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 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스물 세번째 주인공은 1020 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참스의 강요한 디자이너입니다.
|
|
엄청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이번 일 끝나면 쉬겠지 하는데 또 일이 몰려있어요(웃음) 원래 조금 바쁘게 지내는 편이긴 해요. 옷을 시작할 때 부터 그렇게 해와서 이제 몸에 베인 것 같아요. 쉬면 불안하고 새롭게 뭔가를 하고싶고 그런 편이에요.
콜라보레이션을 계속 하려는 이유는 지루한 브랜드가 되기 싫어서에요. 이것도, 저것도 뭐든 계속 새로운걸 해보며 소비자들에게 항상 신선하고 재밌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늘 참스가 지루하지 않고 재밌고, 또 항상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참스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이유가 뭘까요.
일을 정말 많이 하니까 그런게 아닐까 싶은데(웃음). 우선 타켓층이 어려요. 거의 20대 후반까지죠. 그래서 그 나이대의 시선에서 생각하고 옷을 보려고 해요. 저 스스로도 철들지 않으려 노력해요. 10대의 마음으로 함께 소통 하고, 그 나이에 내가 뭘 입고 싶어했고 왜 입으려 했을까 염두에 두며 10대의 마음에 머물려고 해요.
-철들지 않으려 노력 한다는 부분, 인상적인데요.
주변에 신선하고 키치하고 재밌다가도 세월이 흐르고 디자이너가 나이를 먹게 되면 자기 스타일에 따라 브랜드의 성향도 바뀌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는 지금 참스의 컬러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 최대한 어린 마음에 머무르려 신경 쓰고 있어요.
-원래 인테리어를 전공했는데, 전역 후 패션 디자인 학과로 새로 입학했어요. 어떤 마음에서일까요.
원래 패션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대학교 진학할 당시엔 성적에 맞춰서 인테리어학과로 진학했어요. 인테리어과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계속 옆 건물에 다니는 패션학과 친구들이 부러웠고, 내가 좋아하는 게 따로 있는데 왜 이걸 배우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러다 전역 이후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했어요.
|
|
전역할 때 제 나이 스물 셋, 부모님께서 저를 낳으셨을 때의 나이였어요. 전역하고 나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갑자기 한 가정의 가장이 될 수 있는 나이인데, 과연 이 상태로 내가 안정적인 가장이자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젠 뭘 해야할까 생각했고, 내가 하고 싶은 수많은 것들을 생각해 봤죠. 그 가운데 패션이 있었어요. 패션을 해내고 나면 요리사부터 선생님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실제 지금도 그래요. 패션 강의도 나가고 다양한 학생들 멘토 활동도 하고 있죠. 또 차후 식당을 오픈한다면, 제가 요리사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어요.
-학생 신분으로 공장에 나가 무작정 옷 공정을 배웠던 게 쉬운 선택은 아니잖아요. 어떤 결심으로 현장에 뛰어들었나요.
어릴 때부터 꼭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는 편이었죠. 그런데 결국 시험 보면 성적도 안좋고 매일 말만 하고 생각만 하지 실천을 안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실천을 하자 싶었죠. 만약 A라는 목표가 생기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방법들을 비교하고 추려내고 빨리 시도해버려요. 되면 좋은거고 안되면 경험이고. 군대 나오자마자 자퇴하고 새로 입학 했어요. 1학년이라 아무도 일을 안시켜주다보니 직접 공장에 들어가서 일 배우고, "저 주세요 저 더 할거 없어요?" 하며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매일 뛰어다녔어요. 짐도 남들이 하나 들 때 세 네개씩 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리다는 게 브랜드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분명 그런 편견으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겠는데요.
지금도 없는 건 아닌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스물 넷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무시하죠. 나머지 한 명도 인정하는 척 하면서도 무시하는 시선이 있어요. 처음엔 그런 부분이 너무 싫었는데 이걸 최대한 강점으로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어떻게든 제 방향과 생각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증명하려 노력했죠. 사실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빨리 성공하는 것 밖에 없더라고요(웃음) 이만큼 하려고 했는데 그걸 인정 받으면 더 잘해서 더욱 인정받고 싶고. 더 큰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음먹은 대로 실천하는 건 어려워요. 그런 마인드를 갖게 된 원동력은 뭘까요.
