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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김영애는 마지막까지도 천생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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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촬영 관계자는 "촬영 중반부터 김영애 선생님의 건강 상태가 부쩍 안좋아지셨다. 우리도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나름 배려한다고 했는데 끝까지 최곡지 캐릭터를 마무리 하고 싶어하셨다. 통증을 느끼실 때면 잠깐 쉬기도 하셨지만 최대한 다른 배우들이나 제작진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셨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촬영장 분위기를 밝게 빛내주셨던 분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드라마 관계자는 "계약 당시에는 김영애 선생님의 투병 사실을 몰랐다. 주치의도 드라마 촬영을 만류했지만 병원 치료를 받으며 촬영을 강행하셨다. 음식도 거의 못 드시고 힘들어하시면서도 작품과 시청자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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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항상 촬영장에 나오셔서 분량을 다 책임지셨고 '이거라도 안 찍으면 사는 것 같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한 슛 찍고 쉬면서 숨을 고르는 상황이었는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보란 듯 연기를 하셨다. 음식을 잘 넘기지 못해 식사도 잘 못하시고 기력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대사를 외우신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김영애 선생님은 정말 현장의 어머니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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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은 "슬픈 마음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까지 연기 투혼을 다하셨던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명의 연기자로서 선배님께서 보여주신 그 열정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차인표 역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마지막 촬영 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선생님이 50회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자로서 맡은 바 책임과 소임을 다하신 김영애 선배님 같은 분이야말로 이 시대의 귀감이 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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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지간인 조PP, 작곡가 주영훈, 영화 '카트'를 함께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 영화 '변호인'을 제작한 최재원 대표 등은 SNS를 통해 애도문을 남기기도 했다.
췌장암 투병을 계기로 "연기에 더 큰 갈증이 생겼다. 일흔이 돼도 더 깊고 섬세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김영애는 SBS '닥터스'에서 갑작스럽게 암 판정을 받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다시 눈을 뜨지 못했던 캐릭터의 사연처럼, 그렇게 떠났다. 하지만 팬들은 오랫동안 그를 '연기를 위해 태어난 배우'로 기억할 것이다.
1951년 생인 김영애는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출중한 연기력과 단아한 미모로 '모래시계'(1995), '바람의 아들'(1995), '야망의 전설'(1998), '장희빈'(2002), '황진이'(2006), '아테나:전쟁의 여신'(2010), '해를 품은 달'(2012), '킬미, 힐미'(2015) 등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고인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11시 거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 파크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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