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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미우새'PD "나이·성별 기준 없어…미운'딸' 고민중"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7-06-04 14:59 | 최종수정 2017-06-05 10:44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연예계 미운 오리들이 모이니 백조가 됐다.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는 시청률 두 자릿수 확보가 어려운 채널 무한 경쟁 시대에서 이례적으로 시청률 20%를 넘나드는 유일한 예능이다.

사실 '미우새'는 떡잎부터 달랐다. 파일럿 방송 당시부터 7.3%(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 첫 방송부터 수요일 저녁 예능의 최강자인 MBC '라디오스타'(6.7%)를 누르고 단숨에 1위 자리를 차지하며 혜성같은 등장을 알렸다.

파일럿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 이후에는 그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용히 퇴장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미우새'는 정규 편성을 즈음해 '불혹의 클러버' 박수홍의 투입으로 시선을 잡는데 성공했으며, 지난 4월16일 금요일 밤에서 일요일 밤으로 편성을 변경되는 시점에 '궁상민' 이상민을 소개하며 20% 시청률 돌파하는 기염을 뿜어냈다.

나이 든 아들의 육아일기라는 신선한 소재와 스타의 어머니라는 히든카드는 물론 '미우새'의 가장 큰 인기 요인. 여기에 시간대 이동과 시기 적절한 출연진 변화라는 전략이 만나 현존하는 예능 중 단연 최고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일궈냈다

감히 대적할 상대 없는 '미우새'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곽승영 PD를 만나 그 비결을 엿봤다.

-시청률 20%를 넘는 유일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에는 가능한 신경 안 쓰려고 한다. 욕심이 끝도 없기에 시청률에 욕심 내기 시작하면 힘들어진다. 게다가 너무 생각지도 못한 시청률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사실 금요일에 방송할 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리 부모님도 뒷부분은 잘 못 보겠다고 하더라. 초반 인큐베이팅을 거쳐 좀 더 파이가 큰 시간대로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 같다. 과거 'X맨'도 토요일에서 자리 잡았는데 일요일로 옮기게 돼 걱정했는데 오히려 시청률이 커졌다.


-이상민 투입도 적기였던거 같다. 섭외는 서장훈이 많이 도와줬다고?

사실 파일럿을 시작 할 때부터 이상민에 연락을 했다. 당시에는 '아직 사생활 노출은 힘들 것 같다'고 해서 포기를 했었다. 제작진이 따로 부탁한 것은 아닌데 서장훈이 '아는 형님'도 같이 출연하고 하니까 한 번 씩, 그렇지만 꾸준히 얘기를 했나보다. 그래서 이상민도 더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 보게 됐고, 상황이 맞아서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이상민과 채권자 만남이 특히 화제였다. 채권자 섭외가 쉽지 않았을텐데.

여느 채권-채무자의 관계가 아니다. 서로 인연이 오래 돼 이제는 안부를 묻는 사이더라. 오히려 이상민이 '내일 채권자 한 분 만나기로 했는데 방송해도 괜찮겠냐' 하더라. 당사자만 괜찮으면 된다 했더니, 채권자가 흔쾌히 괜찮다고 출연해 줬고 녹화 후에도 '내가 아는 이상민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다. 내가 아는 그대로 방송에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당부 하더라. 이상민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출연진이 모두 나이 많은 미혼남들인데, '미운 우리 새끼'의 기준이 따로 있나?

초반에 그런 식으로 라인업을 잡아서 그렇지 기준은 없다. 꼭 미혼 남자에 나이 많아야 하는건 아니고, 아직 시도를 안 해서 그렇지 여자 미우새를 생각할 수도 있다. 나이가 좀 더 어린 친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제 슬슬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

-클럽이나 정술기 등 초반부터 강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앞으로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

VCR 분량이 더 짧을 때도 있지만 보통 한 명당 20~40분 사이다. 녹화를 굉장히 오래 하지만 재미있는 한 부분만 보여드리기 때문에 에피소드가 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에피소드가 강렬하지는 않았다. 김건모가 운동을 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했지만 짐볼에 바람부는 것이 재밌어서 그것만 10분 내보낸 적도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재밌는것 압축해서 보여드리려는 것 뿐, 강한 에피소드를 의도하거나 그에 대한 부담은 없다.

-출연진이 서로 분량 경쟁을 하거나 신경 쓰지는 않나?

