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다시 봤다. 고아성.
앞서 고아성이 현재 대한민국 어디에나 볼 수 있는 흙수저 취업준비생을 연기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그가 '공감'을 자아내야 하는 평범한 20대의 캐릭터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고아성이 데뷔작인 영화 '괴물'(2006, 봉준호 감독)에서 괴물에 맞서는 강인한 여중생을 연기하면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이후 '설국열차'(2013, 봉준호 감독), '오피스'(2015, 홍원찬 감독) 등의 작품을 통해서 강렬하고 '센'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2015년 방송된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오'(연출 안판석, 극본 정성주)에서도 혼전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10대 역을 맡은 바 있다.
|
첫 회부터 누구 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혹독한 100번째 압박 면접에서 떨어진 이후 한강에서 울부짖는 고아성의 모습은 20대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100번째 프러포즈도 실패, 왜 나를 떨어뜨리는 거야.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요. 대학가야 한다고 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대학에 가서 학점 챙기려고, 장학금 받으려고 노력했고, 열심히 사느라고 아르바이트도 수없이 했잖아요"라고 외치는 고아성의 처절한 목소리와 표정은 '20대 취업준비생 그 자체' 였다.
이어 "4대보험도 안되는 비정규직 말단에서 이런 하우라인 같은 대기업만을 꿈꿔왔다. 100번이나 떨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갑이 되고 싶었으니까. 내가 겪은 아르바이트 세계에서 분명하게 배운 것은 갑은 세고 을은 언제나 고달프다는 것이었다. 대기업 사원이 돼서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말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냐"고 말하는 말은 속 시원하면서도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후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위해 상사의 희롱적인 언행을 참아내고 회식에서 억지로 술을 마시는 고아성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자신의 모습을 겹쳐 볼 수 밖에 없었다.
|
연출자 정지인 PD가 제작발표회에서 고아성에 대해 했던 말처럼 고아성은 단 2회 만에 자신의 캐릭터에 완전히 젖어 완벽한 20대 취업준비생과 계약직 직원의 모습을 그려냈다. 앞으로 그가 그려낼 은호원에 모습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한편,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할 말 다 하며 갑질하는 슈퍼 을로 거듭난 계약직 신입사원의 '직장인 잔혹사' 및 '일터 사수 성장기'를 그리는 유쾌한 코미디 드라마다. 고아성, 하석진, 이동휘, 김동욱, 이호원 등이 출연한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smlee0326@sportshcosun,com