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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이상윤과 권율의 주차장 드라이빙 장면,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이날 중요한 M&A건을 두고 회사를 나서던 이동준과 강정일은 주차장 안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서로의 신경을 자극하며 자동차에 탑승한 두 남자는 동시에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부딪히기 직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결국 이동준이 먼저 브레이크를 밟았다. 반면 강정일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운전해 나갔다.
하지만 이동준이 전세를 뒤엎은 뒤에는 두 사람의 상황이 달라졌다. 그 후 펼쳐진 두 번째 주차장 기싸움의 승자는 이동준이 됐다. 또 한번 누구 하나 멈추지 않는 자동차 운전이 시작됐고, 이번에는 강정일이 먼저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동준의 모습에서는 승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반면 강정일은 이번 뒤통수를 되갚아주겠다는 듯 분노의 얼굴을 비췄다.
박경수 작가는 전작 '펀치'에서도 자장면 먹방으로 인물간의 심리와 권력구도를 표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박경수 작가의 시그니처 비유법은 드라마의 재미를 높이면서도, 시청자들이 쉽게 인물들의 내면을 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장치로 작용했다. '귓속말' 속 인물들의 대립구도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만큼, 앞으로 이런 디테일한 비유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법비(法匪: 법을 악용하는 무리)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