잘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끝인 것 같아요. 누군가가 했다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어린 나이에 뛰어들었지만, 저보다 더 어린데 더 잘하는 친구들도 분명 많을 거고. 누군가 했더라면 더 잘 할수 있다고 생각해서 두려움 같은 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 이루면 더한 것도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남들 다 가는 유학도 안다녀오고, 서울컬렉션도 나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거였는데 마음 먹으면 이뤄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옷을 만들고 싶은 열정으로 시작한 일인데,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부담감도 커질 것 같아요.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끌거나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사실 부담 될 때가 많아요. 맨 처음엔 제 방 안에서 시작했고 반지하로 갔다가 사무실 쇼룸을 얻고, 지금 신사동으로 오는 데까지 3년이 걸렸는데. 처음에 옷 팔아서 번 돈으로 시작해 20개, 50개 만들던 걸 지금은 2천, 2만개 만들고 결제금이 억대가 오가니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걱정이 될 때가 많았죠. 사업적으로는 아직 모르는 점이 너무 많은데다 나는 옷만 만들어서 잘 팔고 싶은데, 세금문제나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지니까요. 그런 것들을 잘 모르니까 손해도 많이 봤어요. 근데 배워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문제가 생기면 벅차고 힘들다고 생각하다가도 어차피 내 꿈은 여기가 끝이 아니니까 더 큰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니까, 이것도 못 이기면 난 이것 밖에 안되는 사람이구나 싶은 마음가짐으로 해내려 해요.
|
|
항상 일상 속,그때그때 관심 있는 것들에게서 받아요. 이게 직업병일 수도 있는데,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디를 가든 관찰을 많이 하는 편이죠. 전시회도 많이 가고 여행도 좋아하고. 꽃만 봐도 배색이나 이파리 꽃잎의 색감 조화 이런 것들을 유심히 봐요. 사진도 찍어 두고 보고.
-궁극적으로 참스를 통해 어떤 옷을 보여주고 싶나요. 철학이 궁금해요.
아직은 다양한 걸 시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조차도 경력도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가고 있어요. 컬렉션도 매 시즌 다른 모습으로 선보일 예정이에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항상 재미있고 신선하고, 내가 이걸 입음으로서 당당할 수 있게 되는 그런 가치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룬 성과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강요한은 천재형일까요, 노력형일까요.
천재는 아닌데, 잘한다고는 생각해요(웃음) 근데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정말 많죠. 주변에서 어떻게 이렇게 잘하지, 난 왜 못하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니까요. 그런데 뭐든 노력을 안하면 안돼요. 자신감에 노력이 더해져야한다고생각해요.
-브랜드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나요?
사실 저한테 신경을 잘 못써요. 여유가 있으면 하겠는데, 지금 그냥 편하게 입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캘빈클라인 컬렉션 라인처럼 미니멀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참스의 색깔은 좀 다르죠. 그래서 참스의 타겟층의 시선으로 '내가 저 나이 때 옷을 왜 샀을까' 그걸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선 특히 스타일이 좋아서라기 보단 브랜드를 사는 이유가 사람들에게 입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런 브랜드, 그런 가치를 만들려고 노력중입니다.
-앞으로 참스의 방향성을 귀띔해준다면요.
계속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콜라보레이션이 될 수도 컬렉션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생각치도 못한 무언가를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사실 컬렉션은 아직 잘 모르는 분야라서 시도는 못하고 있지만, 점차 해외 무대에서도 펼치고 싶어요. 뭘 하던 간에 최우선은 가치죠. 필통이든 핸드폰 케이스든 "너 이거 입었네?" 그런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
목표는 참스가 끝이 아니에요. 공장 다니던 시절, 우연히 거래처 중 하나인 이랜드에 들어가게 됐는데, 정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요. 안에 브랜드가 50개가 넘고, 정말 컸으니까. 당시 사장님이 서른 몇살부터 이대 앞에서 청바지 팔다가 이렇게 됐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어요. 제 나이 당시 23살인데, 지금부터 나도 시작해봐야겠다 싶었죠. 그런 의미에서 참스는 시작 중 하나인거고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거에요. 패션 공부도 더 하고 싶어서 서른 즈음에는 해외에 나갈 생각이에요. 공부 하면서 해외에서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 컬렉션에 올리고, 그렇게 계속 만들어 나갈 꿈이 있어요.
-제 2의 강요한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들에게 조언 혹은 용기의 말을 준다면요.
화이팅이에요.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아는 만큼 보이는거니까. 시도를 해야지 생각만 하면 일주일도, 한달 뒤도 똑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잖아요. 또한 꿈을 높게 잡아야해요. 꿈이 커야 반을 해도 이만큼은 성취하는 거니까. 꿈을 높이 꾸되 거기에 대한 계획을 천천히 세워서 이뤄야 할 순으로 이뤄가면 좋겠어요. 그래야 보람을 느끼고 그 다음걸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늘 작은 목표라도 정해놓고 그걸 이루고, 또 다른 계획으로 이어나가는 것 처럼요.
-강요한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요즘의 '트렌드'란 무엇인가요.
트렌드라는게 있을까요? 있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확실하다 싶은 게 없어요. 각자 스타일을 존중하는 시대가 온 거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떤 브랜드가 유행이면 난 이걸 입었고, 쟤는 이걸 입지 못했고 그런 경계가 보였지만, 요즘은 어떤 사람의 입은 그대로를 존중해주고, 브랜드 상관없이 예쁘게 입으면 인정해주고. 각각의 스타일을 존중해주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