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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촬영 안하면 사는 것 같지 않다" 김영애 마지막 투혼기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4-10 14:21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김영애는 마지막까지도 천생 배우였다.

김영애가 지난 9일 오전 10시 58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66세. 그는 2012년 췌장암으로 수술을 한 뒤 건강 회복에 힘써왔으나 지난 겨울 건강이 악화됐다. 이후 세브란스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마지막까지 김영애는 연기 투혼을 불태워 팬들과 업계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도 KBS2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을 끝까지 이어갔던 것.

한 촬영 관계자는 "촬영 중반부터 김영애 선생님의 건강 상태가 부쩍 안좋아지셨다. 우리도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나름 배려한다고 했는데 끝까지 최곡지 캐릭터를 마무리 하고 싶어하셨다. 통증을 느끼실 때면 잠깐 쉬기도 하셨지만 최대한 다른 배우들이나 제작진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셨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촬영장 분위기를 밝게 빛내주셨던 분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드라마 관계자는 "계약 당시에는 김영애 선생님의 투병 사실을 몰랐다. 주치의도 드라마 촬영을 만류했지만 병원 치료를 받으며 촬영을 강행하셨다. 음식도 거의 못 드시고 힘들어하시면서도 작품과 시청자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한 배우 측 관계자도 "선생님의 몸이 안 좋으셔서 선생님 분량을 모아서 촬영을 하곤 했다. 제작진도 선생님을 최대한 배려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선생님께서 배우들과 스태프를 더 배려해주셨다. 대기실에서 오현경 선배님과 라미란 선배님이 항상 따뜻한 차 같은 걸 챙겨드렸다. 굉장히 힘들고 힘이 없어 보이시긴 했지만 한번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이어 "항상 촬영장에 나오셔서 분량을 다 책임지셨고 '이거라도 안 찍으면 사는 것 같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한 슛 찍고 쉬면서 숨을 고르는 상황이었는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보란 듯 연기를 하셨다. 음식을 잘 넘기지 못해 식사도 잘 못하시고 기력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대사를 외우신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김영애 선생님은 정말 현장의 어머니셨다"고 덧붙였다.


항상 따뜻한 기운으로 현장 분위기를 북돋웠던 김영애의 별세 소식에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출연진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라미란은 "슬픈 마음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까지 연기 투혼을 다하셨던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명의 연기자로서 선배님께서 보여주신 그 열정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차인표 역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마지막 촬영 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선생님이 50회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자로서 맡은 바 책임과 소임을 다하신 김영애 선배님 같은 분이야말로 이 시대의 귀감이 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배우계 큰 별이 진 만큼 빈소에는 수많은 선후배, 동료 배우들이 찾아왔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동건 조윤희 라미란 오현경 신구 현우 등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김혜자 나문희 등 함께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들은 물론 최강희 천우희 송강호 오달수 등 후배 배우들도 빈소를 찾았다. 지난해 10월 김영애가 병원에 입원한 뒤 병상을 지켰던 정경순 이정은 염정아 문정희 등도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에 들어섰다.

사돈 지간인 조PP, 작곡가 주영훈, 영화 '카트'를 함께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 영화 '변호인'을 제작한 최재원 대표 등은 SNS를 통해 애도문을 남기기도 했다.

췌장암 투병을 계기로 "연기에 더 큰 갈증이 생겼다. 일흔이 돼도 더 깊고 섬세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김영애는 SBS '닥터스'에서 갑작스럽게 암 판정을 받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다시 눈을 뜨지 못했던 캐릭터의 사연처럼, 그렇게 떠났다. 하지만 팬들은 오랫동안 그를 '연기를 위해 태어난 배우'로 기억할 것이다.

1951년 생인 김영애는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출중한 연기력과 단아한 미모로 '모래시계'(1995), '바람의 아들'(1995), '야망의 전설'(1998), '장희빈'(2002), '황진이'(2006), '아테나:전쟁의 여신'(2010), '해를 품은 달'(2012), '킬미, 힐미'(2015) 등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고인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11시 거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 파크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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