같이 만나는 게 아니라 각자 촬영을 하다보니까 경쟁을 할 수 없고, 자기가 안 하던 것을 하면 어색하고 티 나기에 아무거나 시도할 수도 없다. 다만 그런건 있다. 김건모가 박수홍 수족관 보더니 '내 수족관은 이거야' 이러면서 으스대거나 하는?(웃음)

-보면 출연진들이 다들 친분이 있다. 케미가 절로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의도한건 아닌데 모아놓고 보니 다들 한 명씩은 친분이 있고 그렇더라. 출연진, MC 다들 활동을 오래한 사람들이라 연관이 안 될 수가 없다. 처음에 어머님들 섭외 할 때도 '김건모 신동엽 학교 선후배고 친한거 아시죠?', '서장훈 허지웅 되게 친해요', '한혜진 김제동 '힐링캠프' 같이 했잖아요' 이런 얘기하면 편해하시더라. 웬만한 출연자들은 한 번이라도 방송하면서 안 마주친 분들이 없을 정도.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사는 것 같다.

-'미우새'는 처음에 어떻게 탄생했나?

지금 '미우새' 함께 하고 있는 육소영 작가가 관찰 예능을 하고 싶어했다. 엄마들이 아직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있는 자식들의 생활을 지켜보면 다양한 얘기가 나오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 그때 마침 나 또한 김건모와 함께 프로그램 관련해 고민 중이었는데 작가에세 그 말을 하니 반색하더라. 김건모도 기획을 듣더니 재밌겠다고 해서 함께 어머니를 만났는데 포스가 장난아니었다. 그리고 신동엽을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당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거절할거라 생각도 했다. 근데 기획안을 보더니 정말 재밌다며 어머니들이 키포인트라는 것을 단 번에 알아보더라. 그렇게 퍼즐 맞추듯이 모아지면서 '미우새'가 탄생하게 됐다.

-처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내가 온전히 기획해서 연출까지 한 프로그램은 이게 처음이다. 그 전 '헤이헤이헤이'하면서 신동엽과 인연을 맺었고, 'X맨'과 '맨발의 친구들', '스타킹', '힐링캠프' 등을 거쳤다. 토크쇼도 하고 버라이어티도 했기에 '미우새'가 가능했던거 같다. 보통 관찰 예능은 VCR만 찍는데, 우리 프로그램에서 그건 반만 찍은 것에 불과하다. 스튜디오에서 어머니 반응까지 찍어야 진정한 '미우새'가 완성 된다. 토크쇼를 했던게 도움이 됐다.

-첫 기획에서 이런 '대박'. 쉽지 않은데.

사실 '맨발의 친구들'이 끝나고 슬럼프가 왔다. '이 길이 맞나?'라는 회의가 들고 벗어나고 싶었다. PD라는 직업이 자기를 잊기 쉬운 직업이다. 항상 출연자의 이야기를 담아야하고 시청률로 비교를 당한다. 남에게 초점을 맞추고 살기 때문에,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나의 즐거움을 모르는데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무서웠다. 그래서 하룻 동안 내가 웃었던 순간을 매일 적어봤다. 처음에는 하나도 못 적었다. 어느 날은 택시타고 내리는데 기사님이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했던 것이 생각나 그것을 적었고, 그렇게 점점 나중에는 많은 것을 적을 수 있게 됐다.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나서 '힐링캠프'를 했고 이 프로그램까지 오게 됐다. 이제 프로그램에 대한 확신이 서는 것 같다. 내가 재미있고, 나부터 설득돼 웃을 수 있어야 시작이다.

-본인 스스로도 출연진 모두와 인연이 깊은데, 방송하면서 그들에 대해 새로이 발견하는 점도 있나?

그렇다. 모두들 그렇지만 특히 김건모를 보면 내가 알던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싶다. '저래서 국민 가수구나'하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음악하거나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해 천재구나 느낀다. 이런 것을 전달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김건모도 "'미우새' 처럼 오래 한 프로도 없지만, 이렇게 재밌던 프로도 없다'고 말한다. 그 사람의 일부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인 듯하다.

-앞으로 시청자가 '미우새'에서 어떤 것들을 볼 수 있을까?

나 또한 방송을 하면서 느낀게, 나한테 익숙했던 것이 시청자에게 새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김건모의 그런 장난기, 박수홍의 클럽 사랑. 직업이 PD이고 그들의 지인이기에 익숙했는데 시청자들에게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편집하면서도 '나한텐 익숙하지만 시청자에게는 신선하지 않을까' 여러 번 고민하고 편집한다. 그런 모습을 강하고 자극적으로 보이려는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우리가 아는 김건모·박수홍·이상민의 새로운 단면을 보여주고 싶다.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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