 싶다'라는 답을 들었어요. 딱 여기까지였죠. 이준익 감독에게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캐스팅하겠다는 대답을 들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자서전을 읽어봤으니 '박열' 시나리오 회의 때 참석하라는 말뿐이었죠. 캐스팅 이후 알게 됐는데 저를 캐스팅하기까지 조심스러웠다고 하셨어요. 투자 문제도 있고 주인공인 박열에 대한 컨디션도 있었으니까요. 저를 캐스팅했을 때 관객의 반응도 중요하고요. 다행히 여러 이해관계가 해결됐고 너무 영광스럽게도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할 수 있게 됐어요. 하하. '박열' PD에게 '희서야, 네가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확정됐어'라는 전화를 받고 순간 멍했어요. 기쁘기도 했는데 막상 손에 쥐어지니 덜컥 겁도 났고요." <최희서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한편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동주' '사도'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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